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2. 소설 [크눌프] (40)
2) 크눌프에 대한 나의 기억 (29)
⑤ 음악과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10)
6. 가고파라 (피리)
여섯 번째 곡 ‘가고파라’는 크눌프 마음에 남은 아쉬움을 피리로 흘려보냅니다.
크눌프 역시 인간인지라 황천길을 벗어나는 즈음 미련이 없을 수 없습니다.
미련이 소리가 되어 피리가 대독합니다.
‘가고파라’, 그때 그 시절, 돌아갈 수 없는 그때 그 시절, 균형이 깨져 찾을 수 없는 그때 그 시절, 하하 호호 재잘재잘 그때 그 시절, 푸르고 맑던 그때 그 시절, 피 나고 상처에도 얻을 게 있던 그때 그 시절, 어깨만 스쳐도 인연이 되던 그때 그 시절, 몇 날 며칠을 굶어도 배고프지 않던 그때 그 시절, 한 잔의 술로 밤새워 놀던 그때 그 시절, 떠나면 다시 만날 걸 기약했던 그때 그 시절, 내리는 비에 눈물짓던 그때 그 시절, 마을 초입 솟대에 흐뭇해하던 그때 그 시절, 그냥 모여 웃고 떠들던 그때 그 시절, 친구가 친구를 소개하고 그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소개하고 또 다른 친구가 친구의 친구가 되며 놀았던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립니다.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나그네 크눌프의 과거는 사라졌습니다.
아쉬움도 소용없습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가고파라.
피리 소리가 크눌프의 마음을 보듬습니다.
이제 됐다, 가자.
크눌프가 아쉬움을 접고 일어섭니다.
뒤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피리 소리를 듣습니다.
가고파라, 가고파라, 잊는다, 떠난다, 안녕, 간다.
크눌프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피리 소리가 숨을 멈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