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새로운 과일을 먹어보았다
타고난 신중한 성향과 더불어 내적 평온과 안정을 추구하고자 하는 덕에, 자연히 절제된 삶을 살게 되었다.
호기심이 적은 성격도 한몫을 하겠지만, 스스로도 궁금증이 일 때마다 자신을 자제시키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잠시 마음이 이끌리는 것이 있어도 늘 별 거 아닐 거라는 다독임을 스스로에게 되뇌곤 했다.
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한 마디로 설렘을 절제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어김없이 평소처럼 마트 앞을 지나는데 무화과가 세일하고 있었다. 그저 지나치려다가, 나의 마음을 일렁이는 이 호기심을 놓고 싶지 않았다.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과일. 무슨 맛일까.
결국 무화과 한 상자를 품에 들고 텅 빈 집으로 돌아왔다.
먹어보니 별 건 없었지만 좋았다.
나의 사전에 새로운 과일이 추가되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뿌듯했다.
너무 어른이기보다는, 가끔은 아이처럼 새로운 것에 설레 하고
별 거 아닌 것을 별 것처럼 여길 줄 아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은 아보카도를 샀다.
역시나 별 건 없었지만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거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