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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카 아카이브 Jan 21. 2024

이탈리아 감성의 고급세단,
대우 카파

[아카이브 프로젝트 : 45]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제작한 예상도. ⓒ Tom

DAEWOO-LANCIA KAPPA

[Archive 045] 1995, Designed by Lancia. ⓒ Dong Jin Kim


대우자동차는 90년대 중반까지도 노후화된 오펠의 파워트래인을 받아쓰고 있었다. 그 결과 2.0리터와 3.2리터 사이의 큰 파워트래인 공백이 생겼는데, 날이 갈수록 경쟁이 가열되는 중형차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대우차는 어김없이 해외 브랜드의 손을 빌렸다. 대우차는 앞서 혼다 어코드의 국내 생산을 면밀하게 검토했으나 로열티 문제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 결국 대우차는 독자기술로 중형차를 개발해 1997년 레간자를 출시하게 되었으나, 사실 대우차는 레간자의 초기 개발이 진행되던 시점까지 해외 브랜드의 차량을 도입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했다. 이번엔 피아트가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피아트와의 협상은 어코드 도입이 무산된 1994년 말  시작되었다. 대우차는 'F-카 프로젝트'의 개발에 착수했다. 'F'는 피아트 (Fiat)를 뜻하는 것으로, 피아트 소속 프리미엄 브랜드 란치아의 '카파'를 현지 도입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던 것이다. 당시 란치아 카파는 당해 출시되어 유럽 현지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었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량을 국내 도입한다면 당연히 경쟁 차량에 비해 생산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당시 현대차서도 V6엔진을 장착한 마르샤로 프리미엄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시도가 있었으므로 대우차의 시도가 놀라울 것은 없다.


출시가 앞당겨진 레간자와 국내 도입이 무산된 카파.


하지만 협상은 싱겁게 끝나버렸다. 당시 피아트그룹의 국제사업담당 부사장을 역임한 피에트로 시기첼리에 따르면 '대우 측의 제의로 란치아 승용차의 한국 생산을 논의했으나 결론 없이 끝났다'라고 이후 회고했다. 정확한 사유는 알 수 없지만 수지타산 문제와 당시 개발하고 있던 레간자와의 출시 시기 간섭으로 인해 총체적으로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레간자의 출시가 1년여 앞당겨지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대우차와 피아트의 기묘한 인연은 피아트가 1999년 말 대우차 입찰에 참여하면서 잠시 이어졌다. 물론 이 역시 2000년 6월 인수제안서 제출을 거부하면서 흐지부지되었다. 여담으로 국내 생산이 무산된 란치아 카파는 수입사를 통해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1996년부터 한보그룹의 이탈리아 모터스에서 카파가 수백여 대 수입되어 IMF 전후까지 판매되었다. 카파는 후속 차종 테시스로 교체되면서 2000년 12월 단종되었다.



TIMELINE

현재 소재: 테스트 여부 불명


REFERENCE

매일경제 '대우차 이 피아트사와 기술도입 협상' 1995.03.29

한겨레 '피아트 기술도입 추진' 1995.03.30

조선일보 '피아트 중대형 승용차 대우서 도입 추진' 1995.03.30

경향신문 '대우차 이 피아트와 제휴 협의' 1995.03.30

한겨레 '자동차업체 "98년은 잔인한 해"' 1995.06.26

동아일보 '"한국 2000년대 공략 1호" 현지생산 제휴사 계속 타진 피에트로 시기첼리' 1996.05.13

경향신문 '"GM, 대우차 입찰 거부' 200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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