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에서 돈자랑하지 말라.

이민자의 삶

by Vanlomo

내가 영주권자 영어지원 프로그램을 참석할 때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리 반에는 대다수가 중국인이었다. 내가 굳이 이 나라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하려는 것은 아니고 사실을 말하기 위한 배경설명이다.

그들은 고등교육이상을 받은 영어를 대체적으로 잘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미디어에서 접하는 그들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그로 그럴 것이 중화사상에 사로잡혀 대륙의 위대함을 토로하는 이들은 영주권자일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여기에 사는 모든 중국인들이 그들과 같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수업에 한국인이 없었기에 더욱 그들과 같은 동양인이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동질감 느껴졌고 든든한 친구들이 됐다.

1년도 넘게 매일아침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3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 별의별 이야기를 다하며 가까워졌던 것 같다.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시간 우리는 아마도 ‘감정’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 우리 반에 딱 2명 있는 내 또래의 남자가 있었다.

주말 내내 와이프와 좀 다투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자신들이 가진 ‘콘도 및 하우스에 대한 관리의 어려움’이었다. 와이프는 관리가 너무 힘들다며 투덜댔다면서...

그럴 때 사용하는 미사여구, 관용어 등 이야기를 하며 쉬는 시간을 갖게 됐다.


선생님은 아마도 그들에게 조언을 해주려고 물으셨을 것 같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집이 몇 개이길래 그렇게 힘드나요?”

“Fifty"

"Fifteen? Fifty?" 아마도 큰 목소리에 나는 무슨 일이지? 하고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Five - Zero" 그러자 선생님은 자 그럼 나는 손 뗄게 라는 제스처를 하며 “여러분 쉬는 시간 이후에 만나요!” 하고 나가셨다.


나는 그래서 그 아저씨에게 다시 물었다. “뭐가 50인데요?” 그러자 “우리가 가진 집. 관리가 너무 어려워”

그러자 양쪽 옆에서 중국인 분들은 너무나도 자기 일인 것처럼 “그거, 매니지먼트회사 무조건 껴야 해요. 내가 아는 사람은 바쁠 거 같은데 누구 소개해줄까요? 어느 지역이에요?”

난리가 났다..... 와 대단하다. 누구는 1개도 가지기 힘든 집을 뭐? 50채?


하루는 친한(또 중국인) 아이의 친구 부모를 만난 날이었다.

그 당시 우리 집에는 물난리가 나서 수도와 전기를 다시 연결하는 며칠 동안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 고민되는 시기였는데 친구는 요새 본인의 에어비앤비 비니까 와서 있으라고 말한다. 결론적으로는 우리가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기에 안 갔지만, 에어비앤비에서 묻다가 몇 채를 관리하는지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아는 분이 글쎄 집을 50채 가지고 있단다. 그거 어떻게 관리해? 대단하지 않아?” 그러자,

“와 좋겠다. 우리는 12갠데.. 밴쿠버에 3개, 빅토리아에 9개. 근데 밴쿠버 3개는 딸들에게 청소하라고 하고 용돈을 주고 있어.”라고 말한다.


모든 중국인이 다 그렇게 집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들 모두 겉보기에는 누가 봐도 너무 평범한 아이의 부모들이다.

흔히 우리가 ‘중국부자’를 떠올리면 명품을 휘감고 허세를 부릴 것 같지만, 그들은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아끼면서 아이들에게 경제관념도 심어주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느 날, 아이의 프리스쿨 때 친구가 우리 아이와 축구를 하고 싶다고 부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이들은 근처 학교 잔디밭에서 축구를 하다가 갑자기 눈보라가 치는 바람에 급하게 근처 맥도널드로 가게 되었다.

그들도 물론 중국인 부부이다.

그 집은 둘째 아이가 어려서 항상 아빠와 만나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둘째 아이와 부부가 같이 왔다. 1시간 거리로 이사를 간다면서, 그래도 종종 보자고..

그래서 나도 물었다. “몇 번째 집이야? 중국인들은 10개 이상은 기본이던데? “ 농담 섞인 말투로 이야기했더니...

한숨을 푹 쉬며 또 농담을 던진다.

“하아... Why I'm not those kind of chinese people(왜 나는 그런 중국인이 아닌 거지?)...”

하면서 와이프에게 맥도널드나 데려와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바람에 모두 다 웃음이 터져서 눈물을 흘렸던 날이 있었다.


사람은 정말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특히나 밴쿠버에서는 더욱이 겉으로는 정말 모르는 것 같다.

한국에 가끔 가면 사람들의 옷차림과 행색에 위화감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이 불편하면서도 있어 보이려고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꾸미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서로 비교하며 자라왔으니까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옷차림은 단정함 정도만 차리면 되니까 너무나 편하다. 아이 등교시간에 무릎 나온 운동복을 입어도 몇 년째 매일 같은 외투를 입어도 우리가 궁금한 것은 그들의 하루가 안녕한지, 재밌는 일은 없는지 묻는 것이다.


내 아이도 겉보다는 속이 알찬 친구들을 만나며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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