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너에는 답이 없다.
P양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P양의 사연을 읽는 내내 P양의 이기적인 사고방식에 내가 다 숨이 막혔다. 뭐든 남자친구가 잘못이고, 남자친구가 뭐라 설명을 해줘도 들은 체도 않고, 무엇보다 P양 제멋대로 행동해놓고 사과는커녕 자기합리화를 하는 모습을 이해해줄 남자가 어디 있을까? 물론 P양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그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P양도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지 말고 객관적으로 보려고 해보자. 재회든 뭐든 내 잘못부터 확실히 알아야 한 발이라도 앞으로 전진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요즘 따라 오빠가 변하는 것 같아서 서운한 마음에 몇 마디 했는데 오빠는 저를 좋아는 하지만 미칠 듯이 사랑하진 않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기가 뜨겁게 미칠 듯이 사랑하지 않아서 그러는 건 노력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며 우린 더 만나도 더 좋아지진 않을 것 같다며 헤어지자는 식으로 이야길 했어요...
사실 P양의 사연을 읽었을 땐 "이런... 남자가 마음이 변했구나...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저런 말을!?"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P양이 첨부한 남자친구와의 카톡 대화를 보고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정말 답정너는 답이 없구나..."
P양아, 남자친구가 갑자기 전 여자친구를 들먹이며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고 충격 먹기 전에, 혹시 P양이 이런 극단 전이 이야기를 끌어내지는 않았나 생각해봐라. 좀 더 자극적으로 말하자면 P양이 남자친구에게서 듣고자 했던 말이 이런 말이 아니었나?
갑자기 뜬금없이 "오빠 요즘 나한테 관심이 없어 보여"라며 포문을 열어젖힌 P양, 남자친구는 그런 게 아니라며 P양의 불만에 대해 정성 들여 설명을 해주고 있지만 P양은 어떻게 대꾸했나? 남자친구의 이야기는 들어주지도 않고 공들여 서운했던 사례를 늘어놓으며 남자친구를 압박하지 않았는가? 압권은 P양의 압박과 닦달에도 성실히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 남자친구에게 "난 그렇게 느꼈는데 오빠가 아니라고 하니까 나도 할 말이 없네"라고 필살의 일격을 날린 부분이다.
그런 게 아니라며 P양을 달래려고 하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려는 남자친구를 향해 "오빤 오빠의 잘못을 잘 모르는 것 같네", "내가 지적한 부분이 틀린 거야?", "오빠가 언제 그랬어?"라는 말을 던지다니... 무슨 말을 해도 비꼬고 들어주지도 않고, 미안하다 하면 날 좋아하긴 하냐며 따지고 들면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P양에게 뭐라고 말해줄 수 있을까? 이건뭐 때린데 또 때리는 것도 아니고 이런 식이면 P양과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겠는가?
P양아, 다시 한번 내게 보내준 카톡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해보자. 이왕이면 P양이 남자친구의 입장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어봐라. 애초에 P양은 남자친구를 마음이 식었고 P양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라고 답을 정해놓고 추궁하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아니라고 말을 해도 듣지도 않을 거면서, 계속 "오빤 날 사랑하지 않잖아!"라고 몰아세울 거면서 뭐하러 남자친구에게 질문을 하는가?
물론 안다. P양이 그동안 쌓인 서운함을 표시한 거란 걸.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남자친구를 닦달하고 일방적으로 남자친구를 나쁜 남자로 몰아가면 남자친구는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다 지쳐버리고 "그래 P양 말이 맞아. 나 너 안 좋아하나 봐"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거다. 다시 한번 P양이 보낸 카톡을 읽어봐라. P양이 저런 식으로 말을 한다면 P양의 아버님이라도 "그래... 내 딸아... 아빠가 우리 딸을 사랑하지 않나 보다"라고 말씀하실 거다.
서운하고 섭섭하면 차라리 "요즘 오빠 사랑이 안 느껴져서 불안하고 섭섭해..."라며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고 남자친구의 해명으로도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면 "내가 많이 섭섭했나 봐... 오빠가 이렇게 말해줘도 기분이 안 풀려... 지금 잠깐 만날 수 있어?"라고 할 수도 있다.
P양이 지금 섭섭한 이유는 남자친구가 자신에 대한 사랑이 줄어든 것 같다는 생각 때문 아닌가? 그렇다면 간단한 방법(잠깐 나올 수 있어?)으로도 그 사랑을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을 저리도 비꼬고 답정너식으로 몰아붙이는데... 어떤 남자가 버텨낼 수 있겠냔 말이다!
오빠와 헤어지기로 하고 제가 차에서 휙 내려서 인사하고 헤어졌어요. 근데 생각해보면 전 말도 별로 안 했고, 헤어지긴 싫지만 먼저 자존심을 굽히며 다시 만나보고 싶어 하는 느낌을 주지 않았어요. 그래도 전 오빠가 절 잡아줄 줄 알았는데...
P양아... 이제 곧 30인데... 어째 연애방식이 나의 중학교 2학년 때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건가? 섭섭하면 답정너식으로 남자친구를 몰아세우고, 그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남자친구의 자존심을 짓뭉개는 행동을 꼭 해야 했나?
P양의 답정너식의 억지에도 성실하게 변호를 하는 남자친구에게 "이럴 거면 시간을 갖자"라는 맘에 없는 소리를 늘어놓고 그건 아닌 것 같다는 남자친구의 만류도 세차게 뿌리치다니... 남자친구의 마음은 생각이나 해봤는가? 요즘은 초등학생도 이렇게 연애 안 한다.
P양만 자존심이 있는 게 아니다. 남자친구도 자존심이 있다. 성실하게 P양의 억지에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성실하게 답변을 해줬는데도 깔끔히 무시해놓고 P양에게 매달리라는 뉘앙스를 풍기면 누가 울며 매달리겠는가? 아무리 잡고 싶어도 그런 P양의 모습이 괘씸해서라도 뒤돌아설 것 같다.
P양 입장에서는 남자친구에 대한 서운함에 자존심을 내세우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서 남자친구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P양아 정말 기본적인 말이지만 남자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P양이 남자친구라면 P양이 바라는대로 "P양아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다 잘할게!"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을 것 같나? P양아... P양은 언제까지 P양의 입장과 감정만 생각하면 연애를 할 것인가?
오빠랑 헤어지고 나서 오빠가 카톡 대화명은 바꿨는데 카톡 프로필 사진은 제가 찍어준 사진으로 그냥 두더라고요. 평소 카톡도 많이 하고 신경 쓰는 사람인데... 카톡사진을 안 바꾸는 거... 정말 아무 의미 없을까요?
정말 이런 거에 누가 신경 쓰나 싶지만 의외로 많은 이별녀들이 남자친구의 변하지 않는 카톡 상태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절대! 의미! 없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물론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이면 모를까... 남자친구 혼자 나온 사진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P양 입장에서는 "내가 찍어준 사진인데... 그냥 두는 걸 보면 아직 날 사랑하는 거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싶겠지만 그건 말 그대로 P양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P양아 괜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지금 그것 때문에 이 사달이 난 것 아닌가? 남자친구의 피곤함을 애정이 식은 것이라고 혼자 의미부여해놓고 남자친구를 몰아세우며 닦달하고, 남자친구가 아무리 해명을 해도 P양 멋대로 그 의미를 정해 버린 후 결국 P양이 원하고 원하던? 이별통보를 이끌어 내놓고 끝까지 별것도 아닌 것에 의미를 부여하려 하다니... P양아 해도 해도 이건 너무했다.
또한 막연하게 "다시 만난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까지 주고받은 카톡을 다시 읽어보며 P양의 이기적인 사고방식과 답정너 방식의 대화방식에 대해 뼈를 깎는 반성을 해보자. 카톡 내용을 보아 남자친구가 속이 깊고 배려심이 많은 남자라 운이 좋아 재회를 이룰 수 있지 모르겠지만... P양아 당장 재회를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P양의 연애방식과 사고방식이라면 어떤 남자를 만나도 100일이 되기 전에 나가떨어지게 만들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