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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itas Aug 20. 2019

새로운 시인


그이의 언어는 똬리를 틀고 틀어 결국에는 저만이 알 수 있는 현학적인 글자 모양으로 표현되는 그림 같은 것이었다. 그 알 수 없는 말들을 쉴 틈 없이 떠드는 걸로 보아 퍽 외로운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하였는데, 또 한편으로는 제 마음을 쉽사리 보여주기 싫어하는 겁 많은 사내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그는 온종일 그림 같은 언어를 타자기로 두드렸다. 자신의 생각을 암유로 가득한 언어로 뒤바꾼 다음,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그는 자신의 글에 대해 사람들이 한참 동안 논쟁하는 것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역시 나를 쉽사리 이해해주는 이는 없구나. 나는 참 외로운 사람이다. 그리고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 상단의 새로고침 버튼을 계속해서 눌렀다. 새로운 댓글이 달리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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