음악과 크눌프 31

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by 초록 라디오

2. 소설 [크눌프] (25)


2) 크눌프에 대한 나의 기억 (14)


④ 잊힘의 두려움 (1)

또 다른 두려움이 크눌프의 목덜미를 잡습니다.

옛말에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유명한 사람 경우일 것입니다.

사람은 보통 죽어 잊히기 마련입니다.

죽으면 끝이기 때문입니다.

이름이 남는다는 건 어떤 무언가를 세상에 남겼다는 뜻입니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이름이 기억되는 건 드문 일입니다.

크눌프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그것을 즐겼으며, 그걸로 자존감을 느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눈치껏 비슷하게 행동합니다.

무심한 척 귀를 세우고, 딴청 피우며 바라보기 마련입니다.

혼자 살 수 없기에 눈치를 보아야 하고 기회 찾기를 수시로 해야 합니다.

본인이 맡은 바가 많게 되면 책임질 일이 많아지고, 거기에 비례해 눈치와 기회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야 할 의무도 많아집니다.


크눌프를 멋쟁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그 당시 사회의 유행을 이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지식인이었고 실천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그의 떠돌이 여정, 아니 지적 여행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고 더불어 인기인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의 이름이 오르내렸고 사회관계에서 두드러지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친구들이 부르던 크눌프라는 이름이 사회 속에서 특정인의 이름이 되어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했습니다.

의미는 한 번 쌓기가 힘들지 이후 덧붙이는 데 손이 덜 가기 마련입니다.

크눌프는 관계 속 인물로 성장합니다.

그의 이름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습니다.

크눌프는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기억한다는 사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의 이곳저곳 여행은 이름을 날리는 촉매 역할을 했습니다.

호랑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에 둘러싸여 이름이 날리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지식인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지식인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뿐 아니라 우러러보는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말로 사람들의 귀를 모았고 논리로 사람들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나’ 역시 크눌프의 그런 모습에 호감이 갔습니다.

크눌프와 친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와 말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었습니다.

말을 나누자 크눌프가 집중하지 못합니다.

관계, 사이에 이르자 갈등이 드러납니다.

사실 크눌프는 잊힌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큽니다.

누군가 자기 이름에 의문을 던지자 동요를 일으킵니다.

크눌프는 관계를 통해 멋쟁이, 인기인, 유행을 선도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거기서 자신의 책임과 의무를 깨닫고 수행했습니다.

개똥철학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관계가 구축되었습니다.

크눌프 이름이 오르내린다는 건 건재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됩니다.

이름은 그의 주체가 되었고 주체는 호명(呼名)을 즐겼습니다.

호랑이가 죽어 가죽을 남는 것과 같이 크눌프는 자기 이름이 오래 오르내리기를 바랐습니다.

거기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습니다.

바지런했습니다.

이름이 남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인기, 이름을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인기와 이름을 허울로 생각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크눌프는 자기 사는 방식을 고수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습니다.

그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고 동력을 마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