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프로젝트 : 47]
[Archive 047] 1994, Designed by Nissan. ⓒ Dong Jin Kim
삼성그룹은 80년대 후반 경부터 오랫동안 자동차 사업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예상과 달리 자동차 업계의 거센 반발로 진출 시도는 난항을 겪게 된다. 이때 삼성은 본진인 승용차에 비해 반발이 덜한 소규모의 상용차 사업으로 선 진출해 점진적인 사업 확장을 꾀한다. 다행히도 이후의 일은 순조롭게 풀린다. 삼성은 1990년 6월 21일 닛산디젤과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1992년 7월에 삼성중공업 대형트럭 기술도입 정부인가를 취득, 동년 삼성중공업 중장비 산하조직 상용차사업부를 발족한다. 그리고 1994년 5월 10일 삼성중공업은 15톤 덤프트럭 / 믹서트럭 (SM 트럭)을 마침내 출시하며 숙원 사업의 포문을 열게 되었다.
삼성그룹의 자동차 사업 진출 과정은 앞선 글들에서 질리도록 언급한 바 있으니 빠르게 각설하자.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삼성은 단순히 상용차로 만족할 상황이 아니었다. 궁극적인 목표는 언제나 '승용차 사업 진출'이었기에 상용차사업부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 우회적인 진출 방법을 모색했다.
1994년 8월 3일, 상공자원부는 삼성중공업이 소형 상용차로 라인업을 확대한다는 방침 아래 닛산의 승용 모델들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법률 상으로는 이미 진출한 상용차 사업의 범위만 확장하는 것이기에 상공부 역시 허용할 것이라는 것이 삼성의 논리였다. 상공부 역시 삼성의 '꼼수'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법률 상 엄연한 '상용차'의 생산을 딱히 막을만한 명분이 서지 않았다. 개정 이전 자동차관리법 상 상용차는 뚜렷한 법적 개념 없이 막연히 승용차를 제외한 나머지 차종을 뭉뚱그려 정의한 허점이 존재했다. 당시 승용차는 6인승 이하의 차량으로 정의되었고 그 이상의 승합차는 모두 상용차로 분류되었다.
물망에 오른 차량은 닛산의 세레나와 프레어리, 그리고 아틀라스로 1톤 트럭인 아틀라스를 제외하면 모두 일본 안팎에서 가정용으로 팔리는 차량들이었다. 삼성은 대구 성서공단에 건립한 삼성상용차 공장에서 이 차량들을 모두 생산할 계획이었다. 삼성이 도입을 검토한 세레나 C23형은 대우가 앞서 판매한 바네트 C22형의 후속 차종으로 개발되어 유럽 수출까지 성사된 효자차량이다. 프레어리는 애당초 수출 전략 차량으로 개발되어 북미, 유럽에 활발히 수출되면서 상품성이 입증된 상태였다.
하지만 삼성은 끝내 세레나와 프레어리의 기술도입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표면적인 사유는 법의 허점을 인지한 상공부가 차종 분류 재개편을 시사하면서 세레나와 프레이리가 더 이상 상용차로 분류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부터는 미니밴이 승용차로 분류되면서 이 예상은 현실이 되었다. 하지만 가장 큰 요인은 삼성의 승용차 진출에 청신호가 떴기 때문이다. 삼성의 승용시장 진출에 대해 '절대 불허' 입장을 보이던 정부가 1994년 12월 7일 상공부 발표에서 끝내 뜻을 굽힌 것이다. 굳이 편법적인 시장 진출을 할 필요가 없어진 삼성은 이미 기술협약을 맺은 아틀라스를 제외한 상용차 도입 계획을 전면 백지화시켰다. 훗날 출시되는 SV110 야무진의 시작이었다.
현재 소재: 테스트 여부 불명
매일경제 '삼성중 대형트럭 특장차 생산' 1990.06.23
한겨레 '삼성 승용차사업 기지개' 1994.08.04
매일경제 '제3의 자동차시장 '미니밴'을 잡아라' 1994.08.17
조선일보 '현대정공 미니밴 삼성중 1톤 트럭 기술도입 허용할 듯' 1994.09.10
KBS '미니밴, 2000년부터 승용차로 분류되며 최근 수요 급증' 1999.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