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로 갈까? 토론토로 갈까?

밴쿠버가 왜 좋아?

by Vanlomo

아이가 태어나고 만 9개월이 되던 날 이민 가방 5개 가득 채우고 아기띠에 아이를 안아서 냉동 이유식과 함께 토론토를 향해 날아올랐다.


나는 30대 중반에 결혼했다. 회사와 집만 반복하던 그 시기에 친한 친구의 소개로 만난 남편. 남편과 나는 어린 시절 같은 동네에서 자랐던 공통점으로 빠르게 친해졌고 결혼도 빠르게 결정지었다. 결혼을 하고 임신 중기에 유산하는 아픔을 겪으면서 인생의 변환점을 찾고 인생은 내가 알 수 없는 곳으로도 흐르는구나 싶었다. 남들은 쉽게 지나가는 것 같아도 내가 겪어보고 주변을 보니, 참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묵묵히 아파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누구라도 원망하고 싶었고, 이유를 찾고 싶던 그때가 여전히 아프다. 그 시기가 결혼 1년 조금 지났을 무렵이었고, 감사히도 다시 아이가 찾아와 줘서 오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썼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캐나다로의 이민을 생각했다.


나와 남편은 둘 다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었다. 남편은 북미, 나는 유럽. 우리 둘 다 한국에 정착하고 싶어서 한국 회사를 입사하여 지냈지만, 결국 이민을 생각한 이유는 아이가 생기고부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교육시스템, 우리가 겪었던 입시 등 교육 환경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 시댁 가족이 모두 캐나다에 있었기에 제일 먼저 캐나다를 생각하게 되었다.


캐나다는 이민자의 나라이기에 각국에서 이민을 지원하는 사람들로 언제나 붐볐다. 지금은 상황이 또 달라졌지만, 2018년 당시에는 EE(Express Entry)로 들어가려니 커트라인 점수가 엄청 높았고, 우린 나이에서 점수를 가장 많이 깎였기에 다른 점수로 채워야 했다. 주지원자인 남편은 기술 숙련자(Skilled worker)도 아니었기에 바로 취업비자로 입국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시작하는 학생비자로 입국하게 되었다. 졸업을 하면 3년의 취업비자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도시 선택이었다. 가장 많이 고민하는 곳이 밴쿠버, 토론토 인 것 같다. 일단, 나는 두 도시 모두 겪어본 적이 없기에 남편의 선택에 맡겼다. 남편이 대학을 다니던 때에 밴쿠버는 ‘레인쿠버’라는 명성에 걸맞게 우중충하고 우울했던 기억이 많아 선택을 꺼려했다. 반면 동부는 한국과 조금 비슷한 4계절이 있고, 겨울에도 일조량이 더 많은 점, 토론토가 밴쿠버에 비해 더 대도시이고 기업이나 취업의 문이 더 많이 있을 것 같은 생각에 토론토 근교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토론토 근교의 학교들에 지원을 했고, 우린 KW지역이라고 불리는 키치너-워털루를 선택하였다. 시댁 식구들이 토로토에 사신다는 점도 생각했을 때, 1시간 거리인 KW 지역은 우리에게 정착지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집을 구하는 1달 동안은 시댁 식구가 계신 집에 함께 살았다.

이 결정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시댁 가족들의 도움이 언제나 감사하다. 우리가 1년쯤 동부에 살고 있을 때, 시누이가 먼저 밴쿠버로 직장을 지원하여 이동을 하였고, 그로부터 1년 후 KW 지역에서 남편의 학생 비자가 만료되고 취업비자를 받을 즈음에 COVID-19이 아시아를 덮치고 있었다. 그 시기에는 나라가 봉쇄되기 직전이어서 우리는 재빨리 시부모님이 계신 밴쿠버로 이주를 하기로 마음먹었고, 그로부터 지금까지 밴쿠버에 살고 있다.


지인들이 캐나다 이민을 고려할 때, 보통 밴쿠버와 토론토를 염두에 두는데, 상대적으로 토론토보다는 밴쿠버에 오래 살았고 토론토에서는 아이가 너무 어린 시기에 갔던 터라 시부모님께서 아이를 봐주실 때나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생활만 해봤기에 토론토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토론토를 선택하는 분들은 보통 생활패턴이 도시가 맞고, 자녀가 동부에서 대학을 가고 싶어 하면 선택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날씨는 한국처럼 여름과 겨울의 기온차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곳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내가 토론토에 살다가 와서 밴쿠버가 좋다고 느낀 점은 바다, 산, 쇼핑, 레저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생활반경에 있다는 점이다. 가을부터 봄까지 비가 자주 내리지만 겨울에 동부에서 -32도의 한파에 유모차를 끌어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 밴쿠버는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아이와 나갈 수 있는 수준이라 감사하기까지 했다. 여름엔 평균 18-22도를 유지하는 환상의 계절이 5개월간 이어지니 장마의 시기도 나름 즐기는 수준까지 됐다. 또한, 이건 개인차가 맞는 것이 나는 과거에 프랑스에 살면서 축축한 가을 겨울을 여러 해 보낸 적이 있기에 익숙해진 탓도 있다. 어디서든 그런 날씨를 겪으며 3년쯤 살다 보면 우울한 날씨에서도 굳이 감사함을 찾는 지경에 이른다.


밴쿠버 사는 거 좋아? 왜 좋아?라고 말하면, 난 사실 왜 좋은지 들을 시간을 충분히 내어줘도 말할 수 없다. 살아봐야 아니까, 한 1년은 살아보며 4계절을 겪고 그다음 여름쯤 알게 될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도 모른다면 밴쿠버와 맞지 않는 것이라 판단 지어도 좋다. 남편도 20대에는 밴쿠버가 왜 좋은지 몰랐다고 한다. 그저 우울하고 좁은 물로만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그 나이대에 맞는 곳을 찾는 것 같다. 나에게 맞는 곳이 어떤 때는 한국이었고, 어떤 때에는 프랑스였으며, 지금은 밴쿠버가 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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