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anitas Aug 26. 2019

어디에나의 존재


산책을 하다 우거진 수풀 속 철장 너머의 작은 소인국을 보았어. 아주 작은 사람들이 모여사는 아주 작은 나라말이야. 내가 그걸 실제로 봤지 뭐야. 실례를 무릅쓰고 그들을 몰래 훔쳐보았는데 말이야. 모닥불에 불을 지펴놓고 자기네들끼리 둘러앉아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며, 이따금씩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가 심각해졌다가. 별것 아닌 그 풍경이 너무나 편안해 보여 왈칵 눈물이 났지 뭐니. 왜 눈물이 났을까. 왜 나는 그들의 그 안락한 모습에 눈물이 났을까. 그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고 가슴만 답답할 뿐이더라. 샤워를 하고, 이를 닦고 있는데 문득 거울 속의 나를 보았어. 나는 원래 거울을 잘 보지 않는 편인데, 그 날은 이상하게 그랬어. 거울 안에 나를 보고 혓바닥을 내밀어 칫솔질을 열심히 하고, 위아래 잇몸도 닦고 몇 번의 가래침도 억지로 뱉어 내다가 결국에는 말이야. 가슴부터 끓어오르는, 발끝에서부터 저려오는 그 알 수 없는 외로움에 엉엉 울었지 뭐니. 


침대에 누워 창을 열고 불어오는 바람에 갈피없이 움직이는 커텐만을 바라보고 있다가 잠이 들었어. 꿈 하나 꾸지 않고, 아주 깊게. 

매거진의 이전글 새로운 시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