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서 꺼낸 달걀 두 개를 가스레인지 옆에 내려놓았다. 찬장 밑에 걸려있는 프라이팬을 집었다. 가스레인지 오른쪽 화구에 올려 불을 켰다. 중불로 조종했다. 왼손으로 프라이팬 온도를 확인했다. 가스레인지 오른쪽에 둔 식용유를 들었다. 왼손을 설거지통으로 뻗어 숟가락을 찾았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둘렀다. 한 숟가락, 두 숟가락. 숟가락을 내려놓고 프라이팬 손잡이를 잡아 시계 방향으로 기름을 돌렸다. 제자리에 내려놓고 오른손으로 달걀 두 개를 들었다. 한 개를 왼손으로 바꿔 쥔 다음 달걀을 프라이팬 위에서 맞부딪혔다. 왼쪽에 있는 달걀에 금이 갔다. 양 손 검지로 껍질을 깨 프라이팬에 떨어뜨렸다.
“치익....”
나머지 달걀은 프라이팬 모서리로 깼다. 달걀 두 개가 프라이팬에서 익어갔다. 불을 약불로 줄였다.
등 뒤 거실에 있는 TV에서 뉴스가 시작되었다.
“....정 신도시에 있는 현장입니다. 이곳은 보시는 바와 같이 시민 분들이 많이 모여있습니다. 경찰은 오늘 오전 9시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고 합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출동했을 때 집 현관이 닫혀있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고 합니다. 거기서 거실에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했다고 전해집니다. 경찰이 밝힌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부탁했지만 경찰 측은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입니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어떤 사고인지, 어떤 피해가 있는지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소식이 나오는 데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경찰 관계자가 브리핑을 한다고 전해왔습니다. 바로 연결하겠습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 성함을 아직 밝힐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수사 상황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12월 12일 오전 9시경 사고가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닫혀있는 문을 부수고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현관에서 봤을 때 정면으로 보이는 거실에 피해자가 쓰러져있었습니다. 피해자 옆에 있는 소파에 흉기로 보이는 칼이 있었습니다. 특별한 문양이 있어 증거물로 확보하고 조사 중입니다. 쓰러져 있는 피해자에 다다가 확인한 결과 이미 숨을 거둔 후였습니다. 육안으로 봤을 때 피해자의 상태는 끔찍했습니다. 티셔츠와 운동복을 입은 피해자는 천장을 보고 쓰러져 있었고, 목, 가슴, 복부, 허벅지 등 신체 여러 곳에 상처가 있었습니다. 상처에서 흐른 것으로 추정되는 피가 피해자 주변을 적셔 현장 보존 원칙에 따라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경찰 확인 결과 현장에는 피해자 외에 다른 인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현장 감식이 진행 중이며 피해자 주변을 중심으로 수사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이상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드렸습니다.”
달걀 테두리가 갈색으로 변했다. 설거지통에서 뒤집개를 집었다. 한 덩어리로 된 달걀의 가운데를 갈라 두 개로 나누었다.
“피해자, 흉기, 피....”
달걀 하나를 뒤집었다. 프라이팬을 들어 좌우로 흔들었다. 달걀 두 개가 프라이팬을 따라 돌았다. 찬장에서 후추와 소금을 꺼냈다. 소금을 집어 달걀에 간을 했다. 후추도 뿌렸다.
‘현관으로 나오면서 뒤를 돌아 바라보았다. 거실에 그가 쓰러져있었다. 그의 숨이 거칠었다.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칼로 찌른 곳에서도 피가 흘렀다. 옷을 적시고 바닥에 핏기가 보이기도 했다. 그 사람의 오른손 손가락이 많이 떨렸다. 소파에 올려놓은 칼에 시선을 옮겼다. 그 사람 피가 묻은 칼이었다. 손잡이에 복잡한 문양이 있는 칼이었다. 십이지 동물을 새겨 놓은 듯 은색으로 눈에 띄었다. 칼날에 핏기가 남아 있지 않았다. 햇빛을 받아 눈이 부셨다. 현관문을 열기 전 신발 장위에 놓인 거울을 바라보았다. 오른쪽 이마에 붉은 기가 있었다. 점퍼 안주머니에서 물티슈를 꺼냈다. 한 장 꺼내 핏자국을 닦았다. 고개를 빼 여기저기 살려보았다. 옷을 추스르고 현관문을 열었다.’
달걀 테두리가 밤색으로 변했다. 설거지통에서 접시와 젓가락을 집어 가스레인지 옆에 놓았다.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프라이팬에서 달걀을 꺼내 접시에 올려놓았다. 접시와 젓가락을 오른손으로 쥐고 거실로 갔다. 오른쪽으로 붙어 소파에 앉았다. 노릇한 달걀을 젓가락으로 잘라 입에 넣었다.
“쩝쩝.”
“싱겁다.”
나머지를 입에 털어 넣었다. 왼손으로 입을 닦았다. 기름이 하얗게 묻어났다. 싱크대로 가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했다. 달걀 껍데기는 으깨 쓰레기통에 버렸다. 현관에서 뒤를 돌아 살핀 뒤 문을 열고 나갔다.
“띠릭.”
문이 잠긴 걸 확인하고 계단을 내려왔다.
“다음부터 소금하고 후추 챙겨야겠어.”
“음, 달걀도 신선했으면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