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를 긁는 것까지는 좋다.
최신 스마트폰의 터치센스처럼 섬세한 여자 입장에서 남자란 핸드폰으로 치면 달리는 차 안에서는 터지지도 않는 시티폰과 같다. 속으로 "원래 남자가 다 그렇지..."라며 참을 인자를 수천번 씹어 삼켜 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오빠! 계속 이럴 거야!?"라고 자신의 불만을 터뜨리며 바가지를 긁을 수밖에 없다. 바가지를 긁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하나만 명심하자. 남자친구가 지금은 온순한 양처럼 보일지 몰라도 당신이 한계 이상의 바가지를 긁으면 흥분한 브루스 배너처럼 헐크로 변해버릴지 모른다. - BAND-AID광고
남자친구에게 이별통보를 받았다며 내게 단박에 재회를 이룰 수 있는 마법의 주문을 요구하는 이별녀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저는 불만이 있으면 바로바로 말하는 타입인데 오빠는 말을 안 하는 편이에요." 이게 무슨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같은 말인가?
남자친구도 사람이다. 당신과 똑같이 당신에 대해 느끼는 불만이 수두룩 빽빽이고 당신이 "오빠! 자꾸 이럴래!?"라며 불평불만을 터뜨리면 당신처럼 하이톤으로 자신의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싶다. 그런데 왜 당신의 남자친구는 당신에게 한마디를 하지 않고, 더욱이 당신이 다짜고짜 화를 내도 참는 걸까? 불만이 없어서? 자기가 잘못한걸 잘 알아서? 무슨 소리냐... 이 세상에 자기가 잘못해서 혹은 불만이 없어서 아무 말 안 하는 남자는 없다. (굳이 정확히 따져보자면 5% 미만이다.)
당신의 남자친구가 당신에게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않고, 또 당신이 불평불만을 늘어놓아도 어떻게든 당신의 비위를 맞춰주는 건 당신과 싸우고 싶지 않아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참아주는 거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참아' 주는 거다. 여자 입장에선 "남자가 다 잘못해놓고! 무슨!?"이라고 느낄지 모르지만 남자도 남자라는 타이틀을 떼고 말을 하면 당신이 깜짝 놀랄 정도로 여러 가지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남자친구의 바가지를 긁을 땐 꼭 명심해라. 당신이 보기엔 순도 100% 남자친구의 잘못이고 남자친구는 할 말이 없을 것 같은 상황이지만 남자친구는 남자친구 나름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하지만 "남자니까!", "싸우기 싫으니까!", "내가 한번 져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참고 가만히 여자의 얘기를 들어주고 비위를 맞춰주는 거다.
그런데 이것도 모르고 "오빠는 성격이 이러니까...!"라며 "할 말 있으면 해봐!", "오빠가 잘못한 건 알아!?", "내 말이 말 같지 않아!?"라며 무조건 몰아세운다면 그 끝은 "미안하다... 나 말고 좋은 남자 만나라"가 될 수밖에 없다.
남자는 참는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억울해도, 자기 맘이 그게 아니어도 설명하거나 따지지 않고 참으려고 한다. 그 이유는 당신을 사랑해서 일수도 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구차하고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당장 화를 냈다가 당신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든 하여간 참는다.
당신이 현명한 여자고 남자친구를 사랑한다면 아무리 남자친구의 행동이 답답하고 바가지를 긁고 싶어도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지 말고 "오빠... 나 요즘 ~것 때문에 속상해요..."라며 대화를 하자. 그래! 너무 속이 상하고 서운해서 짜증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만큼은 "아... 오빠도 할 말이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고 빨리 이성을 차리고"오빠 내가 내 얘기만 해서 미안해요... 요즘 너무 서운해서..."라며 늦더라도 대화를 시도하자.
잊지 마라. 여자친구에게 "우린 정말 안 맞는 것 같아"라며 이별통보를 하는 남자의 80%는 밑도 끝도 없이 남자친구에게 불만을 늘어놓고 무슨 일이든 남자 탓을 하는 여자를 보며 질려버린 남자들이다. 숨이 막히는 한이 있더라도 대화를 포기하지 마라. 남자는 평소에도 당신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따지지 않고 참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 뭐든 말로 공론화시켜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당신에 비해 뭐든 좋은 게 좋은 거다 식으로 넘어가자는 남자친구의 방식이 마음에 안 들 수 있다. 또 남자친구가 어떤 잘못으로 당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수도 있다. 그래 참고 또 참아봤는데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화를 내고 짜증을 내라.
다만 남자가 참을 수 있는 한계점은 넘지 말자. 앞서 말했지만 남자는 일단 참고 본다. 하지만 남자도 사람인지라 한계가 있다. "야! 너도 예전에!", "그건 그런 게 아니라!", "야이 XXX!" 말들이 입안에서 혀끝에서 탭댄스를 추지만 억지로 참고 있는데 그 한계점을 넘어서면 남자 입장에서는 더 이상 당신에게 순한 양일 수가 없다.
큰소리를 지르고 때론 욕설을 할 수도 있고 궁극적으론 "아!!! 진짜 그래! 헤어져주면 될거야냐!"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가 있다. 이게 잘했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렇듯 남자친구도 사람이기에 극도의 흥분상태에서는 이성적일 수가 없는 거다.
만약 당신이 바가지를 긁고 있는데 남자친구가 숨을 길게 내쉬며 눈을 감고 있거나 당신을 외면하고 먼 곳을 바라보는 제스처를 취한다면 누가 더 잘못을 했든지 연인관계를 끝낼 생각이 아니라면 목소리를 낮추고 상대를 진정시키는 데에 집중해라.
이런 나의 조언들에 어쩌면 당신은 "왜 잘못은 남자가 했는데 제가 노력을 해야 하나요?"라고 따지고 들지 모르겠다. 그래, 당신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에 따르는 결과를 한 번쯤은 생각해보고 또 그 결과에 책임을 지자.
밑도 끝도 없이 남자친구의 잘못을 추궁하고 바가지를 긁었으면 그것에 질려 당신에게 이별통보를 하는 남자친구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면 그만이다.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 쿨하게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누가 잘했고 누가 잘못했고를 따지기 전에 당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따져봐라.
그렇다고 당신에게 남자처럼 다 덮어두고 무조건 참으라는 것도 아니다. 남자친구에게 섭섭한 일이 있다면 말을 해라. 일단 대화로 해결을 하려고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짜증을 낼 수도 있다. 여자는 짜증 좀 내도 괜찮다. 남자는 기본적으로 여자의 짜증을 어느 정도는 받아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아무리 섭섭하고 짜증 나고 화가 나도 딱! 남자가 이성을 잃기 직전의 선만 지켜라. 남자가 이성을 잃고 막 나가려고 한다면 그때만 살짝 쪼그라들어줘도 남자는 금방 연애 체력을 회복하고 당신의 짜증 폭격을 받아주며 당신의 비위를 맞춰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