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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아빠 Feb 22. 2022

산타 자연선택설.

산타도 알고보면 진화했다.

산타에게는 두 가지 비밀이 있다.

유년기에 한번, 청년기에 한번.

그렇게 세월을 격하여 산타의 두 가지 비밀을 들었다.

산타가 허구라는 비밀을 알게 된 유년기의 감정은 실망과 슬픔이었고,

현재의 산타 이미지가 한 겨울에도 코카콜라를 팔기위해 만들어 낸 이미지라는 비밀을 들은 청년기의 감정은 놀라움과 흥미로움이었다.

녹색창에 코카콜라와 산타의 관계를 검색해 보면 하나같이 이렇게만 서술해 놓았다.

"현재 우리가 아는 산타의 이미지에 대한 비밀을 아세요?

뚱뚱한 몸매 여유 있어 보이는 귀염상 얼굴에

흰 수염에 빨간 옷.. 이 모든 이미지는 사실 코카콜라가 만들어 낸 이미지랍니다."

"특히 산타가 빨간 옷을 입게 된 것은

코카콜라의 브랜드 컬러인 빨강 때문에 설정된 것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러한 산타의 이미지는 1931년 코카콜라 광고를 담당한 헤든 선드블룸이 창조했습니다"

......라는 식의 이야기뿐이다.

코카콜라 공홈에서의 주장과 같다.

하나같이 같은 이야기의 포스팅을 보노라면 스토리텔링의 막강한 파워를 실감한다.


그런데 녹색창을 벗어나 구글에 검색을 하면 한 기업의 브랜드를 위한 스토리텔링은 사라지고 다른 이야기가 쏟아진다.


산타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흰색이 배합된 빨간 옷, 뚱뚱한 몸매, 흰 수염 같은 외모와 넉살 좋고 유쾌한 성격이다.

그런데 코카콜라 교단과 코카콜라의 산타 창조설을 믿는 신자들의 교리와는 달리,

이런 산타의 이미지를 코카콜라가 만들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과거에는 수많은 산타가 존재했다.

유일한 공통점은 흰 수염을 가졌다는 것뿐이다.

독일 작가는 독일 옷을 입히고 폴라드 작가는 폴란드 옷을 프랑스 작가는, 러시아 작가는...

어떤 산타는 바지를 어떤 산타는 숄과 망토를 어떤 산타는 풀오버 후드를..

옷 색상도 다양하여 파랑 흰색 녹색 보라색 회색 검정 빨강 노랑 그야말로 산타 춘추전국시대였다.

 


토마스 네스트의 작품들


외모의 다양성과는 별개로 유쾌하다는 게 특징인 산타의 성격은 1823년에 이미 정형화되었다.

전형적인 산타의 컬러와 이미지는 1870년에 만화가 토머스 네스트가 오리지널로 인정받는데, 그가 투고하던 잡지에 무려 20년 동안이나 실렸었고, 이러한 토머스 네스트의 스타일은 미각적으로 아름다워 1900년대 초기까지도 여러 화가들에 의해 모방되었다.


그렇다. 1931년 헤든 선드블롬은 그 많은 산타중 하나를 선택해서 더 사랑스럽게 만들었을뿐이다.결국 헤든 선드블룸의 삽화들로 코카콜라가 만들어 낸 것은 산타의 시각적 이미지가 아니라 정서적인 이미지였다.

코카콜라는 산타의 이미지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자사의 브랜드 컬러와 맞아떨어지는 하나의 획일적인 이미지를 선택하여 대중화시킨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여러 세기에 걸쳐 산타는 숱한 색깔의 옷을 입었다.

굴뚝을 통해 드나드는 직업의 특성상 옷에는 재가 묻어 있는 게 합리적이란 이유로 회색과 검정 옷도 많이 입었는데..

결국 전 세계의 굴뚝을 하룻밤 안에 다 드나들어도

선명한 빨강과 눈부신 흰색을 유지하는 흰빨이 승리하고 말았다.

만약 콜라 브랜드 컬러가 녹색이었다면

오늘날 산타는 녹색 옷만 입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산타는 코카콜라에 의해

창조된 게 아니라,

자연선택된 셈이다.


근데 그 이야기를 차용한 블로거와 저자들은

왜 간단한 교차검증도 없이

코카콜라 마케팅의 허구를 그대로 받아 썼을까?

팩트란 게 개뿔 매력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책이나, 강연에 긍정적 견해를 견지하는 것의 중요성,

성공과의 밀접한 인과를 강조한다.

사람들은 부정적 견해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팩트를 피력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일정한 세계관을 부정해야 한다.

익에 도움이 될 스토리텔링을 만들 소재로도 적합하지 않다.


뿐만 아니라 우리 뇌는 팩트를 원하지 않는다고 하니..팩트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역화 효과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관과 부합하지 않는 팩트를 접하면 3단계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1. 반발한다.

2.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여 묵살한다.

3. 기존의 편견이나 거짓에 대한 신뢰를 강화한다.

그래서 퓰리처 수상자.

엘리자베스 콜버트는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우리 마음을 바꾸지 못한다. 사람들은 정확한 정보는 무시해 버리기 때문이다. 때문에 타인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어쩌면 누구도 코카콜라 마케팅의 진위에 관심 가지고 싶어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산타는 그저 존재한다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라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굳이 더 한다고 해도

우리가 좋아하는 코크의 레전드 마케팅과 페어링이 유쾌하다.

또한, 토마스 네스트의 노티 나는 산타보다.

코카콜라의 선드블롬이 그린 사랑스러운 그림을 보고 따뜻한 감정을 느끼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 유익하다.


이처럼 가상의 팩트.. 일종의 대안적 진실은 매력적이다.

먹지도 못하고 쓸데도 없는 팩트 따위보다는..

"산타는 사실 코카콜라가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낫다.

부정의 단어나 과정이 배제되어, 새롭고 재미있고,

누구나 좋아하는 두 가지 유용한 것의 믹스매치를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리고.. 세상에..

굴뚝을 들락거리다 보면 재가 묻는다고

산타에게 회색 옷을 입혔다니!

그딴 걸 누가 보고 싶어 할까?

사라져 마땅하다.

오늘날 그런 산타를 안 보게 해 준

코카콜라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를 전한다.

보기만 해도 행복한 선드블룸의 산타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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