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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한국의 잊혀진 차량들, Vol.2 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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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올드카 아카이브 Oct 22. 2023

재팬 클래식 카피캣,
아시아 제노비아

[아카이브 프로젝트 : 34]

아시아자동차는 제노비아를 '네오 클래식'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 All Car Index

ASIA ZENOVIA

[Archive 034] 1997, Designed by Asia. ⓒ Dong Jin Kim

세기말을 맞은 자동차 업게는 전성의 연속이었다. 20세기 후반을 풍미한 쐐기꼴 에지 디자인이 에어로다이내믹의 흐름에 퇴출당하면서 업계는 자연스럽게 '유선형'을 새로운 유행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유선형을 야심 차게 접목한 급진적 시도들이 정작 소비자들에게는 시기상조로 여겨지며 호응을 크게 이끌어내지 못했는데, 이때 업계가 꺼낸 카드가 '레트로'였다. 에지 시대 이전의 고풍스러운 디자인은 유선형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캐릭터를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니즈와 맞아떨어졌다. 유럽에서 촉발된 열풍은 미국과 아시아에 퍼져 곧 업계 전반의 유행이 되었다.

1995년 출시된 스바루 비비오 비스트로.

물론 일본도 유행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레트로'를 표현하는 방식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일본은 1949년부터 '케이 카 (Kei Car)'라는 독자적인 경차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정부의 각종 세제혜택에 힘입어 자국 시장 판매량의 1/3을 차지한 케이 카는 90년대 들어 레트로 붐에 편승해 각종 클래식 트림을 신설했다. 물론 그 수준은 프런트 범퍼를 크롬 파츠로 조악하게 덮은 것에 불과했지만, 나름 재미를 봤는지 이러한 시도는 발전을 거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시기의 대한민국은 문화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었다. 그리고 아시아자동차는 서울모터쇼에서 이 수치스러운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당시 제작 용역을 맡은 프로토모터스는 프라이드 (1993년부터 아시아의 광주 공장에서 이전 생산함.)를 기반으로 일본의 클래식 케이카, 콕 집자면 스바루의 '비비오 비스트로'를 그대로 복제했다.

'제노비아'라는 이름의 유래는 알려진 바는 없으나 그리스어로 '제우스의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파워트레인은 기존 프라이드의 1.3리터 (1,323 cc) B3 EGI 엔진과 수동 5단 변속기를 그대로 적용해 최고출력 73마력, 최고 속도 162 km/h를 발휘했다. 4륜 독립현가장치를 적용했고 등판능력 49.1%, 연비는 16.9km/ℓ로 기존 프라이드와 동일하나 최소회전반경은 4.55m로 기존 4.3m에서 소폭 증가했다.

타우너 역시 비슷한 테마로 꾸며져 출품되었다.

실내는 클래식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우드그래인 트림을 적용하고 안전장비로 듀얼 에어백을 장착했다. 참고로 당시 프라이드는 조수석은커녕 운전석마저 에어백을 옵션으로 적용할 수 없었다. 이는 아벨라도 마찬가지였다. 크기는 전장 3,615 mm, 전폭 1,605 mm, 전고 1,460 mm, 축거 2,345 mm로 프라이드 5 도어 사양과 동일하다.

이 차량은 그저 모터쇼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쇼카 이상의 가치를 지니진 않는다. 하지만 회사의 의도가 어떻든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국제 모터쇼'에 이런 저렴한 아류작을 야심 차게 공개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도 조롱의 대상이 될 뿐이다. 중국차를 욕하기 전에 우리의 역사부터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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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자동차를 다룹니다. 최종 목표는 도서 출판입니다. (since 2016.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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