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닐라로맨스 Mar 20. 2016

소심남을 유혹하려는 여우녀를 위한 충고

대화의 흐름을 타자

그린라이트보다 더 명쾌한 바닐라님의 생각과 느낌이 궁금하다는 O양의 사연을 읽어본 내 소감은 "대체 무슨 조언을 해줘야 할까...?" 다. 정석적인 유혹의 과정을 착실히 밟아갔고 무엇보다 남자의 반응이 순조로운데... 이런 상황에서도 상담을 요청하다니! 이런 완벽주의 여우녀 같으니라고! 그냥 둬도 잘 흘러가겠지만 이왕이면 퍼펙트한 유혹을 위하여 꼬리 아홉 달린 여우녀 O양의 고민을 해결해보자.



여자를 적으로 만들지 마라

그분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하고 싶었지만 여자 선배들의 눈치가 보여서 혹시 이상한 소문이라도 돌까 무서웠어요. 저희 회사는 여자들의 기가 좀 센 편인데 제가 뭘 잘못했는지 제가 무슨 일만 하면 시선이 집중되어서 그분에게 다가가기가 너무 어려워요.


O양의 잘못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 답은 O양이 평소에 '회사에서 제일 예쁜 직원'이라 불리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들은 지인 중 잘생겼거나 여자가 많은 친구가 있으면 "부럽다~ 나 소개팅 좀 시켜줘!"라며 인정해주는 반면에 여자들의 경우 집단내에서 특출 난 미모를 자랑하거나 남자들의 이목을 끄는 여자가 있으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경계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O양의 경우처럼 특출 난 외모와 적당량의 유혹의 기술을 가진 경우에는 남자에게 인사만 해도 무리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여자들이 한데 모여 "어머머... 남자한테 꼬리 치는 거 봐봐!"라며 비꼬거나 "내가 듣기로 O양이 김대리한테 둘이서 술 한잔 하자고 했었다던데!?" 라며 없는 말을 지어내는 경우가 많다.


O양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어쩌겠나... 특출 난 매력을 지닌 여자의 숙명인 것을... 많은 매력녀들이 "아! 진짜 여자들은 왜 그래!? 내가 뭘 했다고!"라며 억울해 하지만 그렇다고 집단내 여자들을 적으로 돌려서는 안된다. O양도 알겠지만 여자들의 질투는 은밀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O양을 집단내에서 고립을 시킬 것이다.


그리고... O양은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선배들이 오해할까 봐...", "연인 사이까지 발전할 생각은 없지만..."이라며 순진녀 코스프레를 하지만 은밀한 방식으로 훈남에게 쪽지를 전달하고, 훈남이 전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민정아 우리 내일 영화 뭐 보기로 했지?"라며 뜬금포 카톡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아... 이거 나만 쓰는 줄 알았는데...) 확실히 O양은 보통 여자들이 경계할만한 여우녀는 맞다. 스스로를 부정하지 말자.


O양이 잘못했다는 건 아니다. 다만 O양의 행동이 여자들의 질투심을 자극하고 스스로를 밉상으로 보일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은 인정하자는 거다. O양은 자신을 질투하는 여자들을 무시하고 유혹 하만 전념하고 싶겠지만 집단내에서 동성에게 인정받지 못한 상태에서 연애를 하는 것은 여러모로 까다롭다. 그러니 O양이 좋다며 달려드는 남자 혹은 주변의 훈남들을 주변 여자들에게 헌납하며 자신의 세력을 구축하도록 하자.



대화의 흐름을 타자

O양과 훈남이 주고받은 카톡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지고 나지막한 신음이 새어나온다. "이 여자... 대박!" 그냥 안부를 묻는 듯하면서 중간중간 툭툭 강한 어필을 하는 모습이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무하마드 알리가 생각났다.


특히나 "잘 지내셨어요? 전 다른 회사로 옮겼어요! 저 김대리님 정말 좋았는데! 일처리도 깔끔하시고 매너도 있으셔서... 회사 나오면서 인사도 못 드리고... 아쉬워요!"라며 호감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가 일처리 핑계로 톤다운을 시켰다가 아쉽다는 말로 여운을 남기는 식의 진행은 정말이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더욱이 남자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제가 인사했을 때 잘 웃어주시지도 않으시고... 저는 김대리님이 절 싫어하시는 줄 알았잖아요 ㅠ_ㅠ"라며 남자를 압박하여 "싫긴요~ 제가 좀 부끄럼을 많이 타서요;;;"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솜씨는 훈남을 유혹하려는 많은 여자들에게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대화 내에 불필요한 내용들이 대화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점인데 호감을 표시하며 단내를 풍기다가 갑자기 회사 여직원들에 대한 불평을 꺼내 흐름을 흐트러 놓고 남자가 자신이 언제 바쁘고 언제 시간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김대리님 등산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져 데이트 약속을 받아낼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을 놓친 점은 정말 아쉽다.


대화의 흐름상 O양이 등산을 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긴 한데 대화를 할 때에는 특히나 유혹을 할 때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보다는 상대를 유혹하는 데에 포커스를 맞추는 편이 현명하다.


등산 이야기가 아무리 하고 싶었어도 훈남의 입에서 "제가 부끄럼을 많이 타서요...", "나중에 회사 놀러 오세요~", "이번 주는 회사에 나와야 하지만 보통 주말은 괜찮죠"라는 말이 나왔다면 뜬금없는 등산 이야기를 할게 아니라 달달한 대화의 흐름에 편승하여 "그럼... 김대리님 편하신 주말에 오돌뼈에 소주 한잔 사주세요~ 이왕이면 다음 주!"라며 치고 들어갔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사실 뜬금없이 등산 이야기를 꺼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이미 훈남이 등산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O양은 내일 등산을 갈 거란 이야기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여기에 다음날 눈 덮인 산의 사진을 보내기 위한 밑 작업이었던 것 같은데... 이 여자... 이쯤 되니 조금 무서워지려고 한다.


등산을 좋아한다는 남자에게 눈 덮인 산을 찍어 보내준 것까지는 98점 주겠다. 하지만 이왕이면 눈 덮인 산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어서 보내줬다면 어땠을까? O양이 누군가? 얼마 전까지 '회사에서 제일 예쁜 직원'으로 불렸던 매력녀가 아니던가!? 카톡도 그렇고 사진도 그렇고 뭔가 2% 아쉽지만 그게 대수인가?


O양이 바라는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훈남의 카톡에선 이미 호감의 기류가 포착되고 있지 않은가? (사실 O양도 알고 있지 않은가!?) 다만 훈남이 스스로 부끄럼쟁이임을 밝혔으니 훈남이 먼저 다가오길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훈남에게 다가가 보자. 소심 소심 거리던 훈남도 O양이 강하게 압박을 하면 첫사랑에게 고백했던 용기까지 짜내서 적극적으로 O양에게 대시를 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술 먹고 좋아한다고 말하는 헌팅남의 심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