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받아들여야 할때가 있다.
재회상담을 하다보면 때론 차라리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고 다음 연애를 준비하는편이 나은 케이스들을 접하게 된다. 그런경우 조심스레 그녀에게 이별이 더 나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만 그녀들의 반응은 언제나 "저도 그래야한다는걸 알지만 잊을수가 없는걸요!"라고 말한다. 정말로 그녀들은 헤어진 남친구를 못잊는걸까? 지금까지 수많은 이별케이스를 경험해봤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말 상대를 못잊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잊기 싫어하는 케이스가 많았다. 명심해라 당신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헤어진 남자친구의 그늘에서 벗어날수 있다!
이별을 받아들이고 새출발을 하라고 말하면 이별녀들은 날 원망하는 눈빛으로 "저도 그러고 싶다고요! 하지만 그럴수가 없는걸 어떡하라고요!" 라고 말한다. 물론 그녀의 말이 맞을수 있다. 남자친구와의 추억이 너무 많아서, 남자친구에게 너무 많이 의지해서 그 사람과의 이별은 생각하지도 못할수도 있다.
액션 영화를 보면 꼭 천하무적 주인공옆에는 겁쟁이 동료가 있다. 무너지는 고층 빌딩에서 주인공은 멋지게 점프하여 옆건물로 피하지만 겁쟁이 동료는 "못뛰겠어", "난 못해", "나 고소공포증 있단 말야!"라며 주저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이별녀가 딱 겁쟁이 동료와 같다. 남자친구가 더이상 나를 존중해주지 않을 때, 상대방의 집안에서 나를 격렬하게 반대할때, 남자친구아 나 사이의 오해가 깊어져서 더이상 돌이킬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피폐해졌을 때 등... 이별을 받아 들이지 않을수 없는 상황에서는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는거다.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해서 무너지는 빌딩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있어서는 안되는 것처럼
이별이 힘들다고 당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관계를 지속해서는 안된다.
이별해야하는 상황에서 이별을 받아들이는것이 힘들다는건 의미없는 무의미하다.
이별 해야할 상황에서는 당신의 상황이 어떠한들 이별해야하는거다.
사실 이별녀도 알거다. 남자친구가 더이상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것이 확실하고, 더이상 날 존중하지 않으며, 연인 사이에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는데... 이제는 정말 헤어져야하는데... 머리로는 알면서도 남자친구가 떠난 이후의 공허함을 도저히 견딜 자신이 없는거다.
주변 지인들은 다른 사람을 만나보라고 하지만 아무리 소개팅을 해봐도 그 사람에게 마음이 가기는 커녕 헤어진 남자친구에 대한 마음만 더 강렬해질 뿐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이별녀들은 "역시 나의 이 공허함, 외로움, 괴로움은 헤어진 남자친구가 아니면 채울수 없는걸까...?"라며 더욱더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집착을 하곤 하지만 사실 이런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생각이다.
이별녀들의 생각처럼 지금 이별녀들이 느끼는 공허함을 완벽하게 딱! 채워줄수 있는 사람은 분명 헤어진 남자친구가 맞다. 하지만 이별녀의 공허함을 채워줄수 있는것이 헤어진 남자친구뿐만은 아니다.
이별이 아프고 괴로운건 그 사람 때문이 아니다. 정확히는 그 사람이 내게 해줬던것들 때문이다. 심심할때 수다를 떨어주고, 재미있는 영화를 같이 보고, 새로운곳으로 여행을 가고, 고민을 상담해주고, 분위기 있는 곳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그 모든 것들을 남자친구가 해줬기에 이별녀는 남자친구가 사라지자 막연히 괴롭고 그리울수 밖에 없는거다. 또한 이 모든것을 채워줄 남자를 필요로 하다보니 어떤 남자를 만나도 쉽게 마음의 문을 열수도 없는것이다.
한번에 헤어진 남자친구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하지말고 헤어진 남자친구가 내게 해줬던것들을 쪼개어 보자. 그리고 그것을 함께할 지인을 찾아보는거다. 당장 헤어질 남자를 대체할 만한 남자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심심할때 수다를 떨어줄수 있는 남자를 찾는것은 결코 어렵지 않을것이다.
이런식으로 남자친구가 해주었던것을 조금씩 다른 사람들과 해보자. 물론 그중에는 남과 할수 없는 혹은 일정량의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할수 없는 것들도 있겠지만 가슴에 수박만한 구멍이 뻥 뚫렸을때 보다는 작은 조각들로 헤어진 남자친구의 빈자리를 채우고 나면 마냥 힘들어 할때보다는 훨씬 안정적인 느낌을 받을수 있다.
헤어진 남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여자들은 꼭 "남자친구는 저를 좋아하긴 했을까요?", "제가 얼마나 잘했는데... 역시 남자친구가 나쁜 남자였던거죠?", "혹시 다른 여자가 있었던건 아니었을까요?"류의 쓸데 없는 질문을 하는데 정말 말그대라 쓸데없는 질문이다.
헤어지기로 했으면서 굳이 남자친구의 마음을 궁금해할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남자친구가 당신에게 돈을 수백 수천만원 빌리고 잠적을 한것이 아니라면 분명 당신을 사랑했었을 것이며 당신이 아무리 잘했으나 남자친구와 코드가 안맞았을수도있고 다른 여자가 있었을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헤어지기로 한 마당에 남자친구의 마음을 괜히 비꼬아 생각하거나 남자친구를 미워하지는 말자.
정말 헤어지기로 했다면 남들이 "야! 그 남자는 널 좋아한게 아냐!"라며 욕을해도 엄마미소를 하고 "아냐 정말 좋은 사람이었어!"라고 말하며 헤어진 연인을 예쁘게 포장해서 기억한켠으로 밀어넣어두자. 당신이 궁금해하고 미워해봐야 당신의 정신력만 소모될뿐인 일에 매달릴필요가 없지 않은가?
끝내야할때 웃으며 차분히 끝내는것이야말로 궁극의 현명하고 성숙한 연애다.
너무 슬퍼할 필요도 없고 그를 미워할 필요도 없다.
그저 "서로 좋은 사람이었지만 도저히 맞질 않으니 아쉬운 연애였어..."라고 생각하고
예쁘게 포장한뒤 개봉금지 딱지를 붙여 기억의 저편으로 밀어넣자.
그리고 그의 빈자리에 아파하지말고
체계적으로 작은 조각들로 다시 그 빈자리를 채워넣으면 그만이다.
쉽지 않다는건 나도 안다. 하지만 쉽다고 생각해라.
어차피 해야할일인데 힘들다고 생각해봐야 쉬운일도 어려워질 뿐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