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3. 끝 (17)
① 하늘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습니다.
사방이 어두컴컴해집니다.
눈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하늘에 심술기가 가득합니다.
신이 몸소 크눌프를 만나려 내려왔는데 날씨가 반기지 않습니다.
잔뜩 뒤틀려있습니다.
신과 인간이 만날 때 보통 따스한 햇볕을 비추더니 이번은 다릅니다.
크눌프가 신의 소리를 듣습니다.
고개 들어 신을 찾지만, 사방이 컴컴합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소리가 뜨문뜨문 들릴 뿐 가늠하기 힘듭니다.
신의 얼굴이 궁금해 두리번거리지만 볼 수 없습니다.
신은 크눌프를 보는 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연신 헛손질이 딱해 보입니다.
하늘이 위협적입니다.
험악해 보입니다.
징조가 좋지 않습니다.
‘Threatening Sky’입니다.
신이라 해서 하늘의 됨됨이까지 관여하지 않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크눌프가 안돼 보이기는 합니다.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습니다.
바람이 세차게 붑니다.
고개 들기도 힘듭니다.
신이 부르는 것 같은데 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손을 휘젓지만 잡히는 게 없습니다.
신이 얼굴을 보여주기 싫은가 봅니다.
하늘이 번쩍입니다.
쩍 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두 동강 날 듯합니다.
‘Threatening Sky’, 신에 다가갈수록 하늘의 숨이 가빠집니다.
‘Threatening Sky’,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Threatening Sky’, 느낌이 싸합니다.
신과 크눌프, 마주 보고 있는데 인간은 깨닫지 못합니다.
여전히 두리번거립니다.
소리 나는 방향으로 섰는데 오리무중입니다.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또 하늘이 열립니다.
쩍, 천둥이 칩니다.
‘Threatening Sky’, 심술궂습니다.
지척에 있음에도 다가설 수 없습니다.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신과 인간, 소리로 통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무용지물입니다.
하늘이 열릴 생각 없어 보입니다.
신과 인간의 만남이 ‘있지만 없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Threatening Sky’, 신과 인간을 내려다봅니다.
우르르 쾅 번개와 천둥을 쏩니다.
심사가 좋지 않습니다.
‘Threatening Sky’, 청하지도 않았는데 내려간다니 으르렁 심술이 났습니다.
신과 인간의 대면이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힙니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습니다.
여태 ‘Threatening Sky’입니다.
신에게 별거 아니지만, 인간은 오금이 저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늘이 두렵습니다.
덩달아 신이 두려워집니다.
나약한 존재, 초라한 존재로서 신을 대합니다.
들리지만 보이지 않아 무섭고 언제 심판을 내릴지 알지 못해 두렵습니다.
크눌프야 신이 부르지만, 선뜻 다가갈 수도 머물러 있기도 이도 저도 못합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유감입니다.
하늘이 뿌옇기만 합니다.
‘Threatening Sky’입니다.
‘Threatening Sky’
미국 데스메탈(Death Metal) 밴드 오비추어리(Obituary)의 1997년 5집 [Back From The Dead] 수록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