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일이 정해졌다. 인사팀과는 4월 말로 이야기 되다가, 팀장님의 배려로 5월 중순에 입사하기로 하였다. 오늘은 채용 건강검진을 다녀왔고, 사원증에 쓸 사진도 찍었다. 그동안 여유롭게 단유(액체식을 완전히 끊는 게 아니므로 엄밀히는 모유에서 분유로의 '이유')도 진행해서, 오늘로 아이에게 분유만 준 지 3일째가 되었다. 이렇게 일하는 나로의 복귀가 착착 진행되고 있다.
복귀 준비를 시작할 때, 엄마로서의 내 마음은 참 혼란스러웠다. 겨우 4개월 산 아들을 두고 워킹맘이 되어야 한다니, 엄마로 충분한 시간을 아이와 보내지 못할 것이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스스로도 참 아쉬웠다. 집에서 회사까지 약 1시간이 걸리므로, 하루 10시간을 바깥에서 보내면, 아이와 평일에 교감이나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입사일을 정하면서 입사할 회사가 코로나로 인해 계속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일을 하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겠고, 동료들과도 어떻게 친해져야 할 지 난감하지만, 그래도 잠깐씩 방에서 나와 아이 얼굴을 보고 눈맞춤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이렇게 되면 아이가 엄마와의 분리를 최소한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싶다. 코로나가 장기화되어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못하고 생활에 여러 제약이 생기는 게 불편하긴 했지만, 그 덕분에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으니 감사하기도 하다.
직장인으로서의 나는 걱정과 두려운 마음도 있다. 일을 쉰 지 거의 1년 반이 되어가고 있는데, 돌아가서 1인분의 몫을 잘 감당할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선다. 일을 잘하지 못했을 때 주변의 비웃음, 조롱이 두렵다. 그렇지만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은, 경력 단절 후 복귀한 동료가 처음에 어리버리하고 적응을 잘 못할 때, 멸시하기 보다는 격려해주고, 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움주고 싶어하지 않을까? 그러니 미리 겁먹지 말고, 혹 일이 어렵고 버겁더라도, 좌절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해봐야겠다.
한편, 살짝 기대되는 점도 있다. 바로 에너지의 회복이다. 아기가 주는 기쁨이 형용할 수 없이 크지만, 아기를 돌보는 일이 정말 체력적으로 고된 일이긴 하다. 그리고 육퇴 후에라도 뭔가 내가 하고싶은 일을 마음껏 한다면 정신적 에너지라도 회복될 텐데, 육퇴 후엔 이미 내 체력이 고갈된 상태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거의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하고픈 일을 마음껏 할 수 없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 정신적 에너지 소모도 있다. 그런데 일을 시작하게 되면, 아무래도 육아에 쏟는 시간이 줄면서 육체적 에너지가 덜 쓰일 것이고, 또한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로 가정 경제에 도움이 되니, 정신적으로도 만족스러울 것 같다. 아이와 상호작용하는 시간은 적어지지만, 아낀 에너지로 훨씬 질 높은 교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오늘은 직장 복귀를 앞두고 내 마음을 돌아보았다. 여러 걱정들이 뒤섞여 있었는데, 막상 글로 차분히 정돈하고 보니 너무 걱정할 건 아니었구나 싶다. 엄마로도 직장인으로도 다 잘해내고 싶지만, 너무 완벽하려고 욕심부리진 말아야지. 나의 한계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행복하게 균형잡힌 삶을 살아보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