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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May 04. 2016

여자친구와 사이가 안 좋다는 훈남의 심리

자기합리화는 이제 그만!

말로는 "잘 모르겠어요..."라고 하면서도 이미 훈남에게 푹 빠져버린 Y양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 Y양이 타고 있는 썸의 결말은 대체로 해피엔딩보다는 새드엔딩인 경우가 많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물론 Y양은 "저도 잘 알지만..."이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내게 해주고 싶겠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일단 내 얘기를 다 들어 본다 음해도 늦지 않으니 조급해하지 말고 들어보자.



임자 있는 남자의 뻔한 레퍼토리에 넘어가지 마라.

얼마 전 이직을 해서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정신없던 중에 부서 회식을 하다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어요. 큰 키에 깔끔한 인상을 가진 H군은 이미 부서 내 다른 여직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매우 높은 상태였죠. 회식 중에 알게 되었지만 H군에게는 이미 예쁜 여자친구가 있었더라고요.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이 좀 아쉽긴 했지만 덕분에 편하게 H군과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회식 이후 급속도로 친해졌는데 H군은 요즘 여자친구랑 사이가 안 좋다며 고민을 제게 털어놓기도 하고 여자친구가 바빠서 영화를 못 봤다며 같이 영화를 보자고도 하더라고요...  


앗! 훈남이 여자친구와 사이가 좋지 않다니! 이런 절호의 찬스가 또 어디 있을까? 적당히 옆에서 좋은 친구 코스프레를 하며 끼를 슬슬 흘리면 훈남이 알아서 여자친구를 정리하고 Y양과 달달한 연애를 시작!? 물론 Y양이 바라는 대답이 이것이란 건 알고 있지만... 이게 답이 아니라는 걸 Y양도 사실 알고 있을 거다. 


여자친구는 있지만 분위기가 안좋다라.... 사실 Y양도 이런 멘트가 얼마나 뻔하고 얄팍한 레퍼토리인지 알고 있을 거다. Y양아...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상황을 보자. 여자친구가 있으면서도 "XX 씨 혹시 나 좋아해요?"라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끼를 부리고, "여자친구가 바빠서 영화를 못 봤어요..."라며 자연스럽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H군의 행동이 정말 여자친구와 사이가 좋지 않아 고민하는 남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나?  Y양아 정신 차려보자. Y양은 그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H군의 말을 믿고 싶었던 것이 아니던가? 


Y양아 알면서 스스로를 속이려고 하지 말자.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 훈남의 행동은 누가 봐도 여자친구와 사이가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여자친구와 사이가 안 좋아질 행동을 하고 있것 아닌가?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에게 다가오길 망설이고 있는 Y양을 위해 애매한 태도로 떡밥을 뿌리는 훈남에게 알면서도 그냥 넘어가 줄 것인가? 정말로?  



아닌 척해봐야 좋아하는 티는 감출 수가 없다.

솔직히 너무 끌리긴 했지만 여자친구가 있으니 마음을 접어야겠다 생각했고 카톡도 숨김으로 해뒀어요. 그러다 회사일로 질문을 했는데 마치 자기 일처럼 도와주더라고요... 이후 그걸 빌미로 술 한잔 하자고 해서 같이 맥주 한잔 마셨는데 자꾸 묘한 분위기를 풍기더라고요. 그래서 선을 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놓고 "더 이상 끼 부리지 마세요. 임자 있는 남자 관심 없어요."라고 말해줬죠. 


어째 뉘앙스가... "임자 있는 남자와 거리를 두려고 노력했고 저는 선을 그었으나 훈남이 다가왔어요!"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은데... Y양아 솔직히 Y양도 훈남처럼 확실한 선은 긋고 있지 않다! 회사일을 꼭 훈남에게 물어봤어야 할까? 그리고 술 한잔 하자고 했을 때 왜 "죄송해요. 둘이서 마시는 건 좀 부담스럽네요."라고 거절하지 못했나? 


무엇보다 먼저 다가가 부탁을 하고 영화도 같이 보고 맥주도 같이 마시면서 "난 당신에게 관심 없어요!"라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30년 모태솔로도 Y양의 행동을 보면 자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단박에 눈치채겠다! 


Y양은 "저도 여우짓 잘하는데 훈남이 더 여우 같아요!"라고 말하지만 사실 훈남이 그렇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Y양이 이마에 궁서체로 "나 너한테 관심 있어!"라고 써놓고 다니기 때문이다. 날 좋아하는 게 뻔히 보이는 여자 앞에서 긴장할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 


Y양이 아무리 "끼 부리지 마세요!"라고 하면 뭐하는가? 이미 좋아하는 티를 줄줄 내고 있고, 연락을 안 하다가도 훈남이 톡 한번 하면 굳은 결심이 와르르 무너져 버리는데 말이다. 이 상황을 멀리서 보면 지금 Y양의 꼴은 정말 안쓰러울 정도다. 훈남은 여자친구와 달달한 연애를 나누면서 여자친구와 나누다 남은 시간을 Y양에게 조금 던져줄 뿐인데 혼자서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아... 정말 눈물 나....  



자기합리화는 이제 그만!

여자친구와 사이가 좋지 않은 이 타이밍에 저에게 호감을 가졌다면 이대로 썸을 타도될까요?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다가. 잘되면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저한테 오지 않을지.. 여자친구랑 그 애사 이를 가르거나 그런 못된 짓은 안 해요. ㅜㅜ 그냥 옆에서 친구처럼 지내고 먼저 연락 안 하고 선을 지키면서. 이대로 썸?을 타고 싶어요. 정말 저랑 닮은 외모와 허세 없는 성격... 오랜만에 맘에 쏙 드는 상대를 만났습니다. 객관적으로 이 남자 이대로 괜찮은지. 제가 관심이 있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Y양이 상담을 요청한 건 맞지만... 좀 거슬리는 것은 분명 Y양도 훈남과 장단을 맞추며 뻔히 임자 있는 남자와 달달한 썸을 타놓고 "저는 나쁜 짓은 하지 않았어요!"라고 말을 하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반대로 Y양의 남자친구에게 Y양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여자지인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어떤가...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나는 항상 내담자에게 말한다. "사람은 항상 자기합리화를 하며 자기는 착한 사람, 상대는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만 막상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둘 다 똑같다. 자신이 착한 사람 혹은 피해자라는 생각이 든다면 자신의 행동을 다시 객관적으로 되돌아보자 분명 내 행동에도 잘못이 있다." 


썸을 계속 타든 고백을 하든 오십보백보의 차이일 뿐 지금 Y양의 행동은 연애 상도덕에 어느 정도 위배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합리화를 경계하고 자신의 행동을 똑바로 봐라. 그래야 전체적인 상황이 눈에 들어오는 거다. Y양이 스스로를"그래... 나는 그래도 나쁜 짓은 하고 있지 않아... 지금 선을 잘 지키고 있어!"라고 생각을 하니까 훈남의 뻔한 레퍼토리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게 아닌가! 


훈남은 분명 Y양에게 관심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관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거다. 정말 잘해볼 생각이 있었다면 여자친구와 헤어졌거나 적어도 헤어졌다고 거짓말이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거짓말도 없이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당당히 밝히며 Y양에게 질 떨어지는 끼를 부린다는 건 Y양을 그 정도로 본 것이다. 여자친구 있다고 해도 날 좋아할 것 같은 여자로 말이다. 


이 썸의 결말은 뻔하다. 몇 차례 데이트가 이어지다가 목적을 달성하면 훈남은 미소를 남기도 여자친구에게로 돌아갈 것이다. 혹시 Y양의 생각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가?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면 또 연애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 Y양은 지금의 훈남 여자 친구 입장이 될 뿐이다. 


Y양아 정신 차리자. 지금 Y양이 하려고 타려는 썸이 어떤지, 그리고 Y양이 좋아하는 남자가 어떤 남자인지를 직시해라. 답은 뻔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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