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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May 16. 2016

임자 있는 남자를 좋아하면 안 되는 이유

L양의 사연을 보면 분명 내 블로그에서 본인과 비슷한 사연들도 많이 읽은 것 같은데... 내가 어떤 말을 해줄 거란 것도 알면서... 굳이 이런 사연을 보내다니... 그래 맞다. L양이 내 블로그 글에서 보았듯이 L양은 지금 감정 컨트롤에 문제가 있으며 빨리 정신 차리고 정상적인 남자를 만나 행복한 연애를 해야 한다. 이미 답이 나온 이야기지만 L양이 원하는 대로 L양의 사연을 독하게 분석해줄 테니... 정신 차리고 빨리 다른 남자 만나라.



임자 있는 남자는 원래 유혹에 약하다.

전 남자친구의 상처로 1년째 심장이 굳어 있었는데... 오빠를 처음 본 순간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오빠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는 상태였죠... 저는 포기하기로 했지만... 도저히 포기가 안되더라고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을 해봤어요... 오빠를 좋아하고 있었다고... 그랬더니 오빠도 사실 제가 눈에 띄었었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L양이 대략 A4지의 한 장을 빼곡히 채운 둘만의 은밀한 썸을 이렇게 짧게 요약해서 미안하다.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뭐... 그에게 첫눈에 반했고... 그의 시선을 느꼈었고... 페북으로 말을 걸었더니 친절하게 받아줬고... 만났는데 너무나 편했고... 대화를 하다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했고... 뭐 하여간 L양이 말하고 싶은 건 이거 아닌가?


"전 저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오빠도 절 좋아하고 있었어요!" 그것에 대해 정확히 얘기하자면 반은 맞았지만 반은 틀렸다. 남자가 L양에게 호감을 느낀 것은 맞겠지만 L 양이라서 호감을 느낀 건 아니다.

무슨 소리냐고...? 쉽게 말하자면 "꼭 L양이 아니었어도 다른 여자가 L양처럼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했다면

어떤 남자라도 흔들렸을 거란 거다."


양심이 있는 임자 있는 남자라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서 새로운 여자를 물색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여자가 먼저 대시를 하는 경우에는 말이 달라진다. 내가 먼저 꼬신 것도 아니니 양심에 가책도 덜 받고 적당한 선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에 유혹에 쉽게 넘어가곤 한다.


"한마디로 L양은 여자친구 있는 남자와 우연히 눈이 맞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여자친구를 잘 만나고 있는 남자를 L양이 유혹한 거다." 물론 L양은 "오빠도 제가 눈에 띄었었다고 했어요...!"라고 말하겠지만 그건 그냥 L양의 레퍼토리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준 것일 뿐이다. 누군가 L양에게 "오? L양 오늘 셔츠 이쁘다~"했을 때 L양도 "어머~ 오빠는 오늘 머리 멋있는데요?"라며 맞장구 쳐주는 뭐 그런 거 말이다.



어쨌거나 당신은 내연녀다.

오빠는 스킨십을 하면서 많이 미안해하더라고요... 몇 달만 더 일찍 나타나지... 이게 뭐냐고... 마음 같아서는 헤어지고 저와 연애를 하고 싶지만 여자친구가 자기에게 많이 의지를 하기 때문에 안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정말 이런 적 처음이고... 계속 알아가고 싶다고 그러더라고요...


이것도 미안하다... A4용지 절반에 걸쳐 둘 사이가 얼마나 달콤했는지 서술했는데... 이렇게 성의 없이 요약을 해버리다니... 하지만 둘 사이가 얼마나 달콤했는지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다. 둘 사이가 불량식품에 첨가된 사카린만큼 달콤했어도 결국엔 잘못된 만남이고 L양은 스스로를 자기 합리화하지만 결국엔 그 남자의 내연녀일 뿐이다.


아니라고!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남자의 행동을 보자. 여자친구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살살 피하고 L양에게 좋아한다고 말을 하면서도 확실한 뭔가는 전혀 없지 않은가!?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좋지만 긍정적인 면만 보는 것도 확실히 문제다.


임자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나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임자가 있는 남자 입장에서는 L양과 적당한 거리를 두며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여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봐야 상대의 반쪽밖에 얻을 수가 없으니 말이다. 많은 여자들이 여자친구와 헤어지게 된 이후를 기다리지만 과연... 상대가 여자친구와 헤어진다고 당신에게 올까...?


잊지 마라... 지금 남자가 L양에게 잘해주고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내연녀로서 좋다는 뜻이다. 정말로 L양이 좋다면 자신의 조강지처를 정리하고 L양에게 안착하는 게 맞겠지만... 안타깝게도 조강지처를 내치고 내연녀를 선택하는 남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또 혹시나 여자친구와 헤어지더라도 잠시 내연녀 곁에 있기도 하지만 결국은 다시 조강지처를 찾아가거나 다른 여자를 찾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고?

"어쨌거나 당신은 내연녀일 뿐이니 말이다."


임자 있는 남자가 별을 따다 준다고 해도 절대 내연녀가 되지 말아라. 내연녀는 언제나 그늘 속에서 살아야 하고 전부 가져도 부족한 남자의 반쪽밖에 가질 수 없으며 무엇보다 아무런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여 언제든 버림받을 수 있는 그런 입장이 네 말이다.


L양아... 지금 L양의 꼴을 정확히 직시해라... L양이 뭐라 하든... 아무리 좋게 말해도 L양은 로맨스에 눈이 먼 내연녀일 뿐이다. 



희망고문이 아니다, 지금 널 정리하고 있는 거다.

그렇게 몇 줄을 지내다 오빠가 할 말이 있다고 만나 자하더라고요... 그때 직감이 왔죠... 역시나 그만 만나자고 하더라고요... 이건 완전한 사랑이 아니라며... 제가 저보다 여자친구가 더 좋냐고 물어봤더니 그건 모르겠다고.. 하지만 저를 더 알아가고 싶은 건 사실이라고... 하지만 더 이상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집안 문제도 있고... 진로도 그렇고... 금전적 문제도 있는 것 같았어요... 정말 아니라면 확실히 말해주지... 희망고문을 당하는 기분이에요...


L양이 독한걸 원했으니 독하게 말하는 거지만... 대체 어디가 희망고문인가!? 지금 대놓고 "연락하지 마, 나 이쯤에서 조강지처한테 돌아갈래!"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집안 문제든 진로든 금전적이든 뻔한 멘트를 주욱 늘어놓았지만 잘 지켜봐라 과연 여자친구랑 헤어지는지...


L양은 "혹시... 첨엔 도도해서 좋았는데 나중에 보니 아니라서 질렸을까요?"라며 소설을 쓰고 있지만 사실 이 모든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앞서 말했듯 임자 있는 남자는 유혹에 약하다. L양이 아니었어도 그 정도로 유혹을 했다면 L양에게 보여줬던 것만큼의 애정표현은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지듯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콸콸 쏟아냈을 거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임자 있는 남자는 애정표현을 하고 달콤함을 충분히 즐기고 나면 양심의 가책이 들기 시작하며 슬슬 내연녀를 정리하고 꽃다발을 사들고 조강지처에게 돌아간다. L양은 이별이라고 말하지만 이건 이별이 아니라 처음부터 예정된 정리다. 누가 잘못한 건지 누가 나쁜 건지 따질 필요도 없다. 그냥 일어난 일이고 바꿀 수도 없는 일이다.


L양은 선택하면 된다. 앞으로 계속 자기 합리화를 하며 임자 있는 왕자님이 돌아오시기를 기다리던가. 쓰리겠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부족한 감정 컨트롤과 상황 파악 능력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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