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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itas Jun 09. 2019

생에 대한 인터뷰


그녀는 미싱공이었다. 

슬하에 여섯 살 난 딸아이가 하나 있었다.

남편의 직업을 그녀는 정확히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그냥 이런저런 일 많이 하던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노름과 술로 세월을 보내다 갑작스레 연락이 끊긴 채 산지 벌써 5년이 넘어간다고 했다.

무소식이 희소식 아니겠냐며 너스레를 떠는 그녀 앞에서 나는 객쩍게 웃었다. 

아이는 허공에 두 발을 번갈아 가며 휘젓고 있었다.

입에는 내가 사다 준 막대 사탕이 물려 있었다.

덕분에 볼록하게 솟아오른 한쪽의 볼이 귀엽다기보다는 애처롭게 느껴져 순간 흠칫하였다.


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였다.

일하는 여성의 사진을 왼편에, 생에 대한 인터뷰를 오른편에 넣어 출판하기로 담당 편집자와 이야기가 오고 간 상태였다.

편집자는 이 책은 판매량이 좋지 않을 것이라 가감 없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일 뿐 말로써 대꾸는 하지 않았다.

그는 내 고갯짓에 힘을 얻었는지 연이어 말을 했다.

사람들은 힘들고,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아요.

게다가 그들의 이야기를 돈 주고 사는 것도 아깝다고 생각하고요. 

자기네들 사는 것도 퍽퍽한데, 더 말라비틀어진 책을 사서 읽고 싶겠어요?


그는 이 책을 기획하고, 

나에게 이 프로젝트를 제안한 사람이었다.

근데도 이 책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뭔가를 기대한다는 듯 항상 열성적이었다.

나는 그의 그 일관성 없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또 한 편으로 이상하게도 그에게 근거 없는 믿음이 갔다.


그녀는 자신의 얼굴이 책에 나오는 것이냐며 환하게 웃었다.

웃을 때 접히는 눈가의 주름이 화사했다.

화사한 것이 꼭 아름다운 것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구나,라고 잠시 생각했다.


그녀는 인터뷰 막바지에 이렇게 말했다.

삶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삶은 나에게 버려진 것이다.

누군가가 쓰다 담은 생의 아직 분량이 조금 더 남아서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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