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그림자 - 2025.7.24
Hast du Kinder?
아이가 있나요?
임신 7개월쯤 되어 보이는 여의사가 내게 처음 했던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다음 문장을 잇기까지 꽤나 뜸을 들였다.
나쁜 소식이 있어요.
괜찮아요. 난 정말 괜찮아요. 편하게 이야기하세요.
매우 캐주얼한 대답이었지만, 나도 안다.
내 말로 그녀를 편하게 해 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다음 해야 할 말의 무게를 알지 못했더라도 내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안해요. 이런 말을 전해서.
암이에요. 병기는 많이 진행되지 않았지만, 전이가 이미 시작됐어요.
바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둘게요.
눈물 따위 전혀 나지 않을 줄만 알았다.
무척 덤덤했고 어느 정도 불길한 직감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불과 몇 개월 전에 나의 아버지가 담도암 진단을 받으셨고 그때 내 눈물이 모두 말라버렸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때 얼마나 울었을까.
세상에 많은 가장이 그러하듯 평생 고생만 하다 이제 1,2년만 더 일하다 놀러 다니면서 쉰다고 하셨던 아버지를 불쑥 덮친 것은 수술조차 어려운, 병기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암이었다.
그때 난 며칠을 먹지도 못했다.
그게 불과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아니 불과 서너 개월 전이었다.
그래서 내게 암이란 진단이 내려졌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아빠의 얼굴이었다.
몇 개월 만에 얼마 남지 않던 머리카락 마저 은발이 되고 수척해진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말라버렸다고 생각했던 쓸모없는 눈물이 다시금 쏟아졌다.
드라마 같던 내 삶의 몇 번째 챕터가 다시 시작되고 있구나.
울고 있지만 웃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