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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Mar 25. 2016

스킨십에 지나치게 보수적인 남자, 어떡해?

스킨십은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번 사연은 아주 독특하다. 질문 내용은 매우 흔하지만 질문을 한 사람이 여자가 아닌 남자다! 대학 들어오기 전까지 공부에 올인하고 여자 보기를 돌같이 했다는 H군! "아직 사귀기도 전인데 깍지를 끼다뇻!" 요 멘트에 내가 얼마나 웃었는 줄 아는가? 순수 청년 H양이 보다 아름다운 연애를 기원하며 오늘은 좀 수줍게 시작해보자.



스킨십만큼은 꼭 남자가 리드해라

얼마 전에 연애를 시작한 20대 초반 남자입니다. 제가 학창 시절 공부에 올인을 하며 여자 보기를 돌같이 하느라 연애를 잘 모르고 스킨십에 관해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편입니다. 그런데 제 여자친구는 스킨십이 자연스럽고 스킨십을 좋아해요. 사귀기 전에도 데이트하는데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그것도 깍지를 끼고요. (아직 사귀기 전인데 말이죠) 심지어 사귀고 나서 키스도 여자친구가 리드하는 편입니다.


만약 내 지인이었다면 소주 한잔 사주고 볼을 꼬집었을 텐데... H군... 너무 귀엽다! 그러니 한살이나 어린 여자친구에게 "오빠 귀여워~", "오빠는 진짜 어린것 같아!" 소리를 듣고 있는 게 아닌가!? 이게 다 콘셉트이라면 초특급 반전일 텐데... 반전은커녕 사귀기 전에 손 한번 잡은 것 가지고도 불편해하다니... 이건 좀 너무 귀여운 거 아냐!?

하지만 H군이 귀여운 것도 잠깐이다... 남자가 계속 손 닿을 때마다 "어맛? 아직 이건..."이라며 점잔을 빼버리면 여자는 첨엔 귀여워하다가도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온다. 남자라면 모든 일에 여자를 리드해야 하듯 스킨십도 여자를 리드해줘야 한다.


리드하라고 무조건 들이대고 진도를 쫙쫙 뽑으라는 소리는 아니다. 여자가 원하는 만큼의 스킨십 속도를 맞춰주며 여자가 원하는 스킨십 진도에서 반발짝 정도 앞서 나가주라는 거다. 여자가 손을 잡고 깍지를 끼면 자연스레 어깨에 손을 올려보고 여자가 슬쩍 H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면 자연스럽게 키스를 하자. 물론 여자친구가 거부를 한다면 한발 물러나는 게 맞지만 거부할 땐 거부하더라도 일단 여자의 행동보다 반발짝 먼저 나가는 게 정석이다.


데이트마다 어두운 곳을 찾아다닌다면 여자친구는 H군의 마음을 의심하겠지만 당신이 여자보다 더 스킨십을 원한다고 느껴야 여자는 "아... 이 남자가 나에게 푹 빠져 있구나...!"라고 생각한다. 내 메일함에 쌓여있는 이별녀들의 단골 레퍼토리가 "연애 초기에는 제게 스킨십을 자주 하던 그가 갑자기 스킨십을 하지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절 사랑하지 않는 거겠죠...?"라는 걸 H군이 안다면... 좀 생각이 바뀌려나...?


여기서 포인트는 여자가 원하는 만큼에서 반발짝이다. 여자가 H군과 비슷한 구한말 스킨십 진도를 원한다면 지금처럼 점잔을 빼도 괜찮지만 스킨십을 좋아하는 여자친구를 만났다면 그 페이스에 적당히 맞추며 때론 엘리베이터 안에서 입술을 훔칠 줄 아는 대범함도 보여줘야 한다.


H군아 너무 고지식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여자친구 입장도 생각해봐라.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남자친구에게 뽀뽀를 하고 싶어 입술을 내밀었는데 "아... 저... 그... 스킨십이 너무 빠른 거 아냐...?"라고 말한다면 사랑스러운 여자친구의 기분이 어떻겠나!?



스킨십은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여자친구 집 앞 공원 벤치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정말 저도 모르게 키스를 해버렸어요. 정말 여자친구의 입술밖에 안보이더라고요... 너무 좋긴 했는데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도덕적으로 죄책감이 들더라고요... 서로 너무 좋은 건 맞지만 이건 아니지 싶어서 여자친구에게 진도가 너무 빠른지 않냐며 물었더니 여자친구는 "싫어?ㅠㅠ"이 러더라고요...


이 멍충아! 다 큰 숙녀에게 이 무슨 매너인가? 물론 H군은 여자친구를 사랑하지만 진도가 너무 빨라 걱정이 되는 것이겠지만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남자는 천천히 진도를 나가고 싶어 하는데 자신만 급한 것 같아 보이지 않겠는가? 쉽게 말하면 H군의 말 때문에 여자친구는 남자보다 더 밝히는 여자가 된 거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도덕적 죄책감 드립이 마냥 귀여워 보이겠지만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어떨지...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자.


내가 보기에 H군은 스킨십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스킨십은 살과 살의 마찰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감이고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사랑의 표현이다. 앞으로 스킨십을 할 때에는 여자친구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H군이 여자친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생각하고 느껴보자.


키스를 해도 지금 하는 행동이 단순히 입술과 입술이 마찰하며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H군이 여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을 입술로 표현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자연스럽게 천천히 키스를 하면서 여자친구의 얼굴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를 감상하고 이런 완벽한 여자친구를 어떻게 하면 더 기쁘게 해줄 수 있을지를 생각해봐라.


그러면 단순히 성적인 흥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며 여자친구를 향한 H군의 사랑도 한층 더 성숙하게 될 것이다. (난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H군아 스킨십 진도가 빠르다고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스킨십을 천천히 하더라도 그 안에 사랑하는 마음이 없는 게 더 문제다. 진도가 빠르다고 걱정하지 마라. 스킨십에 H군의 진심과 사랑을 더한다면 빠른 스킨십 진도는 H군과 여자친구의 사랑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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