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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itas Apr 18. 2018

예의 없는 당신에게

Copyright 2018. chanmilim. All pictures cannot be copied without permission.


예의 없는 당신에게.


네 옆 그리고 앞에 있는 사람에게 책장을 넘기는 너의 손짓이 행여 불쾌한 기분일까 항상 염려하라.

약속 시간에 늦지 마라. 네가 늦은 그 삼십여분이, 그 이에게는 하나의 시를 완성 지을 위대한 시간일 수도 있으니.

섣부른 판단으로 그 사람의 결과물을 단정 짓지 마라. 그 사람에게 그것이 그 시간 안에 해낼 수 있는 최선이었고, 최대였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기를. 그것이 혹여 당신의 성에 차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선행되어야 할 것은 그가 할애한 시간에 대한 감사함이고, 그다음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 격식 있는 당부이다. 당신의 나긋한 요청을 거절할 이 누가 있겠는가. 

그 이의 이름을 기억하라. 선약된 만남에 앞서 그 이의 이름을 숙지하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 아니겠는가. 불가에서는 이름에 모든 것이 있다 하였다. 당신이 그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당신은 그 사람과 진정으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당신은 그러하지 못했다. 

듣고 싶은 대답을 정해둔 채 묻지 마라. 그것 만큼 쓸데없는 시간 낭비도 없다. 어째서 쓸모없는 감정 소모와 남을 것 하등 없는 심리전에서 승리하려고 하는가. 당신이 그 안에서 원하는 대답을 마침내 끄집어냈다는 것이, 그 이에게 이레 같은 하루를 송두리째 부서뜨렸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지. 


나는 오늘 당신과의 만남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절대 당신 같이 예의 없는 것은 되지 말자고. 

예의 없는 당신을 통해, 당신은 평생 될 수 없는 예의 넘치는 사람들에게 더 경이로워지는 오늘 밤이다.

나는 오늘 당신으로 인해 안녕할 수 없었지만, 당신의 오늘은 부디 안녕하길. 

그리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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