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직을 거의 포기해왔었다. 창작자로서의 삶을 준비하면 할수록,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실감하게 될 뿐이었다. 떠나고 싶었던 현재 직장에 대한 감사함마저 생길 따름이었다.
지금의 일이 싫은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끔찍할 만큼 매일을 버텨내는 것이 힘겹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 일에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과 싫어하는 부분을 구별할 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부분을 충분히 누리자고 생각하며 만족도도 높아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일이 주는 익숙함과 만족감 사이에서도 계속 때때로 찾아오는 이직의 욕구가 더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이직의 욕구는 현재의 일에 불만족을 느낄 때 찾아오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에도 이렇게 이따금씩 이직의 욕구가 생겨나는 걸 보면 현재의 만족도와 무관한 무언가가 있음을 느낀다.
그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것은 '보다 의미를 추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물론 지금의 일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생계를 위함이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만이 의미를 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나는 이직을 해야 할까?
고민 끝에 내린 답은, '이직'이라는 틀에 갇히지 말자는 것이었다. 의미 있는 일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꼭 돈을 떠나서 당장에도 할 수 있다. 의미를 추구하는 일에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닌데, 의미 있는 일로 '이직'을 하려고 하니 자꾸 일과 돈을 결부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먹고살긴 해야 하니 괜히 직장을 그만뒀다가 굶어 죽는 건 아닐까 걱정하고, 그러다보면 의미 있는 일이 과연 얼마치의 돈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를 재는 나 자신을 보는 것은 아이러니했다.
앞으로는 이직을 한다, 하지 않는다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찾아 스스로 행하다 보면 더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거나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의 일 또한 이직을 위해 거쳐가는 중간 단계가 아닌, 내 삶의 일부이자 감사한 시절이라고 생각하며 충실할 것이다.
처음에는 이직을 하는 시점의 기준도 돈이었다.
어느 정도 나의 입지가 쌓여서 안정적으로 생계가 유지된다면 이직을 해야지, 하고 막연히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얼마를 벌건,
새로운 일에 도전할 기회와 지금의 일이 양립할 수 없는 시점이 오면
지금의 일을 그만둘 것이다.
돈이나, 나의 입지와는 상관없이.
나는
돈과 생계에 대한 걱정으로
새로운 세계에 대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고,
이직에 대한 열망으로
현재 일의 즐거움과 감사함을 잊고 싶지 않다.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