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크눌프 79

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by 초록 라디오

3. 끝 (29)

⑥ 죽음- 1

태어나 죽는 건 생명체의 숙명입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입니다.

본인이 열었으면 본인이 닫아야 매무새가 맞습니다.

크눌프 역시 땅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입니다.

크눌프 탄생에 대해 아는 것이 없습니다.

얼마나 환대를 받았는지, 울음소리가 얼마나 우렁찼는지, 부모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크눌프 죽음은 소설 [크눌프]에 선명히 나와 있습니다.

크눌프 주변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곡소리는 물론이고 그의 몸 덮을 이불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삿밥도 챙겨 먹을 수 없습니다.

갈 때는 순서 없다고 했는데 크눌프의 마지막이 보기 좋은 건 아닙니다.

죽었다 깨는 걸 막겠다고 염을 하는 건데 입고 있는 옷으로 수의를 대신해야 합니다.

곱게 떠나라고 꽃단장하는 게 예의인데 크눌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울어주는 사람 없이, 산이 그대로 크눌프를 품습니다.

산이 상주 역할로 장례를 치릅니다.

문상 올 사람 없어 한가한 장례식, 곡소리 없어 조용한 장례식, 상여 없어 외로운 장례식, 향냄새 없어 심심한 장례식입니다.

대신 해와 달이 낮과 밤 크눌프 곁을 지킵니다.

해와 달이 없었더라면 망자 혼자 장례식을 치러야 했을 것입니다.

누운 채 그대로 장사(葬事)를 치르고, 영혼이 떠난 육신은 산짐승들의 밥이 되어 없어집니다.

나그네로 살던 크눌프가 고향으로 돌아와 누운 곳이 그의 장례식장이 되었고 무덤이 되었습니다.

무덤은 자연스럽게 사라져 흔적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아들 크눌프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세상을 뜬 것입니다.


출처: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