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를 해봐야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
K양의 안타까운 사연에 대해서는 K양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정밀 분석해야 함이 옳지만 분량의 관계로 K양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만 집중탐구를 해보도록 하자. 과연 전 남자친구는 다른 여자를 만나면서 K양에게 연락을 했더걸까? 이건 알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알려고 하지나 관계가 깨지고 그냥 넘어가자니 속이 미어터지고, 그렇다면 방법은 없는 걸까?
물론 있다! 일단 K양이 현실적으로 맞닥뜨린 일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나 이제 시험 준비를 해야 해서 당분간은 연락이 소홀할 거야 미안."이라고 말을 해두고 시험이 끝나고 나서 이 복잡한 문제를 천천히 풀어나가 보는 거다!
정말 문제는 제가 지금 시험을 3개월 앞두고 있다는 거예요... 정말 중요한 시험인데... 저는 이렇게 잘 지내다가 자연스레 재회를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오빠지인으로 부터 오빠에게 여자친구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질 않아요... 오빠에게 물어봐야 할지... 그러다 정말 사실이면 저는 상실감에 시험도 망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이렇게 그냥 지나가자니 속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또 공부가 안되고...
재회를 위해 시험공부를 하며 차근차근 스텝을 밟고 있는 와중에 전 남자친구에게 다른 여자친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비보를 들은 K양... 멘붕이란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공부는 해야겠고, 전 남자친구는 신경 쓰이고 그냥 몽땅 엎어버리자니 후회할 것 같고 그냥 넘기자니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기분이 들 텐데... 어찌해야 할까?
이렇듯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을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우선순위를 따지고 그 우선순위에 따라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시험과 전 남자친구라니...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당연히 3개월만 고생하면 끝나는 시험이 먼저다. 일단 전 남자친구에게 "오빠 나 시험이 3개월밖에 안 남아서... 일단은 시험에 집중할게 간간히 연락하면서 지내자~"정도로 둘러대고 열심히 전 남자친구에 대한 관심을 끊고 시험에 올인을 해라.
물론 이렇듯 깔끔하게 입장 정리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런 식이면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전 남자친구에게 쏟을 것이고,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사실을 가지고 전 남자친구를 들들 볶다가 시험과 재회 모두 깔끔하게 말아먹을 수도 있다.
일단 공부에 집중을 해라. 그리려다 머릿속에 "오빠한테 정말 여자친구가 생긴 거 아냐? 그래 놓고 나랑 연락을 했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면 남자친구를 원망하고 남자친구의 페북을 뒤지지 말고 스스로 알차게 알밤 한대를 쥐어박고 이렇게 되뇌어라.
"공부하기 싫으니까 자꾸 잡생각을 하는구나... 이놈의 XX통!"
K양의 전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친구를 사귀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런 일에 신경을 쓰고 있어봐야 K양의 점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며 시험이 떨어졌을 때 전 남자친구를 원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오빠는 마음이 이미 떠났고, 여자가 있건 없건 제게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이렇게 묻어줘야 하나요? 아무리 제가 헤어지자고 했었다고 해도 저를 이렇게 대접해도 되는 건 아니잖아요. 복수까지는 아니라도 이렇게 마냥 오빠는 제게 상처를 주고 멀쩡하게 다른 여자와 연애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사실 이렇게 말해도 내심 다시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1%는 있어요...
K양의 복잡한 마음은 알지만 우리 좀 몇 가지 집고 넘어가자. 일단 K양은 3년 동안 별 탈 없이 잘 만나던 남자친구에게"이게 진짜 사랑일까?"라는 마음에 일방적으로 이별을 말했고 남자친구는 한 달 동안 적극적으로 매달렸으며 그래도 K양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정리가 되면 돌아가야지..."라며 애걸복걸하는 전 남자친구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굳이 따지자면 상처는 K양이 먼저 준 것이고 지금의 이 상황은 K양이 만든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연애라는 게, 사랑이라는 게 참 그렇다. 좋을 땐 없으면 죽을 것 같고, 이 세상 모든 것보다 상대방이 더 소중하다가도 마음이 틀어지고 나면 상대가 어떤 감정을 느낄지 무신경하게 되는 거다. 그래서 K양이 아무렇지 않게 이별을 통보한 거고 매달리는 전 남자친구를 단칼에 잘라낸 것이며 소문이 사실이든 거짓이든 애매 한태 도로 K양을 대하는 것이다.
둘 중에 누가 나쁜 걸까? 난 둘 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안타깝게도 K양과 전 남자친구 모두 시간이 지나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않고 자신의 감정이 느끼는 대로 행동했을 뿐이다. 상대방의 어떠한 행동에 상처를 받아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는 모든 사람들아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과연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상대에게 충실했던 사람이었던가?"
상대방이 당신에게 금전적인 손해와 같은 직접적인 손해를 입혔거나 의도적으로 당신에게 상처를 주려고 치밀하게 계획을 한 것이 아니라면 복수 따윈 접어두자. 복수를 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전혀 없음은 물론이고 이미 끝난 일에 괜히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물론 분한 마음을 억누르기만 하는 것은 고통스럽겠지만 의미 없이 복수에 칼날을 가느니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고 무도회장에라도 가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게 더 생산적이다.
더욱이 현재 K양은 이미 헤어진 사이고 심지어 K양이 헤어지자고 한 것이며 전 남자친구에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이 확실한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복수가 의미 없는 것은 물론이며 K양은 아직 복수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 고민을 해야 할 때도 아니다.
당장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모른척하다가 오빠가 알아서 제게 돌아오길 기다려야 하는 건지... 아니면 확실히 매듭을 져야 하는 건지... 마음 같아서는 매듭을 짓고 싶지만 그래 봐야 후회스러운 건 저일 것 같아 그러지도 못하고...
주변 여자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100% 이렇게 말할 거다. "어머! 내가 볼 땐 그 남자 100% 딴 여자 있으면서 연락하는 거야! 딱 잘라내!" 분명히 그럴 거다! K양의 주변 여자 지인들이 그렇게 말하는 데에는 매우 합리적이 이유가 있다. "내 일이 아니니까"
그렇다, 그녀들 입장에서는 자기 일이 아니니까 조금만 미심쩍어도 쿨하게 헤어지라고 말할 수 있는 거다. 마치 게임을 일하다가 중간에 캐릭터를 삭제하고 다시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어디 그게 당사자에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괜히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일단 연락 끊으라고 말하는 사람들과는 거리를 두고 보다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보자.
앞서 말했지만 현재 가장 현명한 방법은 남자친구에게 시험 핑계를 대며 일단 뒤로 물러나 시험공부에 열중하고 시험이 끝나고 나서 차근차근 일을 해결하는 것이다. 시험, 졸업, 취업 등등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들이 지나고 나면 갑자기 번쩍 눈이 뜨이며 그동안 고민했던 것들이 한순간에 풀리기도 한다. 어쩌면 시험이 끝나고 나서 "내가 왜 전 남자친구한테 이렇게 전전긍긍했던 걸까?"라고 느낄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보다 안정적인 심리상태에서 남자친구와 대화를 통해 해결을 할 수 있을 수도 있다.
또한 3개 워의 시간이라면 전 남자친구에게 충분한 시간이 되어 애매한 태도가 아닌 확실한 입장 정리를 할 수도 있는 노릇이고, 굳이 K양이 캐내려 하지 않아도 전 남자친구에게 여자친구가 있었다면 자연히 카카오톡이라던가 페이스북에 자연히 드러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지금 당장 불안하고 힘들겠지만 애써 전 남자친구를 밀어내려고 하지 마라. 어쨌든 지금 당장은 시험을 앞두고 힘들어하는 K양에게 나름의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