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선 Aug 10. 2021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

포트코브 주립공원

한랭 지옥의 밤과 같은 첫 캠핑을 마치고 나서도 우린 곧바로 다음번 캠핑 준비를 나섰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어찌 그런 추위를 겪고도 계속 캠핑을 할 생각이 들었나 싶은데, 아마 아주 높은 확률로 ‘이미 텐트와 침낭을 사버렸기 때문’이었던 것이리라. 식당에 가서도 웬만큼 맛이 없더라도 음식을 남기는 법이 없고, 물건을 사면 반드시 본전을 뽑고 싶어 하며, 버스가 한 시간이 지나도록 안 와도 이제껏 기다린 게 아까워 마냥 기다리는 성격 인지라, 텐트와 침낭을 사놓고 썩히는 일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어쨌건 첫 캠핑의 교훈으로 또 다른 지름신을 이어나갔는데, 당시에는 주변에 어떤 장비를 사야 하는지 알려줄 만한 친구도 없었고, 한국 웹사이트에서는 캠핑 정보도 없었으며, 또 주머니 사정도 넉넉지 않아서, 우리가 원하는 기능을 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장비들을 사 모았다.


일단 장작을 쪼갤 수 있는 손도끼 하나, 바닥 습기 및 한기를 막아줄 만한 타프와 에어 매트리스를 사고, 그리고 코스트코에 가서 동일한 모양의 침낭을 하나 더 샀다. 우리가 캠핑에 관심을 보이자, B 섬에서 친하게 지낸 할머니 한 분께서, 본인이 예전에 쓰다가 치워 버린 중고품 장비들 - 스토브 (버너), 스테인레스 식기류, 재래식 화장실 소독약 등을 물려주셔서, 그걸로 한동안 캠핑을 즐길 수 있었다. 최신식의 고급 장비가 있었다면 캠핑이 더 편하고 수월해졌을지는 몰라도, 우리에게 있어서 캠핑은 자연 속에서 노숙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사치스러운 취미였기 때문에, 오래된 중고품 장비라고 할지라도 감사하게 잘 활용했었다. 게다가, 개인주의가 만연한 캐나다 사회에서는 고급 장비라고 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사는 법도 없고, 중고품을 쓴다고 해서 딱히 부끄러울 일도 없었다.


근데, 뭐, 당연하게도, 이런 장비류들에서는 사실 가격이 어느 정도 퀄리티를 보장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너무 싼 장비들은 몇 년 지나지 않아 곧바로 또 교체해야 했는데, 마지막엔 텐트가 4개가 되고, 침낭이 6개가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나를 사더라고, 자신이 그때 감당할 수 있는 최고의 제품을 사서 가능한 한 오래 쓰는 것이 결국 돈을 아끼는 거라는 법칙이 캠핑의 세계에서도 통용되긴 했었다.


 번째 캠핑의 장소는 스쿼미시 (Squamish) 근교에 있는 포트코브 주립공원 캠핑장 (Porteau Cove Provicinal Park Campground)으로 광역 밴쿠버 주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주립공원 캠핑장이었는데, 일단 대부분의 사이트에 전기가 들어오고 (워크인 제외), 이동통신도  잡히는 데다가, 대부분의 사이트가 해변과 접해 있어서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그리고 바다를 구경하면서 캠핑을   있다는 장점이 가장 크겠다 (재수가 좋으면, 사이트에서 고래도   있다). 게다가 여타 BC 주립공원과 달리 울창한 침엽수도 없어서 햇볕도 제법 많이 들어오고, 밤에는 별도 하늘 가득히   있고, 어떨 때에는 오로라도 직관했었다는 소문도 있다.


이렇게 거의 모든 걸 다 갖춘 캠핑장인데 막상 사이트는 몇 개 없어서 (44개의 Car camping 사이트와 16개 워크인 사이트), 연휴 때 예약하기 가장 어려운 사이트로 악명도 높다. 그래서인지 예전에는 주중부터 예약할 수 있는 은퇴한 노인 캠퍼들이 많았었는데, 팬데믹이 터지고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젊은 사람들이 캠핑장에 와서 일하는 것도 많이 보이게 되었다. 전기가 들어와서인지 대형 RV도 많이 보이고, 간혹 테슬라와 같이 전기 자동차도 보이고, 텐트 안에 전기난로나 전기장판을 쓰는 사람도 있다.


2005년 당시에도 매우 인기가 많았던 캠핑장이었지만, 당시 우리 부부는 둘 다 취업 준비 기간이라 주중에 하룻밤 날을 잡아서 캠핑을 예약할 수는 있었다. 이번에도 여념 없이 삼겹살과 소시지, 그리고 라면을 싸가지고 출발을 했고, 나름 숙련된 캠퍼처럼 손도끼를 이용해서 주립공원에서 장작 뭉치를 넉넉하게 산 후 잘게 쪼개어 불을 비교적 쉽게 붙였다. 이렇게 식사 후 불멍까지는 아주 순조로웠다.


밤이 이슥해지자 에어 매트리스를 펴고 잠을 청했는데.. 아놔… (싸구려) 에어 매트리스가 그렇게까지 불편할 수 있을지는 상상도 못 했다. 일단 몸을 어디로 기대고 자든지 간에 허리 부분이 내려앉았고, 옆에서 자는 사람이 (혹은 강아지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때에는 꿀렁꿀렁하면서 진동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게다가 위치를 알 수 없는 어딘가에서 바람이 새는 건지, 한 시간이 지나면 매트리스가 많이 가라앉아버렸다. 그리고…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하나도, 정말이지 하, 나, 도 막아주지 못해서, 또다시 15분마다 깨는 한랭 지옥의 밤이 반복되었다. 아.. 정말.. 캠핑이란 게 원래 돈 주고 노숙하면서 사서 고생하는 거라 하더라도.. 뭔가 조금 더 편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말이지..


아내는 그래도 강아지를 침낭 속에 집어넣고 누워서 조금이라도 잠이 들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추위와 싸우느라 다시 한번 몸을 최대한 웅크려야 했다. 아.. 쒸.. 내가 미쳤지.. 뭘 믿고 4월에 캠핑을 하는 거냐고.. 그러다가 (정신이 혼미해져 기절을 한 건지, 아님) 잠시 잠에 들었는데 아마도 새벽 1시나 2시였던 것 같다. 갑자기 굉음의 기적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옆에서 기차가 하염없이 지나가고 있었다. 응? 그러고 보니, 공원 입구 즈음에 선로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정말 기차가 다니는 길이었구나. 근데, 왜, 지금 이 시각에???? 아니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 오밤중에 꼭 저렇게 기적소리를 울려가면서 가야 하는 건가? 자기는 일하는데, 우린 놀고 있어서 약이 올라서 그런건가? 이것들이 지금 인종차별하나? 깜짝 놀라 깨어난 우리 강아지도 짖어 대고, 영양가 없는 하나 마나 한 불평을 해가면서 잠에 들다가 깨고, 다시 들다가 깨고 반복하는 밤이었다.




포트코브 주립공원 (Porteau Cove Provincial Park. https://bcparks.ca/explore/parkpgs/porteau/) : 웨스트 밴쿠버에서 스쿼미시 방면으로 99 도로를 타면 30 정도 거리에 위치한 작은 주립공원이다. 광역 밴쿠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캠핑장으로 예약 가능한 시점 (원래는 4개월 , 2021 현재는 팬데믹 관련 조치로 2개월 전이었지만, 2023년 1월 3일부터는, 팬데믹 이전과 같이, 다시 4개월 이전부터 예약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아침 7시가 되면 처음 1 안에 예약이   버린다. 골든이어즈 골드크릭 캠핑장처럼 연중무휴로 운영을 하고 예약을 받는다. 공원 입구 근처에 있는 피크닉 시설이나 보트 트레일러를 위한 주차시설 등도 당일 오전 9시경이 되면 가득 찬다. 바닷가에 위치한 , 전기가 들어오는 , 스마트폰 이동통신이 잡히는 점이 매력적이라서 그런 듯하다. 44개의 Car camping 사이트와 16 워크인 사이트를 가지고 있고,   22 car camping 사이트와 9 워크인 사이트가 해변에 접해있다. 텐트에서 10 거리에 바닷물이 있는 것이다.


같은 BC 주립공원이라 하더라도 관리 회사 (혹은 관리팀) 각각 다른 경우가 있는데, 골든 이어즈 (Alouette Park Management 에서 관리) 비해 이곳 포트코브 주립공원 (Sea to Sky park management 에서 관리)  관리 상태가 좋다는  금방  수가 있다. 청소 상태도 좋고  군데 놓인 재래식 화장실의 경우, 팬데믹 기간 중에도 세정제가 항상 비치되어 있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엔, BC 주립공원 차원에서 방문객 각자에게 세정제를 가져오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역시나, 캠핑장에 체크인하면 관리인이 “엊그제 여기 곰 두 마리가…” 등의 레퍼토리를 늘어놓을 텐데, 이 공원에서 가장 성가신 건 독수리와 너구리, 그리고 바닷바람이다. 작은 강아지의 경우 끈 없이 풀어놓으면, 십중팔구 독수리 발톱에 매달려 날아가는 꼴을 보게 된다. 식탁 테이블에 음식을 남겨 놓으면 너구리가 와서 죄다 훔쳐 가는 경우도 있다. 어떤 너구리는 차 안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기도 한단다. 해변에 캠핑장이 있는지라 가끔 강력한 해풍 때문에 텐트가 날아갈 것처럼 출렁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럼 텐트 안에 누워 있다가도 발로 폴대를 받쳐야 한다), 심각한 강풍주의보가 내리는 날에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캠핑장에서 쫓겨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 경우 정식 절차를 밟아 환불을 받으려면 약 한 달 정도 걸린다. 매우 캐나다스럽다).

포트코브 (Porteau Cove) 주립공원 캠핑장

 

가까운 시내 : 스쿼미시

광역 밴쿠버로부터 접근성 : 5/5

이동통신 / 데이터 : 잘됨

프라이버시 : 2/5

수세식 화장실 / 샤워실 : 있음

시설 관리 / 순찰 : 4/5

RV 정화조 : 있음

RV 급수 시설 : 있음, 좋은 수압

캠핑 사이트 크기 : 3/5 ~ 4/5

나무 우거짐 : 2/5

호숫가 / 강변 / 해변 : 있음

햇볕 : 4/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