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라 10:9b - 44
1.
대학교때 통독을 하면서도 모르고 지나쳤던 사실을, 얼마전 주일 말씀 시리즈로 에스라서 강해를 들을 때도 몰랐던 사실을, 오늘 큐티를 하면서 깨달았다. 바로 에스라서는 오늘 말씀을 끝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이방 여자와 결혼한 남자이다. 이방 여자 가운데는 자식을 낳은 사람들도 있었다. (44v)
사실 나는 이방인들을 공동체에서 내보낸 후, 이스라엘이 어떻게 회복되었을까 궁금해서 다음장을 넘겼었는데, 내일부터는 QT본문으로 느헤미아가 시작되길래 의아해서 성경앱을 찾아보니 정말 저 문장이 에스라의 끝이었다. 나는 성경 이야기 중 이렇게 을씨년스럽고 찜찜한 엔딩은 처음인 것 같다. 내가 마주쳤던 거의 모든 성경의 이야기는 어떻게든 결론을 내렸었다. 룻기처럼 해피엔딩도 있고, 삼손의 죽음처럼 비극적이고 드라마틱한 엔딩도 있었다. 하지만 진짜 이런 엔딩은 처음인 듯!
2.
이러한 찜찜한 엔딩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분명 에스라가 이 책을 쓸 때는 이방 여인들과 결혼했던 사람들의 조사도 다 끝난 시기었고 (17v에 조사가 언제 끝났는지 말하고 있으므로), 그렇다면 에스라는 이 조치의 결과를 어느정도 확인한 뒤에 이 책을 썼었을 텐데... 왜 결과를 쓰지 않았던 걸까?
쓰여져있지 않은 결과를 상상해보면, 100개가 넘는 가정이 이 조치로 인해 생이별을 겪어야 했고, 이는 그 가정에게는 물론 그들과 교류했던 이웃들에게도 참 마음이 아픈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스라엘 공동체는 한동안 커다란 슬픔의 시간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조치의 결과는 슬픔만은 아니었다.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죄의 사슬을 과감히 끊어버리는 큰 결단이었고,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관계 회복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한편으론 기뻐하며 축하할만한 일이기도 했다. 에스라가 얼마나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이 조치를 행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결말을 지으면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향한 기쁨이 축소될 것이고, 또 하나님과의 관계에서의 기쁜 점을 강조하며 마무리하기엔 그것은 고통 속에 헤어짐의 시간을 계속 견디고 있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일일 것이다. 에스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에이, 후대 사람들아, 내가 이 결말을 안쓴 것을 보면 이 일이 얼마나 하나의 관점으로만 보기엔 복잡한 일이었는지 알겠지?'
생각하며 책을 마무리했을 수도 있겠다.
3.
나의 인생도 그런 것 같다. 어떤 사건은, 이건 정말 좋다, 혹은, 나쁘다,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위와 같이 한 사건이 좋은 면과 나쁜 면을 동시에 갖고 있기도 하고, 여러 좋고 나쁜 사건이 동시에 찾아오기도 한다.
특히나, 나쁜 사건들은 내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도 있지만, 나의 잘못은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일어난 일도 있다. 내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은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회개하고 돌이킴으로 원인을 제거하여 회복할 수 있겠지만, 내 잘못이 없는 것 같은 사건을 겪을 땐 참 억울해서 하나님께 그리고 그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에게 원망과 화를 쏟아내곤 했다. 그런데 이러다보면 나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안좋은 상황이 더 악화되기도 했다.
IVF 수련회에서 이미 무척 성화된 것 같은 간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우리 인생은 밭을 가는 것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밭을 갈기 시작하면 처음엔 큰 돌을 솎아내지요. 그러면 이제 중간 크기의 돌들이 보입니다. 이제 그 돌들을 솎아냅니다. 이제 그럼 더 작은 돌들이 보여요. 그 돌들을 또 솎아냅니다. 이 과정이 끝이 없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분명 우리가 짓는 죄들은 점점 작아지긴 하겠지만, 우린 아마 죽을 때까지 우리 죄들을 회개하며 살아야할 것입니다."
나는 하나님과의 끊어진 관계를 잇긴 했지만, 죽을 때까지 우리 사이를 위협하는 죄들이 날 고통으로 인도할 수 있겠다. 그때는 간사님이 해주신 말씀을 기억하며 겸손히 나의 죄를 돌아보고 힘들어도 죄를 계속 솎아내야겠다.
그리고 정말 내 잘못과는 전혀 상관 없는, 진짜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때에는... (이런 일들은 분명 내 인생에 계속 일어날 것이니..) 내가 지혜로울 수 있기를, 지혜롭게 반응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하나님께 솔직하게 내 마음을 쏟고, 최대한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더 큰 상처주지 않으며, 하나님을 여전히 사랑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