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쌀쌀해졌다. 점퍼 지퍼를 끝까지 올렸는데 냉기가 들어왔다. 체온을 올리기 위해 빨리 걸었다. 책들이 움직이며 등에 맨 가방을 흔들었다. 점퍼 주머니 속 왼손은 스마트폰을 쥐고 있었고 오른손은 동전을 되풀이 세었다. 570원. 눈은 정면을 향했지만 정신은 귀에 꽂힌 이어폰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벤지드 세븐폴드(Avenged Sevenfold)의 신보 [The Stage]를 듣는 중이었다. 좋네. 좋아. 잘 해. 박자에 맞춰 오른발을 내디뎠다. 얼추 맞는 가 싶더니 발이 꼬였다.
“어이구.”
몸이 휘청했다. 자세를 잡고 주위를 살폈다. 휴.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횡단보도가 보였다. 그 뒤로 도서관도 눈에 들어왔다. 어깨를 웅크리고 횡단보도로 향했다. 파란불이 들어왔고 양손으로 가방끈을 쥔 채 건넜다. 야, 잘하네. 잘해. 교회를 지나자 도서관이 보였다. 볼륨을 줄였다.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췄다. 오른손으로 동전을 다시 세었다. 570원. 오백 원짜리 한 개, 백 원짜리 한 개, 오십 원짜리 한 개, 십원 짜리 두 개였다.
“끼이익끼익.”
도서관 현관문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덜컹, 트트트....”
반쯤 닫힌 뒤 트트트 소리 내며 멈췄다. 오른손으로 문을 닫았다. 계단을 올라 왼쪽으로 꺾어 열람실로 들어갔다. 창구 앞에 서서 가방을 내려놓았다. 책을 꺼내 사서에게 건넸다.
“반납...입니다.”
“예, 거기에 두세요.”
“수고하세요.”
“예에.”
가방을 들고 서가로 들어갔다. 문학분야에 섰다. 일본문학을 먼저 살폈다. 지난번 왔을 때 하고 변한 게 눈에 띠지 않았다. 쭉 훑어보고 영미문학 쪽으로 향했다. 이곳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도서관은 책을 안 사..... 읽을 만한 책이 없었다. 맨 오른쪽 책장에 서 왼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책을 봤다. 이번에 반납한 책도 억지로 고른 건데, 오늘도 그러겠네. 정 없으면 두꺼운 책으로 가져가자. 두꺼운 책 몇 개를 골랐다. 한 권씩 책을 꺼내 확인했다. 고민했다.
“카, 아.”
망설임 끝에 한 권을 골랐다. 창구로 가면서 책을 살폈다. 빈스 플린(Vince Flynn)의 [권력의 분립], 소문만큼 재미있으려나. 빈스 플린, 이 양반 죽었다고 하던데. 한국에서 얼마나 팔렸나. 빈스 플린 책은 처음 읽어보는 건데 제목은 재미있을 거 같군. 책을 사서 앞에 놓았다.
“빌려 가시는 건가요?”
“예.”
“회원증 주세요.”
“여기요.”
“반납기간 11월 11일까지입니다.”
“수고하세요.”
문을 열고 나오며 오른손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동전을 세었다.
“딸그락, 딸그락.”
560원이었다. 걸음을 멈추었다. 층계 바로 앞이었다. 디뎠던 오른발을 거둬들였다. 560원? 570원이어야 하는데. 오른손으로 동전을 다시 잡았다.
“딸그락, 딸그락.”
560원이었다. 고개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딸그락, 딸그락.”
570원이었다. 고개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딸그락, 딸그락.”
570원이었다.
층계를 내려갔다. 층계참에서 이어폰 볼륨을 올렸다. 스마트폰을 꺼내 노래를 바꾸었다. 헤리 닐슨(Harry Nilsson)의 앨범 [Nilsson Schmilsson]으로 골랐다. 리듬에 발걸음을 맞췄다. 하나둘, 하나둘, 하나둘. 좋아. 기분이 좋아졌다. 층계를 벗어나 현관으로 몸을 돌리니 햇빛이 환했다. 현관 옆에 서서 잠시 해바라기를 했다. 눈을 감고 햇빛을 즐겼다. ‘Driving Alone’이 시작됐다.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노래가 끝나자 문을 열기 위해 오른손을 들었다. 오른 주머니에서 동전이 떨어졌다.
“땡그랑.”
“졸, 졸, 졸, 졸....”
잘 굴러갔다. 현관 반대편으로 가더니 시야에서 사라졌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소리가 잦아들자 사라진 방향으로 움직였다. 뒷문이 보였다. 책상과 의자 몇 개가 주변에 쌓여 있었다. 뒷문을 만져보고, 무릎 꿇고 책상 밑도 살펴보았다. 동전이 보이지 않았다. 무릎을 털고 오른 주머니에 오른손을 넣었다.
“딸그락, 딸그락.”
오백 원짜리 한 개, 백 원짜리 한 개, 오십 원짜리 한 개, 십원 짜리 한 개였다.
“560원.”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냈다. 동전 네 개, 560원이었다. 우두커니 서 고개를 좌우로 돌렸다. 노래가 바뀌어 ‘Without You’가 나오고 있었다. [권력의 분립] 재미있으려나? 이 십원 짜리 찾아야 하나? I Can′t Live, If Living Is Without You, I Can't Live, I Can′t Give Anymore. 지금 몇 시나 됐지? 목마른데 물먹고 갈까? 화장실에 갔다 갈까? 밖에 추우려나? 책 반납일이 언제라고 했지? 돈 찾아야 하나? 햇빛이 좋은데 날이 풀리려나? 빈스 플린은 왜 죽은 거야? 언제 죽은 거야? 아까 책에서 본 거 같은데. 꺼내서 볼까? 에이, 귀찮아. 십원 주워야 하나? 헤리 닐슨 노래 좋아. 물먹을까? 목마른 거 같네. 이층 올라가야 하잖아. 됐다. 11일이라고 했지. 그래 11일이야. 오른손바닥을 펴고 왼손으로 동전을 세었다. 560원. 십원 짜리가 떨어진 거다. 떨어진 동전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냥 가자. 현관으로 몸을 돌렸다.
“덜컹, 추추추....”
현관문을 열었다.
“끼이익끼익.”
도서관 현관문이 소리를 내며 닫혔다.
가방을 등에 메었다. 왼손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오른손을 점퍼 주머니에 넣었다. 어깨를 움츠리고 인도로 나왔다. 고개를 숙이고 걸었다. 신발이 지저분했다. 작년에 샀으니 거의 2년이 됐다. 세탁을 해야 하나. 고개를 들었다. 사거리를 바라보았다. 신호가 아슬아슬했다. 뛰어갈까? 에이, 다음에 가. 횡당보도 앞에 섰다. 양손으로 가방끈을 쥐었다. 책이 있는 가방. 좋다. 좋다. 파란불이 들어왔다. 반 정도 걸었을 때 신호등이 숫자로 바뀌었다. 숫자에 맞춰 다리를 옮겼다. 5,4, 3, 2, 1. 보도로 올라왔다. 점퍼 주머니에 양손을 넣었다. 고개를 숙였다. 부지런히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