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삶을 살고 싶어
지금처럼 노동만 이어지는 삶을 사는 채로 나이가 들어 삶을 회고한다면,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 것만 같다. 지금의 삶은, 나다운 삶과는 조금 동떨어진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삶이 나쁜 건 아니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원하는 삶은 아니다.
일이 노동이 아닌 놀이처럼 느껴지는 삶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고, 나도 창작을 내 업으로 삼기 위해서 나름의 노력을 꾸준히 해오고 있으나 쉽지만은 않은 형편이다. 조금 비관적으로 말하자면 현실성이 많이 낮은 얘기란 생각이 든다.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생각해보았을 때,
2년 일하고 1년 쉬는 사이클
을 반복하는 것은 꽤나 괜찮은 삶의 순환이라고 여겨진다.
2년 정도 바짝 일하고, 모아둔 돈으로 1년을 쉬면서 살면 되지 않을까?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하는 터라 쉬더라도 생활에 많은 비용이 들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사이클의 삶을 살기에 걱정이 되는 것은,
‘쉬는 동안 오히려 무기력하게 지내면 어떡하지?’
‘그 시간을 잘 보낼 자신이 없다.’와 같은 점이었다. 멀리 생각하지 않더라도, 당장에 나는 지금도 주말에 뭐를 하고 싶다는 것이 뚜렷하게 없어서 빈둥거리는 때가 잦다. 모든 의욕을 상실하고 밥도 잘 챙겨 먹지 않은 채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가 과연 휴식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다.
일단 휴식의 기간 동안 나는 뭘 하고 싶은지 정리해보았다. 하고 싶은 게 있긴 한 걸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뭘까.
- 혼자 여행 다니기
- 작품 만들기
- 책 읽기
- 가족과의 시간
- 사람 만나기
- 요리하기
- 운동하기
요 정도가 있겠다. 적어 내려가다 보니, 내 속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 나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지 않아. 나는 별거 없는 삶을 살고 싶어.
쉬다 보면 불안해지고, 불안해지다 보니 생산적이지 않은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건 낭비라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결국에는 쉬기로 마음먹었던 원래의 의도를 헤치게 되고 내가 원하는 삶과는 멀어진다.
생산적인 것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선행해야 할 마음가짐이고,
그다음으로 ‘나는 만족스럽게 잘 쉴 수 있을까?’는 물음에 자신을 갖기 위해
앞으로 주말과 휴일만이라도 온전하게 잘 보내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결심했다.
그렇게 충실한 휴식의 시간을 보내는 데에 능숙해지고,
‘나는 잘 쉴 자신이 있다.’
‘이런 휴식의 삶을 더 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든다면
2년 일하고 1년을 쉬는 사이클도 도전해보면 괜찮을 거 같다.
물론 그 사이클을 살기 위해서 내가 포기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그걸 감내하고서라도 그런 삶은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삶의 목표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꾸려나가는 게 아닐까.
남들이 하라는 대로의 삶을 살거나,
자기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공허함에 시달리는 삶은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비극이다.
오늘의 고민이 내가 원하는 삶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한 걸음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