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크눌프 33

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by 초록 라디오

2. 소설 [크눌프] (27)


2) 크눌프에 대한 나의 기억 (16)


④ 잊힘의 두려움 (3)

그는 잊힘이 두렵습니다.

호랑이 가죽으로 남지 못하는 자신이 부끄럽고 안쓰럽습니다.

이름이 허망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래도 잊히는 건 두려운 일입니다.

크눌프의 관계와 사이가 갈등과 두려움에 힘을 잃습니다.

‘나’로 인해 크눌프의 인생이 뒤바뀌었습니다.

크눌프는 관계와 이름을 잃고 보통 사람이 됩니다.

멋쟁이, 지식인의 가면이 벗겨집니다.

이상의 세상에서 현실의 세상으로 내려옵니다.

사회에서 쓰던 크눌프라는 이름을 벗고 부모가 물려준 이름 크눌프를 되찾습니다.

크눌프가 짊어진 두려움의 무게가 과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결국, 가진 걸 내려놓게 됩니다.

크눌프는 떠납니다.

현실을 버리고 몰래 자리를 뜹니다.

누구에게 간다고 알리지 않았습니다.

익숙했던 배웅도 이번에는 바랄 형편이 아닙니다.

가는 뒷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두려움이 그의 회피를 앞당긴 측면도 있습니다.

두려움은 그에게 너무나 큰 짐이었습니다.

관계의 뒤틀림은 그를 힘들게 했습니다.

차마 이곳에서 자멸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습니다.

크눌프의 떠남은 현실에서 사라지겠다는 의지입니다.

눈에서 멀어지자 기억에서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머지않아 크눌프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크눌프는 과거의 추억으로 남습니다.

누군가 크눌프라는 이름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그의 얼굴과 말과 관계를 기억해내지는 못합니다.

호랑이같이 이름을 남기고자 했지만 희망 사항에 그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