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낮을 자유에 대하여

청룡영화제 박정민 앓이를 보고 문득 든 생각

by 김단단

청룡영화제 시상식 특별공연, 화사와 박정민의 무대가 끝난 뒤 나의 SNS 피드는 한동안 박정민이라는 키워드로 들끓었다. 대한민국 여성의 절반은 박정민 앓이에 빠졌고, 그중 많은 이들이 자유분방한 여자친구를 여유로운 눈빛으로 지긋이 바라보는 그의 모습에 매료된 듯했다.


나 역시 그 공연을 보고 또 보고, 약 오만팔천 번쯤 재생한 뒤에야 비로소 그 덕질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사람들은 왜 그들의 공연에 그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수많은 댓글과 평을 읽은 끝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박정민의 여유로움과 높은 자존감을 언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에게 직접 묻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본인은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아마도 그는 “아니요”라고 미소 지으며 대답할 것만 같았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자존감이 높아야 멋있는 사람이라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같은 질문에 도달한다.

“자존감이란 대체 무엇일까?”


프로이트 이론처럼 출생 후 만 36개월 동안 주양육자의 신뢰 어린 보살핌으로 만들어지는 심리적 근육 같은 것인가? 아니면 마음먹고 단련하면 길러지는 능력인가?
유튜브의 ‘자존감을 높이는 매일 30분 명상’, ‘자존감 높이는 법’ 같은 콘텐츠를 따라 하다 보면 점점 높아지는 일종의 감정적 체력 같은 것일까?


만약 누군가 나에게 “당신은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글쎄요. 자존감이 정확히 무엇인지조차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또 하나, 정말로 자존감이 높아야 멋있는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나는 확신이 없다.
때론 자신이 턱없이 부족하다 느끼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지는 사람들이 더 멋있어 보일 때가 있고, 불안이 가져오는 겸손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으니까.


그러니 이제는 이 명제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져도 되지 않을까.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 자존감이 높아야 행복하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매력적이다…

이런 집단적 주문에서 잠시 벗어나 보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을 수도 있고,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할 자유.

자존감을 강조하는 시대에 스스로 자존감이 낮다고 움츠려 드는 이들에게 나는 조용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 쒸, 쫄지마. 자존감이 으쯘다고 즈쯘다고 유난이냐”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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