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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외인 Sep 27. 2023

무기력을 부르는 이해

이대로 괜찮은가?


요사이 크게 분노하지 않는 편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일 것 같다. 딱히 내가 세상에 기여하는 것 같지 않고, 그저 내 앞가림 정도 잘하고, 곁의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고 하루를 보내면 된다는 생각 정도가 은연 중 깊숙이 각인되어 있지 않나 한다.


타인에 대해서도 크게 화가 나지 않는 이유는 이해와 동의가 동의어가 아님을 알고나서였던 것 같다. 어떤 사람의 말과 행동을 이해해야만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이해'에 초점을 맞춘 사고를 하다보니 그저 '이해'에서 멈춰버린다. 이해는 하되 동의하지 않는 지점을 부딪혀서 서로 간의 차이를 드러내고 그 간격을 줄이거나 일치시키려는 노력(실천)을 해야하는데 그걸 해낼 에너지도, 자신감도, 동기도 없다. 


이렇다 보니 교육한다는 행위 자체가 이해에서 멈추어 몇 마디 말을 통해 나의 의사를 전달하는 차원에서 그친다. 결국 학생과 나 서로가 크계 예의를 벗어나지 않게 말과 행동을 하며, 서로의 위치에 피해주지 않을 선에서 적당히 넘어가는 선에서 멈추는 것 같다. 


솔직히 타인을 '이해'한다고 나는 생각하지만 그것도 모르는 일이다. 왜냐하면 부딪힘이 없으니 내 머릿속에서만 그의 말과 행동을 내 사고와 경험을 토대로 해석하고 있으니 온전한 이해라고 하기도 뭐하다. 다만 말로써 내 생각을 전해주고 그에 대한 응답을 받는 정도인데...그마저도 어쩌면 단지 상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응대 정도가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그래서 요즘은 고요하다. 평온함과는 다른 고요함. 뭐라 말해야할까...뭔가를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데 기계적으로 행하면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반향을 흡수하여 흘려버리는 고요한 상태? 어떤 단어로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벌써 40대 후반으로 가고 있다. 건강 지키고 체력을 길러 에너지를 확보해야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아주 가끔 혼잣말처럼 생각한다.


이대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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