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3. 끝 (21)
③ 감정- 2
음악이 바뀌고 상황이 전환됩니다.
진 쪽이 요구합니다.
이왕 할 거면 거칠게 다뤄달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된 거 체면 따위 뭔 소용이냐며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제안합니다.
음악은 고요했다가 격정적으로 치고 올라가, 달래듯 차분해지다가 울음을 터뜨리고 맙니다.
좀 잡을 수 없는 노래에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진 쪽이 더 당당해 보이는 건 무엇이며, 카멜레온같이 모습을 바꾸는 음악은 또 무엇인가, 조각을 맞추려 해도 아귀가 맞지 않습니다.
집중을 할 수 없습니다.
읽을 때마다 내용이 달라지는 가사에 앞과 뒤가 천양지차인 뒤죽박죽 음악이 심기를 건드립니다.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진 쪽이 이긴 건지, 이긴 쪽이 진짜 이긴 건지, 제안한 쪽이 진 쪽인지 이긴 쪽인지 모르겠습니다.
가사와 음악을 일부러 이렇게 어긋나게 한 건지, 아니면 고도의 심리전이었는지 알 길 없습니다.
어여쁘려면 처음부터 예뻐서 예측이나 할 수 있게 할 것이지, 처음이 꽉 막혀 다음을 생각할 수 없게 합니다.
시작부터 막힌 벽인지라 두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윽고 전개되는 가사와 음악, 글과 소리를 멍하니 지켜볼 뿐입니다.
이건 도리가 아닙니다.
이건 예의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가사는 치욕스럽고 자존심 상해 기분을 상하게 합니다.
피아(彼我) 구분 없이 내가 너고 네가 내가 됩니다.
내가 가해자고 동시에 피해자로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뒤죽박죽, 얽히고설키었습니다.
‘Handled Roughly’, 즉 ‘거칠게 다루어 달라’ 했는데 이 역시 주객을 따질 수 없습니다.
이해하려 할수록 수수께끼가 되고 답이 저만치 달아납니다.
대수롭지 않은 두 양반의 내기가 사람들의 관심에 부풀려져 일이 커진 탓도 있을 것입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로 별거 아니었는데 침소봉대(針小棒大)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보니까 그렇게 보였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향곡을 듣는 듯 울고 웃다가 절규하고 정신을 놓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