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화에 끼를 부려라
K은 매번 적극적으로 대시하던 남자들이 갑자기 시들시들 해지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생각할 거다. "응? 내가 뭘 잘못했나?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 맞다. K양이 잘못한 건 없다. 남자에게 진상짓을 한 것도 아니고 남자의 연락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남자가 K양을 유혹하겠다고 의욕에 불타올랐을 때 남자가 의욕을 더욱 불태울 수 있도록 땔감을 넣어줬어야 했는데 K양의 행동은 "이렇게 활활 타오르니 이제 곧... 고백이 들어오겠구나"라는 생각에 땔감을 넣지 않고 남자의 의욕이 사그라드는 것을 그냥 방치했다는 데에 있다. 잘못하는 부분을 고쳐서 행복한 연애를 하고 싶다는 K양! 이글로 인해 달달한 연애를 하는데에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사연만 봐서는 K양의 문제점을 알 수가 없었는데 K양의 9장짜리 카카오톡 대화를 모두 읽어보니 단박에 K양의 가장 큰 문제점을 알 수 있었다. B양의 대화법은 상냥하지만 그뿐이다. 그냥 상냥하고 예의바를뿐 이 여자가 나에게 호감이 있는지 그저 친절인지를 알 수가 없다.
특히나 일본 여행을 가겠다는 썸남에게 "도쿄 가시면 도쿄타워랑 스카이트리는 꼭 보시고 오세요. 그리고 츠키지 어시장에서 초밥도 한번 드셔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아사쿠사에 들리셨다가 히미코라는 우주선같이 생긴 유람선을 타고 오다이바로 이동하시는 것도 추천해드려요!"라며 장문으로 여행 가이드 노릇을 해주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것 뿐이었다는 건 정말 아쉽다.
분명 K양은 친절하고 상냥하게 쉴 새 없이 썸남과 대화를 하지만 그뿐이다. 위의 경우도 그렇다. 썸남에게 도쿄에 대해 소개를 하더라도 중간중간 "도쿄타워 올라갔을 때 다들 커플이라 주눅 들어서 제대로 야경도 못 봤는데... 그때 오빠 알았으면 무조건 끌고 가서 남자 친구 인척 하며 야경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츠키지 어시장 맛집 찾기 좀 까다로운데... 확! 따라가서 내가 가이드해줄까요?", "처음 히미코 유람선 탔을 때 나중에 꼭 훈남 하고 와서 타봐야지 했었는데... 오빠 여행 가는 거 따라가고 싶다!" 따위의 멘트를 넣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유혹을 하고 싶다면 자주 연락하는 것도 좋지만 그 연락 안에 "어랏? 이건 무슨 의미지?"하는 포인트가 있어야 하거늘, K양의 카톡은 온통 친절 친절 상냥 상냥하기만 하다. 처음 K양에게 호감을 느끼고 K양의 상냥함 순진함에 끌려 한껏 달아오르던 남자들도 K양의 알맹이(애매한 멘트) 없는 상냥하기만 한 멘트에 곧 흥이 깨져버렸을 것을 생각하니 내가 다 안타깝다.
조금 더 팁을 주자면 호감을 표현하고 끼를 부리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말자. 오히려 지질해 보일 뿐이다. "오늘 이런저런 안 좋은 일 생기니까 괜히 오빠 생각이 많이 나네요"라고 슬쩍 끼를 부려놓고 "아;;; 제가 괜히 이상한 소리했네요. 우린 좋은 오빠 동생 사이!"라며 초특급 어색한 마무리를 해버리다니...
끼를 부릴 거면 끝까지 철판을 깔고 우겨서라도 호감을 전달해라. "오늘 이런저런 안 좋은 생기니까 괜히 오빠 생각나요. 오빠가 있었으면 척척 척 해결해 줬을 텐데... 그쵸?"정도면 깔끔하다. 대답이 느리다면 "여자가 이렇게 슬쩍 끼를 부리면 당황하는 척이라도 해주는 게 남자의 매너!"라며 슬쩍 압박을 할 수도 있다.
K양아, 유혹을 하고 끼를 부리는 건 절대 부끄럽거나 미안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호감을 감추려고 노력하고 의미 없는 말들을 하며 주변을 맴도는 것이 더 없어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방을 더더욱 부담스럽게 만드는 일이다. 화끈하게 노골적으로 표현해라. 오히려 그 편이 더 깔끔하다.
카톡을 보며 분명 K양이 썸남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는 건 알 것 같다. 다만 그 방법이 너무도 소심해 임팩트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K양을 소심하고 지질한 여자로 보게 만든다. 물론 K양과 썸남이 다소 거리가 있는 지역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오빠가 좋아할 만한 전시가 있는데 한 번 오세요.", "부산(썸남이 사는 곳)이 그리워요."라며 깔짝거릴게 아니라 보다 직접적인 표현을 하자.
또한 상대의 반응이 시원찮을 때에는 거리를 두며 카카오톡으로만 깔짝 대기보다는 "갑자기 부산 돼지국밥 생각나요 ㅠ_ㅠ 주말에 부산 가면 되지 국밥에 소주 사주나요?" 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만남을 갖도록 하자.
K양은 카카오톡을 계속해서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끼라고 보기에 민망한 요상스러운 카카오톡만 보내며 썸남이 K양이 뿌린 맛없는 떡밥을 물어주길 기대하는데 떡밥도 상대의 상태를 봐가며 뿌리는 거다. 상대가 나에게 적극적으로 달려올 때에는 맛없는 떡밥을 뿌려도 미친 듯이 돌진을 하겠지만 상대의 반응이 시큰둥하다면 자기가 가진 떡밥 중에 가장 기름지고 풍미가 일품인 떡밥을 뿌려야 눈길이라도 주는 것이다.
K양아, 미안하지만 K양의 카카오톡 떡밥 실력은 형편없다. 그렇다면 일단 만나서 K양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현명하고 당연한 일이다. 썸남이 정말 마음에 든다면 맛 때 가리 없는 떡밥을 뿌리고 썸남이 다가오길 기다리지 말고 작살과 그물을 어깨에 메고 썸남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자.
부산에 놀러 갔다가 썸남의 집에서 하루 신세를 진적이 있어요. 원래 편한 사이어서 그런지 별생각 없이 같이 자게 되었는데 아주 가벼운 스킨십이지만 스킨십이 있었어요. 제가 스킨십에 관해서는 보수적인지라 스킨십을 꺼려하자 오빠는 제가 싫으면 자기도 싫다며 다른 방으로 가더라고요. 그날 이후 오빠와 뭔가 어색해진 것 같아요.
남자 혼자 사는 집에 가서 같은 침대에 누워 놓고 "제가 스킨십은 보수적이라..."라고 말하다니! 한 것도 아니고 안 한 것도 아니고... 다음날 둘 사이의 관계가 어색해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K양이 썸남이 너무 좋았고 연인으로 발전할만한 계기를 원했다면 썸남의 집 근처에 숙소를 마련하고 저녁에 간단히 술을 한잔 하던가 잠시 남자의 집에 있다가 이상한 분위기가 흐를쯤 쓰윽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K양의 숙소로 건너갔어야 맞다.
어쩔 수 없이 애매한 타이밍에 애매한 스킨십을 했다면 다음날 썸남의 볼이라도 꼬집으며 "고마워요 오빠!"라고 애매한 멘트라도 던지며 썸남에게 한층 더 친밀하게 다가가며 어색한 분위기를 깼어야 했다. 하지만 어색할 수밖에 없는 일을 해버리고 뒤처리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니 K양과 썸남은 어색하고 껄끄러운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거다.
K양을 비롯한 여자들아. 스킨십만큼은 계획을 세워 자신이 주도적으로 끌고 가도록 하자. 남자가 늦은 시간 술을 먹자고 하면 "요놈 시키 어떻게 날 한번 해보려고?"라는 생각쯤은 하고 스킨십이 너무 빠르다고 느끼거나 싫다면 애초에 그런 자리에 가질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