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닐라로맨스 May 06. 2016

헤어지고 나서 친구로 지내자는 남자의 심리

헤어지고 나니 홀가분한 것이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K양아... 절대로 "혹시... 남자친구가 아직도 내게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다음 주쯤 살며시 나의 마음을 고백하면..."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도록 하자.  K양에게는 가슴 아픈 말이겠지만 남자친구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달콤할 것이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마음 따윈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포기를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한번 꼬신 남자 또 꼬시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기본적으로 남자에게 연애는 어렵다.

다른 커플들처럼 저희도 사소한 이유로 이별과 재회를 반복했었죠... 처음에는 저에게 맞춰주는 듯했지만 결국엔 지쳤는지 정말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내가 뭘 그렇게 힘들게 했나 싶기도 하고... 저는 그저 다른 연인들처럼 평범하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길 원했던 것뿐인데... 


K양을 비롯 많은 여자들은 연애를 힘들어하는 남자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사랑하면 당연히 자주 연락을 해야 하는 거 아냐?", "친구도 중요하지만 여자친구가 더 중요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남자친구라면...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따위의 생각들을 하며 별것도 아닌 일을 잘못하고 힘들다고 말하는 남자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란 원래 그런 동물이다. 스마트폰을 게임용으로 쓰고 사랑보다 우정을 중요시하거나 사랑과 우정을 1g도 차이 없이 동등하게 대하려고 하고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지만 데이트를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한마디로 남자는 연애 자체에 소질도 없거니와 연애를 하는 것을 일종의 업무라고 느낀다는 거다. 


"대체 뭐가 힘들다는 거야?"라고 말하기엔 남자들의 귀차니즘은 당신의 상상을 초월한다.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에는"ㅇㅇ", "ㄴㄴ", "ㄱㄱ"이상의 글은 잘 쓰지도 않으며 쉬는 날이면 문화생활은커녕 집에서 뒹굴다가 동네 앞 포장마차에서 친구들과 소주를 홀짝이는 게 유일한 낙인 동물이다. 그런 남자 입장에서 섬세한 여자들에게 딱 맞는 수준의 연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한번 생각해보자.  


남자는 그런 동물이니 여자가 무조건 참으라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니다. 공부를 못하는 친구에게 "넌 왜 그것밖에 못해? 난 시험 전날에만 공부해도 90점은 나오던데..."라는 말을 하는 전교 1등 친구가 되지 말라는 거다. 진정한 친구라면 왜 못하냐고 핀잔을 주기보다 같이 시험공부를 하며 친구를 도와줘야 하는 것처럼 남자친구가 힘들다고 말하면"그게 뭐가 힘들어!?"라고 비아냥거리지 말고 남자친구 입장에서 어떤 점이 어려운지를 함께 고민해보고 남자친구가 당신과 달콤한 연애를 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 같이 논의해보자.  



헤어지고 나니 홀가분한 것이다.

남자친구는 이제 지쳤다며 헤어지자고 하더라고요. 저는 정말 비참할 정도로 매달렸고 남자친구는 그런 제가 안쓰러웠는지 그러면 일단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했어요. 저는 더 매달리면 정말 헤어질 것 같아서 알았다고 했는데... 그날 이후 남자친구는 정말 저를 친한 친구처럼 대하더라고요. 복도에서 마주쳐도 환하게 인사를 해주고 예전처럼 친절하게 제 일도 도와주고... 


K양 입장에서는 난감할 것이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며 헤어지자고 할 때는 언제고... 친구로 지내자고 하더니 갑자기 예전처럼 잘해주다니! 혹시... K양에게 아직 마음이 남은 것은 아닐까...? 안타깝지만 전혀 아니다. 오히려 K양과의 이별에 편안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헤어진 남자친구가 예전처럼 잘해주는 이유는 단 하나다. "이젠 내 여자가 아니니까" 앞서 말했듯 남자는 연애가 어렵고 힘들다. 그 힘든 연애를 끝내고 보니 만사가 여유롭고 편안한 것이다. 예전 같으면 "며칠 전에 싸웠던 일들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왜 쟤는 저렇게 날 닦달할까?", "여자친구는 뭐가 그렇게 불만일까?"라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지끈 거렸겠지만 "이젠 남남이야!"라는 생각을 하니 어깨 위에 앉아있던 곰이 사라진 느낌일 것이다. 


이별통보를 받은 여자의 입장에서는 헤어지자고 해놓고 자기 혼자만 홀가분한 모습을 보며 야속한 마음도 들겠지만... 그럴 땐 이렇게 생각해보자. "나랑 연애하는 게 오죽 힘들었으면 헤어지고 나서 저렇게 홀가분해할까...?"  



매달리지 말고 유혹해라.

저와 헤어지고 나서 너무나 편해 보이는 남자친구를 보고 있자니...  속이 쓰리고 아프지만 일단 지금은 친구로 지낼 생각이에요... 한 한 달 정도 시간을 갖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다가가 보고 싶어요. 내가 그동안 오빠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내 생각이 맞다고만 생각했는데... 오빠 말이 맞았던 것 같다고... 다시 시작하면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렇게 말해보고 싶어요.  


K양아...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남자친구는 K양과 헤어진 지금의 순간에 너무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남자친구에게 진지한 얼굴로 다시 예전처럼 사귀자니... K양에게는 그 예전이 꿈결 같은 시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괴로움의 나날 들이었다는 걸 왜 인정하지 않는가!? 


많은 이별녀들이 K양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더 이상 못 참겠어서... 연애가 너무 힘들어서 그만하자는 남자에게"내가 잘할게..."라며 이전으로 돌아가자고 말을 한다. 어디 이게 될 말인가? 당신에겐 아름다운 추억이지만 남자에겐 고통의 나날들이었다. 그 고통의 나날들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봐야 당신에게 득이 될 것이 하나 없다. 


그러니 정말 재회를 하고 싶다면 남자 입장에서 공감되지도 않는 과거의 추억들을 꺼내고 몇 번이고 되풀이했던 "내가 더 잘할게"라는 말을 반복하며 매달리지 말고, 남자친구가 당신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던 그때처럼 남자친구를 다시 유혹하자. 


그런 면에서 K양은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일단 남자친구가 친한 친구로 지내자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좋은 조건이라면 괜히 소심하게 남자친구의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려고 하지 말고 헤어지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다소 뻔뻔하게 대해보자. 


우정을 핑계로 술자리를 갖고 "오빠랑 사귄 거 소문나서 나 남자도 없어! 영화 좀 같이 봐줘!"라며 천연덕스럽게 데이트 신청을 해보자. 물론 말은 뻔뻔하고 시크하게 하면서도 만날 때에는 온갖 화장기술을 총동원하고 친구의 예쁜 옷을 훔쳐 입는 정도의 정성은 기본이다. 


공감되지도 않는 추억을 들먹이며 매달리는 일은 이제 그만. 당신은 이미 남자친구를 사랑에 빠뜨렸던 여자다 그때의 그 모습을 다시 한번 보여주자. 남자친구는 당신의 그런 모습에 빠져 당신에게 고백했던 것 아닌가!? 재회는 없다 유혹만 있을 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