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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ian the bear Feb 22. 2016

싼자이? 카피켓?

중국 싼자이에 대한 개인적 고찰

중국 IT 업체들의 무서운 성공에는 찬사와 동시에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몇 가지 말들이 있습니다. 가성비, 싸구려, 내수용, 카피켓 등등. 가성비, 싸구려 등의 표현은 가격이나 품질에 대한 기준, 내수용은 시장에 대한 표현입니다. 그런데 카피켓이라는 말은 구체적인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또 다른 기준에서의 비난입니다. 중국의 제품들에 대한 여러 꼬릿말들 중에서 카피켓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문화적, 역사적 이해가 함께 있어야 조금 더 쉽습니다. 이를 위해 카피켓이라는 단어를 중국식으로 표현해보겠습니다. 중국인들 역시 이런 카피 제품을 좋아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들은 이런 모조품을 '싼자이(山寨)'라고 표현합니다. 원래 싼자이는 제품을 표현하는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오래전 관군을 피해 산으로 피신한 산적때나 정부의 눈을 피해 산골에 모여살기 시작한 사람들, 영역 또는 그 무리들을 부르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그 안에서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으며 자급자족하며 생산한 제품들(엄밀히 말하면 그들의 생활품)이 밖으로 나와 팔리면서 싼자이 제품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제품들중 대다수가의 품질이 좋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반품(?)또는 수리를 맡길 수 없는 것들이 태반이었지요. 어디서 생산된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싼자이 제품이라는 말이 일종의 비하의 표현으로 굳어 진 것이라고 제 중국인 동료가 설명을 해주더군요. 즉 싼자이의 원정의는 악의적인 표현이나 부정적 표현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와 정부의 세금정책이나 지적재산권 등등의 정부관리를 벗어나 법망을 피해 몰래 생산하고 판매되는 것들(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업도 포함됩니다.)이 옛날 싼자이의 모습과 흡사하다 하여 불법생산 제품, 모조품등 통칭해서 싼자이라고 부르기 시작하게 된겁니다. 실제로 정부의 관리가 어려운 산골이나 도시 외지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포함된다 했지요? 싼자이 서비스의 예로는 가짜 택시가 있습니다. 개인 승용차로 택시 영업을 하는 것이지요. 물론 그들을 부르는 명칭은 '헤이처(黑车)'라고 따로 있습니다. 다만, 개념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 행태 및 브랜드 사칭 등등 법외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을 다 싼자이라고 부릅니다. 즉, 단순히 카피만 한 제품 뿐만 아니라 저급의 제품들도 함께 싸잡아 싼자이라 표현을 하는 것이지요. 극히 적은 경우이지만 제품품질은 엄청 좋은데 허가 받지 않는 경로로 거래되는 경우도 싼자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보세라는 제품들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그래서 이 나라 중국에서 싼자이라 칭함은 단순히 모조품만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있는 대기업의 제품이라도 품질이 형편없을 경우 싼자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해외에서 카피켓이라 비난을 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모조품이라고 번역되기 보다 그저 싼자이라는 한 단어로 번역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제 개인적인 관점을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카피에 대한 체감적인 죄책감이 적은 이유도 이에 해당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우리나라나 외국의 경우 '싸구려'와 '모조품'은 다른 말이지만 이들에겐 싸구려도 모조품도 그냥 다 한 덩어리입니다. 쉽게 풀이하자면 이렇습니다. "이 제품 왜 이렇게 싸? 역시 싸니까 품질이 떨어지는 구먼."이라고 비난한다면 도덕적 비난이 아닙니다. 생산자 또한 저렴한 원재료를 써서 단가를 낮춘거니 도덕적 죄책감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거 A사 제품 그대로 배낀거잖어!"라고 비난을 하는 경우는 도덕적 비난입니다. 생산자 역시 이를 알지만 여러 다른 이유가 도덕적 기준을 넘어서기에 죄책감을 뒤로한 체 이익을 위해 그렇게 생산을 하는 것이지요. 중국에서는 이렇게 분리해서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체감적으로 느껴지는 도덕적 죄책감도 모호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싼자이라고 비난할 때, 비난하는 이도 비난을 받는 이도 품질에 대한 비난인지, 도덕성에 대한 비난인지 또는 다른 부분에 대한 비난이지 모호한 것이지요. 죄책감을 느끼거나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지만 가격이 이 도덕적 죄책감을 씻어준다고나 할까요? 위에 말한 것 처럼 "싼 제품에서 뭘 기대해? 이 가격에 이만하면 됐지 뭐."라는 품질에 대한 면죄부가 주어질 때 도덕적 문제에 대한 면죄부도 함께 주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싼데 카피일 경우는 이곳에서도 엄청난 비난을 받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제 개인적인 느낌이기에 얼마든지 다른 주장을 펼치실 수도 있습니다.



이런 대중의 평가가 중국의 IT업체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일례로 미국에서 제작된 게임을 중국의 한 IT업체가 99% 똑같이 배껴서 운영을 시작합니다. 제눈으로 볼 때는 당연히 비난 받아야 하고 아무도 그 게임을 플레이하면 안됩니다. 오히려 불매운동이라도 해야하지요. 하지만 여기있는 사람들은 아주 즐겁게 게임합니다. 카피라는 걸 알건 모르건 재미있게 즐깁니다. 왜냐면 공짜거든요. 이때 위에서 제가 설명드린 부분과 아주 유사한 반응을 합니다.호기심에 A사의 원본게임을 보여주고 "이게 원래 게임이야. 니가 플레이하는 게임이 이걸 그데로 카피한거라고.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대답이 이렇습니다. "공짜로 플레이하는데 그런 오리지널리티까지 따질 수는 없잖어." 가격으로 인해 도덕적 평가에대한 완전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지요. 헨드폰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히 어디서 본 디자인이고 기능인데 쌉니다. 가격에서 이미 도덕적 죄책감을 씻어내고 제품을 삽니다. 그래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비싸다고 느껴지면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싼데 성능도 좋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사람들의 말뒤에는 실제 이런 심리적 면죄부가 있다고 봅니다. 


여튼 최근의 싼자이 제품들이 돈을 벌고 있는 것들은 사실이기에 비난의 목소리도 날이 갈 수록 커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화웨이나 샤오미 또한 해외 언론의 카피켓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국내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해외에서의 시선과는 많이 다릅니다. 위에서 말한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 싼자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있어도 카피켓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가격이 합당하지 않다거나 품질이 안 좋으면 중국내에서도 비난을 합니다. 하지만 카피에 대한 비난은 많지 않습니다. 도덕적 문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아주 작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제조사들은 어째서 계속해서 카피(로 비난받는) 제품을 생산하는 걸까요? 사업적으로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해서 잘못된 걸 알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그렇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만드는 당사자가 애초에 도덕적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만드는 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전자의 경우 나쁜 싼자이라고 볼 수 있고, 후자의 경우 무지한 싼자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이런 싼자이의 모습은 비단 중국에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 한국에서도 사실 일어나고 있으며 다른 서방 국가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납니다. 아니, 일어났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게 좋겠네요. 경제규모가 커지기 전에, 인건비가 쌌을 당시에, 또는 구매력이 현재와 같이 충분하지 못했을 당시, 우리도 그랬습니다. 먹고 살만해 지니, 구매력이 높아져 가치에 대한 정당한 지불을 할 만한 여건이 되면서 부터 도덕적 이슈에 대해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보릿고개를 겪어보지 못한 저이지만 그래도 많은 한국 기업들이 다른 선진국의 제품들과 흡사한 제품을을 쏟아 내면서도 애국주의 마케팅을 통해 성장해 가는 모습을 봤지요. 먹고 살기 급급할 때는 "그래도 이게 어디야." 또는 "이정도면 국산제품도 괜찮네."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다만 당시 그들의 수익이 국내에 한정되어 있었고 다른 경쟁사들의 주목을 끌지 못한체로 시간이 흘러 현재의 고도화된 회사로 변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상황 또한 국내에 한정된 것이라고 보면 의미상 우리나라의 과거와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는 게 다릅니다. 그래서 주목을 받고 비난을 받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의 싼자이 제품들이 옳다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싼자이라는 의미를 조금 더 깊이 알고 들여다보면 단순히 카피가 목적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비자의 니즈는 같은데 소비자의 구매력은 아직 낮은 상태인 국가에서는 카피냐 아니냐가 논점이 아닌 것이지요. 과장된 비유를 하자면 이 시장은 아직 도덕적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할 준비가 안되어 있는데, 또는 관심도 없는데, 밖에서 자꾸 그런 관점을 들이밀고 있는 형국인것이지요.


글을 마치면서 드는 생각은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는 판단을 하실 필요는 없으실 것 같습니다. 그저 이 나라의 다름과 배경을 조금 더 이해하실 수 있으시면 현재 중국의 상황이 조금은 더 재미있게 느껴지시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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