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전에 취직하기

새로운 시작

by Vanlomo

아이가 나의 손을 조금은 덜 필요로 하는 시기가 되자 난 나의 효율성에 다시 의문을 던졌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와 남편의 뒷바라지하는 일이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어릴 때 나의 수고는 꽤나 값어치 있다고 생각했고, 주변에서도 아이를 키우는 일이 더욱 경제적이라는 말도 해주었던 환경의 덕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때가 왔다.

내가 프랑스 미술 유학까지 다녀와서, 그래도 한 때 대기업 전략사업팀에 몸담았는데, 난 뭘 하는 걸까? 내가 진짜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이런 의문이 갈수록 더 잦아지면서 수많은 꿈을 꿨다. 나이 40대 중반이 되어서 꿈을 꾸다니, 아이가 돌도 안 됐을 무렵, 팀장님이 해주신 말이 내 맘속에 언제나 불씨처럼 자리 잡고 있었기에 자꾸만 그 말이 떠올랐다.

“캐나다에서는 뭐든 시작할 수 있어. 아이 좀 키우면 뭐라도 시작해 봐.”

그때는 그 말이 막연했고, 나에게 과연 올까 싶었다. 그래도 그 불씨 하나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갈팡질팡 하다가 미술 접목 유아교육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그간 영주권 영어프로그램 이후로 1년 남짓 아이가 학교에 가있는 동안 내 시간 충분히 신나게 가졌다고 생각했다. 9월, 모두가 여기저기로 돌아간 후, 마음을 먹었다.

내가 추진력하나는 빠른데 이번에도 내 추진력으로 맘먹자마자 가장 빠른 학기인 1월 학기에 지원했다. 우선 아이와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일이 우선이니 그 시간에 방해받지 않아야 하며, 집에서 최대한 가까워야 한다는 기준으로 학교를 선정하여, 공립컬리지 Domestic(영주권자 이상)에 지원가능한지 알아보고 바로 40불의 지원료를 제출했다.

지원 완료를 위해서는 요구서류들(Requirement Documents)이 있었다. 첫째, 영어시험(IELTS 6.5 이상), 둘째, Personal Reference, 셋째, 공인등록된 3-5세 프리스쿨에서 20시간 봉사활동과 그 기관으로부터 Professional Reference, 넷째, 학교커리큘럼설명회 참석. 그 이후 ‘completed requirements’가 뜨면 심사에 들어간다. 심사 후, ‘accepted’ 입학 승인이 되면 유아 응급처치 자격증을 따야 하고 범죄경력 조회를 하며, 입학에 가까워진다. 나는 현재 이 단계이며, 모든 항목을 완료한 상태이다. 이제 12월 중순 전에 입학금만 내면 이제 절차는 끝이다.


이렇게 절차만 나열하면 참 간단해 보이지만 서류를 지원하는 절차 중 어린이집에서 자원봉사를 위해서도 필요한 절차가 있다. 돈도 안 버는 그야말로 봉사활동임에도 개인이력서, 2명 이상의 추천서, 범죄경력조회는 기본으로 제출해야 한다.

그렇게 여러 군데 지원해서 자원봉사하면서 왜 학교에서 20시간의 자원봉사기간이 왜 필요했는지 알 것 같았다. 지원 전에 내게 적성에 맞는지 파악하라는 의도이면서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한지 기관선생님들께 판단에 맡기며 추천서를 받도록 하는 취지였다. 또한, 어린아이를 돌보는 사람으로서의 안전성을 확인하려는 절차로 보이기도 했다.

기존 수료한 영주권 프로그램 영어선생님께도 추천서를 받으면서도 느낀 점이 있다. 내가 오랜만에 선생님께 연락해서 추천서 부탁을 하고 레터를 잘 받으려는 그 절차가 그 사람 인성을 본다는 뜻인데 아무래도 어린아이를 돌보고 가르치는 일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그에 맞는 인성을 파악하려는 의도 같았다. 이러한 추천서 제도는 캐나다에서 너무 흔해서 이 추천서를 위해서라도 어디서 잘못하고 살면 안 된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학교 자체에서 보는 영어시험은 지원자가 영어로 하는 수업에 대해 이해가 가능한지와 에세이를 쓸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절차였다. 주제에 맞게 글을 몇 장 쓰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진을 빼고 시험 봤지만 그들 나름의 기준에 맞았나 보다. 이렇게 속전속결로 지원을 마치고 합격(?)이라기엔 너무 거창하지만 입학승인이 났다. 이 모든 일이 두 달 동안 일어난 일이다.


나는 프리스쿨과 데이케어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그 이야기는 또 나중에 풀어볼 생각이다. 그 안에서 만난 선생님들 대부분이 같은 학교 졸업생들이었다. 이 학교에 미리 다녔던 친구들이 하나같이 하는 이야기는 숙제도 많고 발표도 많단다. 과연 끝까지 잘 해낼 수 있을까?

내 목표는 50전에 다시 직업 찾기다!

내가 그동안 공부하고 전공했던 것들이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프랑스어로 어린이들 미술 가르치는 할머니 선생님이 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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