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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니쉬 Dec 02. 2021

오늘을 사는 잠언 #8

미련함은 거만함이다

<팀 켈러, 오늘을 사는 잠언> 01/08 내용을 묵상하였다.




잠언 1장 22절 

너희 어리석은 자들은 어리석음을 좋아하며 거만한 자들은 거만을 기뻐하며 미련한 자들은 지식을 미워하니 어느 때까지 하겠느냐


밑줄 친 문장들 

- 거만함은 아무에게도 복종하기 싫어하는 넘치는 교만에서 비롯된다(21:24). 무엇이든 깎아내리며 그 과정에서 아주 독선적으로 아는 척하는 게 그들의 전략이다. 거만한 자는 실상 미련한데도 웬만한 사람 눈에는 세상적으로 똑똑하고 아주 세련되어 보인다. 

- 물론 세상에는 마땅히 비판과 풍자의 대상이 되어야 할 것도 있다. 하나님도 때로 비웃으신다. 그러나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으면(시 1:1) 냉소와 조롱이 습관적 반응이 된다. 습관화된 거만은 마음을 완고하게 하고 관계에 독소가 된다. 

-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조롱과 멸시는 쉬워졌고 논리적 대화는 어려워졌다. 우리는 똑같이 거만해지라는 엄청난 문화적 압박을 물리쳐야 한다. 예수님은 여기에 뚜렷한 대조가 되신다. "그는 다투지도 아니하며 들레지도 아니하리니 ...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 가는 심지를 끄지 아니하기를 심판하여 이길 때까지 하리니"(마 12:19-20)


질문

남을 인격적으로 대하기보다 눈을 부라리며 무시하고 싶었던 때는 언제인가?


바로 어제의 일이다. 친하게 지내는 언니들과 함께 있는 카톡방에서 정치를 주제로 톡을 나눴다. 나는 내가 바라보는 여당과 야당의 한심한 점들을 나열하며 내가 쓸 수 있는 어휘들 중 비꼬는 의미를 최대한 많이 담고 있는 단어들을 골라 글을 썼던 듯하다. 


물론 현시대 정치인들이 비판의 대상이 아닌데, 내가 아무 이유 없이 비판을 한 것은 아니다. 분명 비판받아야할 지점을 비판하긴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어제를 비롯하여 이전에 정치 얘기를 했던 모든 순간에 나는 항상 비판적인 태도였던 것 같다. 모든 사람이 정치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야기를 하므로, 나도 습관적으로 조롱의 태도를 가졌던 게 아닐까.  또, 책 <돈의 속성>에서 사람들은 낙관적인 태도보다 비판적인 태도를 더 중요하게 듣고 똑똑하게 받아들인다는 내용이 있는데, 정치인들을 비판하면서 내가 이렇게 정치에 대해 '비판을 할 수 있는' 똑똑한 사람이라는 걸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수도 있고. 


습관적이었든 똑똑해보이고 싶은 의도였든 이 태도는 거만함이 맞다. 앞으로는 정치를 주제로 이야기할 때 무조건 비판적인 태도부터 장착하는 게 아니라, 잘하고 있는 점이나 합리적인 공약에 대한 내용도 균형있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어제의 또 마음의 눈을(혹은 실제 눈일 수도) 부라렸던 일은 남편과의 대화에서였다. 어제 남편이 냄비에 불을 올리고 까먹어 냄비가 타는 일이 발생하였다. 나는 회의 중에 타는 냄새를 맡아 남편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를 보냈는데 남편이 확인하지 못했는지 답이 없었다. 회의 후 부랴부랴 나왔더니 남편이 내가 보낸 문자는 보지 못했지만 이후 냄새를 맡고서 불을 꺼둔 상태였다. 하지만, 거실에 탄 냄새가 가득했다. 


나는 너무 화가 났다. 여러가지 생각들로 화가 났다. 아기가 노는 공간인 거실에 탄 냄새가 가득하게 된 것, 회의 중에 회의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 등.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일이 전에도 있었기 때문에 나름의 해결책을 세웠음에도 개선되지 않고 제자리 상태이며, 그래서 앞으로 이 일이 발생할 수 있고 가족의 생명이나 물질의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고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화가 크게 났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를 내며 비난하기 보다 논리적으로 다음에 어떻게 이런 일을 방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어야 했던 것 같다. 내가 화가 난 가장 큰 원인은 이 일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인데, 화를 낸다고 해서 나의 두려움이 사라지는 게 아니고 또 남편이 문제의 원인을 차분히 생각하며 효과있는 예방책을 생각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다시 화가 나는 일이 생기게 되면, 먼저 화를 표출하기보다 왜 내가 화가 나는지 정리해보고(보통 화는 두려움과 관련될 것 같다) 그 원인을 차분히 이야기하며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비폭력 대화 방법 - 관찰, 느낌, 욕구, 부탁 - 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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