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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 Jul 08. 2019

동경하는 이가 있다는 건

동경의 괴로움과 즐거움



  새로 알게 된 사람은 처음엔 기억이 날 듯 말 듯, 평범한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세 번
거듭 볼수록 그 사람을 더 찬찬히 들여다보게 된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던가. 나에게 중요하지 않던 것이 중요해지는 과정은 새삼 즐겁다. 어느새 그 사람의 삶이 궁금해지고, 동경심을 품게 된다. 좀 더 가까이 지켜보고, 바라보고, 내 삶에 한 줄기의 빛은 못 되더라도 미약하게 일렁이는 불빛이라도 되어줬으면 하는 기대를 애써 짓누르고선.



  때론 동경하는 이의 일면을 낱낱이 알게 되는 건 실망을 자아내기도 한다. 완벽해 보였던 것이 실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게 흔들리는 존재였음을 알게 되며, 종래에는 모두가 같은 인간이라는 배신감과 동시에 이유 모를 안도감을 얻기도 한다.


  요새 동경심이 드는 이들이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들을 보며 혹시나 또 허황된 실망을 느낄까 약간은 두렵다. 내가 가지고 싶은 일면을 소유한 이들이,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이, 실상은 본질적으로 견고하지 않음을, 견고했던 것은 오로지 나의 환상뿐이었음을 깨닫는 과정은 괴롭다.






 하지만 세상과 인간에 대해 대체로 냉소적일지라도, 아직 세상에는 사랑할 이들이, 사랑할 것들이 조금은 더 남아있다는 생각에 살아갈 활력을 얻는다.



  아무도 동경하는 이가 없던 고독한 삶도 나쁘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내 마음속에 누군가로 차오르는 기분 또한 참 오랜만 순수한 기쁨이다. 내가 이다지도 쉽게 동경을 품는 사람이었던가.



  평범한 이들에게서 동경의 포인트를 찾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동경의 설렘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 끊임없이 동경하는 행위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교차하는 삶. 그것도 꽤나 멋지겠는 걸, 하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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