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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 Jul 29. 2019

무기력의 원인

 주말을 대부분 잠으로 보냈다. 전날 잠을 못 잔 것도 아니요, 심신이 피곤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눈을 뜨고 싶지 않은 마음에 따가운 햇살 아래서 오지 않는 잠을 거듭 청하고, 이불 속에서 나오지 않았다.



 무기력이 찾아오는 경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는 반복되는 이 상황에서 모종의 법칙을 알게 되었다. 무기력의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높은 관계성이 있는 무언가를.




 무기력에 시달렸던 순간에는 항상 '하기 싫은데 안 하면 곤란한 일'이 반드시 존재했다. 나에게는 주로 생계와 관련된 일이었다.

 나의 경우 직업이 적성에 너무  맞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으나, 딱히 다른 방도가 없었다. 나에겐 내 직업 자체가 하기 싫은 일이었다. 흥미도 없고 잘하지도 못했다. 이를 억지로 해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퇴근하고는 단순하고 자극적인 오락거리나 서핑에만 심취하게 되었다. 잠시 이성적인 상태가 돌아오면 괴로워하며 후회만 이 굴레를 벗어날 힘은 나질 않았다.


 직장에서 중요한 심사를 앞둔 주간에는 늘 무기력에 시달렸다. 이런 경우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어쨌든 하기 싫어서 데드라인까지 발버둥 쳐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하긴 했다. 심사가 끝나면 저절로 무기력도 조금씩 회복되었다.

 좀 더 심각했던 건 누군가가 평가하지 않고 데드라인이 없는 일, 하지만 나의 생업과 생계를 위해 하지 않으면 곤란한 끊임없는 일들이었다. 이럴 경우에는 무기력을 더 오래 앓았음에도,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어서 나에게 압박감을 주고 있단 사실조차 인지하기 쉽지 않았다. 그렇게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삶좀먹 있었다.



 내가 어떤 것을 하기 싫다는 마음은 민감히 눈치 채지 않으면 의외로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계속 해왔기 때문에 타성에 젖어 할 수도 있는 것이고, 어쨌든 안 하면 안 된다는 이유로 고민할 여유조차 없을 수 있다.

 무기력도 하나의 증상이자 몸의 신호이다. 이유 없이 자꾸 축 처지고, 만사가 공허하고, 삶의 기쁨을 느끼지 못할 때, 무언가에 짓눌려있지는 않은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하기 싫은 일은 무작정 피하고, 하고 싶은 일만 골라서 하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이유 없는 무기력이 자꾸 일어난다면, 내가 싫은 걸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억압된 부분이 있진 않은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가 조금은 칭얼댈 수 있도록 잘 들어주고, 맛난 것도 먹여주고, 문제를 당장에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충분히 고민해보는 과정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른이 되고부턴 일일이 울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내면의 울음이 모여 무기력이 된 게 아닐까. 제까지의 나에게 조금 미안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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