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3. 끝 (15)
‘똑, 똑, 똑, 똑.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불교 경전 천수경(千手經)의 앞부분입니다.
목탁이 시작을 알리고 독송이 이어집니다.
선율보다 박자가 우선입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불경에서 선율은 쓰임새가 적습니다.
박자에 맞춰 승려가 불경을 독송할 때면 분위기가 엄숙해집니다.
사바세계에서 잠시 잊힌 존재가 되는 기분입니다.
내용을 알지 못해도 듣는 것만으로 차분해집니다.
기독교에서 찬송가를 부를 때 신과 함께 한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과 흡사합니다.
목탁, 독송, 박자, 찬송가, 선율, 통틀어 소리로 신을 간접적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종교 행위나 신을 부르는 장소에서 타악기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타악기는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 두루 낼 수 있습니다.
박자도 빠르게 느리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타악기는 인간 심장과 비슷한 소리를 낸다고 합니다.
두근두근 빠르게, 두근두근 천천히. 빠른 박자에 격정이 일고 느린 박자에 숨을 고릅니다.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나 지켜보는 사람이나 몰아지경에 빠지고 낯선 체험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