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크눌프 34

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by 초록 라디오

2. 소설 [크눌프] (28)


2) 크눌프에 대한 나의 기억 (17)


④ 잊힘의 두려움 (4)

‘나’와 말을 섞던 크눌프가 ‘나’에게서 멀어집니다.

‘나’는 그가 누구인지 궁금했던 것입니다.

그의 생각을 알고 싶었고, 그의 심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나’가 그에게 껄끄러운 상대이었던 것 분명합니다.

‘나’가 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크눌프의 말을 듣는 게 거의 다이었고, 궁금한 거 몇 개 물었을 뿐입니다.

대화에 무리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듯합니다.

얼굴에 내색하지 않아 별일 없겠다 싶었는데 섭섭했던 모양입니다.

‘나’ 역시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친구라고 생각해 서슴없이 대했지만 떠난다는 말도 없이 모습을 감추었으니 말입니다.

달아나는 것 같이 모습을 감추어 아쉬울 따름입니다.


떠나는 크눌프의 감정이 교차합니다.

잘 나가던 때가 있었는데 인생무상을 실감합니다.

‘나’와 시작은 좋았습니다.

점차 ‘나’로 인해 가면이 벗겨졌습니다.

그가 ‘당신은 사상가나 교수가 되어야 했습니다’하고 뱉었을 때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올 게 왔구나 하고 받아들였습니다.

더 이곳에 머물 건더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 앞에서 벌거숭이가 된 모양이었습니다.

‘나’는 그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이라 했습니다.

크눌프에게 ‘나’는 머리 위에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 그에게 허투루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속내를 감추는 건 더 힘들었습니다.

가면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반신반의하던 그들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이는 찌푸리며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점점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나’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물으며 고개 끄덕이기를 반복했습니다.

가면이 벗겨지고 잔뜩 땀이 흘렀습니다.

사람들이 더 모여들었습니다.

크눌프를 가리키며 목청을 올립니다.

얼굴이 붉게 변한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여전히 차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