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시간을 내서 뭐가 이득인지 생각을 해보자.
많은 여자들이 여자를 서운하게 한 남자친구를 응징하는 것이 매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잘못했으니 혼난다! 이 얼마나 심플한 진리인가? 하지만 현실은 전혀 심플하지 않다. 남자들은 자기가 잘못을 했어도 반박을 하고 때론 화난 여자에게 "우린 정말 맞지 않나 봐... 나보다 더 좋은 남자 만나..."라며 적반하장으로 이별통보를 한다! 아니! 잘못했으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정의의 응징을 달갑게 받아들일 것이지!!!! 이게 무슨 경우인가!?
이것을 아는가? 화를 내는 당신의 모습은 구수한 욕설을 찰지게 구사하는 욕쟁이 할머니보다 더 별로다. 깊게 패인 주름, 치켜 올라간 눈꼬리, 잔뜩 가시가 돋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입술과 혀, 여기에 당장 눈이라도 찌를 것처럼 휘둘러대는 손가락을 보고 있으면 솔직히 말해서...
"음식점에서 까다롭게 종업원을 괴롭히는 유별난 아줌마 같다."
아무리 화가 나도 당신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사람을 들볶을 수 있는지, 어디까지 더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는 결혼하기 전까지는 남자친구에게 비밀로 하자. 당신의 그런 표정을 보고 남자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겠나? "아... 결혼하면... 매일 저런 표정으로 날 들볶겠구나..." 불평불만을 늘어놓더라도 끝까지 예쁜 모습을 잊지 마라.
"왜 어제 연락이 안돼!!!!!"라고 손가락질하지 말고 "오빠 왜 어제 연락 없었어요...ㅠ_ㅠ"라며 우물쭈물거려보자. 당신이 남자라면 어느 쪽에게 "우리 아기야 미안해 ㅠ_ㅠ"라고 할 것 같은가? 당신은 남자가 아니다. 박력과 단호함은 남자가 허세 부릴 때나 쓰게 양보해주자.
그 대신 당신에겐 애교와 눈물 그리고 여우짓이 있다! 남자들이 매일 말하지 않던가!? "예쁘면 다 용서돼!"
불만을 토로하고 짜증을 내더라도 당신은 예뻐야 한다.
남자들이 지가 잘못해놓고 적반하장으로 헤어지자고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당신과의 연애에 있어서 매일 싸우고 혼난 기억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기가 잘못을 했든 안 했든 중요한 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매일 혼내는 사람을 싫어한다. 당신은 심플하게 지금 당장 남자친구의 잘못한 것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국민 욕 여자 친구에 등극할 정도로 남자친구에게 갖은 가시 돋친 질책을 쏟아내지만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내가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반성하기보다는 이런 생각을 한다. "아... 하루도 쉴 새 없이 불평불만을 쏟아내는구나... 얘는 내가 그렇게 싫은가?"
당신이 남자친구를 쥐 잡듯 잡고 싶다면 적어도 남자친구가 당신에게 꼼짝없이 잡혀 갖은 바가지를 긁히고 있을 때 적어도 "아... 지금은 이렇게 날 들볶지만 내가 잘하기만 하면 나한테 정말 잘하는 여자인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소에는 세상에 이런 여자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해줘라. 그래야 당신에게 들볶여도 "그래... 평소에 나한테 그렇게까지 잘해주던 사람인데... 내가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을 할거 아닌가?
나는 요즘 여자친구님께 잦은 술자리 때문에 영혼까지 털리고 있다. 왜 전화를 안 하느냐... 왜 안 받느냐... 혹시 여자가 있는 건 아니냐... 솔직히 어쩔 땐 "아오... 확!"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언제나 마지막에는 "그래도...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여자가 어디 있겠어... 예쁘지... 애교 작살이지... 심지어 나만 보잖아!"로 마무리된다.
남자친구의 멱살을 잡고 숨통을 조이고 싶다면 적어도 내 여자친구님 정도는 해보자. 만나면 저 멀리서 환한 미소로 달려와 "오빠!"하고 안기고, 길을 걷다 뽀뽀도 좀 해주고, 재미없어도 빵빵 터져주고, 음식이 맛없어도 "그래도 오빠랑 먹으니까 맛있다!"해주고... 이래야 당신에게 목을 졸려도 정신이 희미해지면서도 "그래도 가끔 욱하는 거 빼면 정말 좋은 여자인데..."할 거 아닌가?
아... 글을 쓰면서 이 글에 달릴 댓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왜 여자만 노력해!?", "남자가 잘못한 거잖아!", "바닐라 로맨스는 맨날 남자 편" 따위의 댓글이 달리겠지... 이젠 뭐... 그러려니 한다. 지금까지 글을 읽고 만약 위와 같은 댓글을 적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면 잠깐만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숨을 길게 들이마시며 생각해보자. "화를 내서 내가 어떤 이득을 볼 수 있을까?"
솔직히 화를 내면서 당신도 이후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뻔히 알고 있지 않은가? 또 뻔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적반하장으로 이별통보를 하거나, 잠수를 타버리거나... 당신은 왜 뻔히 보이는 결말을 향해 자신 있게 손을 뻗는가?
여자친구님께서 요새 심기가 불편하신지 카톡 상태 메시지에 이런 글귀를 적어두셨다. "후회하기 싫으면 그렇게 살지 말고 그렇게 살 거면 후회하지 마라" (참고로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의 한 구절이다.) 당신은 이 글귀를 읽고 무슨 생각이 드는가? 지금 그 마음으로 예쁜 연애를 만들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