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의 기록 下

원주에서 둘째 날

by vanitas
IMG_5396.JPG 원주 헌책방 대성 서점

3. 헌책방 대성 서점

나는 헌책방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곳에서 주로 찾는 것은 도판이 많은 잡지다. 특히 '공간'이라는 건축잡지를 찾는다.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출판되고 있는 꽤 유명한 잡지인데, 나는 주로 7,80년대 출간된 잡지를 찾는다. 60년대는 찾고 싶어도 잘 없고, 찾는다 해도 비싼 편이다. 또 출간일이 오래된 시집을 즐겨 찾는데, 오래된 활자로 쓰인 시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한결 나아짐을 느끼기에 그렇다. 어느 도시에 방문하건 헌책방을 검색하고 그곳에 방문하는 것이 나의 일정한 여행 코스 중에 하나가 되어버렸다. 대성 서점은 원주에 있는 유일한 헌책방이라고 한다. 2층에는 책방이 있고, 3층에는 콜라텍이 있다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리는 두 개의 간판을 보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시쯤 방문한 책방에는 사장님 대신 사장님의 친구분이라는 분이 카운터에 앉아 나에게 인사를 건네주셨다. 그동안 방문했던 헌책방 중에 공간의 크기는 가장 컸지만, 책은 엄청나게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대신, 책을 마음 놓고 구경할 수 있도록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의 폭이 커서 좋았다. 다른 헌책방은 쌓여 있는 책이 쓰러지면 안 되기에 아주 조심히 몸을 최대한 얇게 펴고(?) 돌아다녀야 한다. 아쉽게도 잡지 공간은 찾지 못했지만, Peter Cook이라는 건축가의 화집과 만날 수 있었다. 낯선 공간에서,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내 작업관과 비슷한 아티스트를 만난다는 것은 무척이나 흥분되는 일이다. 이렇듯 아주 가끔 헌책방에서 이런 가슴 떨리는 조우에 나는 이 장소를 참으로 좋아한다. 이 외에도 70년대의 고등학생들이 공부했을 철학 교과서, 공간에 대한 이론서를 하나 구입하였다.


4. 미로예술 원주중앙시장

미로예술 원주중앙시장은 1950년대 원주 중앙동 일대의 5일장을 시초로 1970년대 철근콘크리트로 건물이 건립되었다고 한다. 미로예술 원주중앙시장은 을지로가 생각나는 곳이다. 어둡고 미로같이 복잡하지만 잘 걷다 보면, 뜻밖의 멋진 장소와 맞닥뜨리게 된다. 낡고 오래된 건물이라고 해서 허물고, 새롭게 도시를 조성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고 지역의 역사를 기억함과 동시에 예술과 문화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지역의 고유한 특색을 반영한다면 자연스럽게 타 지역과의 독특한 차이점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지역만의 경쟁력도 생긴다. '동경 수선'이라는 찻집에 들러 말차 라떼를 한 잔 마셨다. 누가 그랬는가. 커피는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로 먹는 것이다. 그 이의 말에 따르면, 이 곳의 라떼는 정말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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