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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로맨스 Sep 11. 2016

남자 친구는 정말로 나를 사랑하는 걸까?

연애는 서로 의지하는 게 아니다.

지금부터 K양에게 해줄 얘기는 좀 까칠할 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연애의 경험도 적고 나이도 어리면서 본인보다 10살이나 많은 남자 친구를 애 취급하고 본인은 매우 이성적인 사람으로 설정해 놓은 뒤 연애는 이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설익은 연애론을 늘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K양은 내게 장문의 이메일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이성적이고 생각이 깊은지를 어필하려 했지만 내 눈에는 어설프게 어른 인척 하는 중학생 같아 보일 뿐이라는 거! (오늘은 사연이 사 연인만큼 오빠 버전으로 이야기해보자)



연애는 서로 의지하는 게 아니다.

연애라는 건 서로 의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었어요. 서로의 아픈 부분에 대해서 이해하고 배려하고 품어주고 그런 거요. 하지만 현실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이번 제 남자 친구도요. 그저 편하고 좋은 얘기만 나눌 수 있는 여자 친구를 원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 이상의 깊은 관계를 원하지만요... 매번 남자 친구에게 의지하려고 할수록 남자 친구는 저를 부담스러워하고 피하려고 하더라고요... 


연애란 서로 의지하는 것이다? 분명 K양의 말은 아름다은 말이기도 하고 많은 여자들이 바라는 것이긴 해, 어떤 고민이 생기면 서로 이야기하고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슬픔을 나누고 뭐 이런 건 좋아. 하지만 K양이 하는 것처럼 "우리는 연애를 하니까 모든 것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의지해야 해!"라는 식은 곤란해. 


연애는 결혼이 아냐, 적당히 상대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나의 좋은 면을 어필해야 하는 거야. 손가락 걸고 사귀기로 해놓고 마치 결혼이라도 한 것처럼 힘든 이야기들을 모조리 쏟아내고 "난 이제 쏟아냈으니 사귀는 사이니까 다 이해해주고 오빠도 다 쏟아내 봐"라고 말하는 건 사귀자마자 "K양아 우리 오늘부터 사귀기로 했으니까 내일 1박 2일 여행 가자"라고 하는 것처럼 좀 당황스러운 일이야. 


또한 서로에게 의지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결코 당연한 일이 아냐. 아무리 사귀기로 했다고 한들 나의 어두운 부분을 상대가 100% 이해해준다는 보장도 없는 거잖아. 반대로 내가 상대의 모든 것을 이해해줄 수 있고 또 상대에게 의지가 되어줄 수 있는 것 또한 아냐. 상상해봐. 남자 친구가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어서 K양에게 의지하겠다며 전화할 때마다 만날 때마다 힘든 얘기만 한다면 K양은 "역시 연애는 서로를 의지하는 것이지!" 라며 흡족해할 것 같아? 


그리고 힘든 일을 상대에게 이야기하고 의지하는 것을 쉽게 말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고 자기중심적인 생각이야. 생각해봐. 연인이라면 상대가 힘들어할 때 그 문제를 같이 해결해주고 싶어 하기 마련이잖아. 그런데 상대가 대책 없이 힘든 얘기를 쏟아 낸다고 생각해봐. 처음엔 도움을 주고 싶다가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부정적인 이야기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겠어? 


쉽게 말해서, 남자 친구가 주식에 투자했다가 1억의 빚을 졌다고 생각해봐. 남자 친구가 맨날 대출금 막는 게 너무 힘들다고 말한다면 K양은 기분이 어떻겠어. 처음엔 여윳돈이 있다면 빌려주기라도 하겠지만 K양이 여윳돈이 없거나 K양도 돈에 쪼들린다면 매일매일 대출금으로 징징대는 남자 친구가 어떻게 보이겠냐고. 


분명 연애는 서로에게 의지하는 게 맞긴 해. 하지만 정말 너무 힘들 때 도저히 혼자서 이겨낼 수 없을 때 아주 살짝 상대에게 털어놓고 힐링을 받은 다음 다시 나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거지. 기본적으론 사랑하는 상대에게 의지하며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나 스스로 노력하는 게 맞는 거야. 지금 K양이 하는 것처럼 뭐든 남자 친구에게 털어놓고 의지하고 또 남자 친구도 그렇게 하길 바라는 건 너무도 짧고 속 편한 발상이야.  



사랑에 빠졌다고 슈퍼맨이 되는 건 아니다.

요즘은 남자 친구가 저를 아껴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요. 장거리 연애(왕복 7시간 거리)의 특성상 만날 때마다 외박을 해야 하는데 부모님 눈치 때문에 외박하기 힘든데 그 부분도 잘 이해해주지도 않고요. 당일로 그냥 얼굴만 보자고 했더니 그럼 다음에 외박될 때 보자고 하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남자 친구는 저를 보고 싶어서 만나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육체적인 부분에 비중을 많이 두는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부분은 좀 민감한 부분이니 최대한 신경 써서 얘기해줄 테니까 잘 들어봐. K양을 비롯해서 여자들은 "~게 하는 걸 보니 절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말을 하곤 하는데 솔직히 남자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뿐이야. 아무리 사랑에 빠졌다지만 남자 친구가 슈퍼맨이야? 사랑하니까 왕복 7시간 거리를 그냥 당일로 왔다 갔다 하라고? 


같이 자려고만한다는 거에 집중하기 전에 왕복 7시간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남자 친구의 입장도 좀 생각해보라고. 괜한 일로 남자 친구를 욕구의 화신으로 만들기 전에 K양이 먼저 "그럼 내가 당일치기로 갔다 올게~"라고 말해볼 생각은 안 해봤어? 


솔직히 왕복 7시간이라는 것도 좀 의심스러운 게 남자 친구가 집에서 출발해서 K양을 만나는 데까지 3시간 반밖에 안 걸린다는 거야? 정말? 나도 지금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어서 하는 말인데 여자 친구는 나에게 자기를 만나러 오는 데에 4시간이 걸린다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강남 오피스텔에서 출발을 해서 버스를 타고, 센트럴시티 터미널에 간 후 표를 끊고 차를 기다리고, 버스를 타고, 터미널에 도착해서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는 모든 시간을 더하면 약 5~6시간이 걸려 왕복으로 따지면 최대 12시간인 거고... (보고 있나? 만두 마미!) 


물론 여자 친구를 사랑하니까 그 시간이 아깝다거나 하지는 않아. 버스 안에서 책도 읽고 부족한 잠도 보충하며 최대한 그 시간을 활용하려고 하니까 하지만 내 여자 친구가 K양처럼 너무 쉽게 "나 외박 안되니까 당일만 보면 안 돼?"라고 말하면 좀 당황스러울 것 같아. 차라리 내 여자 친구처럼 "오빠 우리 집이 엄해서 외박은 힘든데 근처에서 혼자 자고 대신 내가 내일 일찍 오면 안 될까?"라고 말해주던가. 


덕분에 혼자 모텔에 들어갔다가 다음날 아침에 퇴실해서 해장국집에서 여자 친구를 만나는 다소 재미난 연애를 하고 있지만 여자 친구 입장에서는 충분히 노력을 해주는 것이란 걸 알기에 나도 내 노력이 아깝다던가 하지는 않은 거야. 근데 K양처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혹시나 내가 피곤해서 못 간다고 했을 때 여자 친구가 K양처럼 생각한다면 정말 당황스러울 것 같아. 


분명 사랑에 빠진 남자들이 최대한 여자 친구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려고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랑에 빠진 남자 차고 해서 모두 슈퍼맨은 아니야. 그들의 돈, 체력, 시간 등에는 분명 한계가 있는데 그런 것은 생각도 안 하고 무조건 "~를 안 해주는 걸 보면 저를 사랑하지 않는 건가 봐요..."라고 말하면 정말 당황스러운 거라고! 


"사랑한다면 이쯤은..."이라며 남자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끼기 전에 하나만 기억해.

"사랑에 빠졌다고 남자 친구가 슈퍼맨이 되는 건 아냐

상황에 따라 힘들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고!" 


 

연애를 인생의 일부분으로 여겨라.

바로님 정말 궁금해요. 연애가 이렇게 각자 따로 살고 따로 자기 할 일 하면서 지내고 좋은 소리만 듣고 싶고 얘기하고 싶고 그런 거라면 연애를 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이런 관계라면 친구랑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조금 더 깊은 정신적인 교감이 함께 이루어졌음 하는데...  


K양은 "이렇게 각자 할 일하다가 시간 나면 좀 만나고 좋은 얘기만 나누고 싶고 이런 게 연애라는 건가요?"라고 말하지만 난 이렇게 묻고 싶어. "K양이 하는 일은 그렇게 만만해? 연애할 거 다하고 놀 거 다 놀면서도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는 그런 일이야?"


일단 우선은 K양이 해야 할 일에 열중하길 바라. 그리고 남는 시간에 남자 친구와 연애를 하면서도 충분히 사랑을 키워갈 수 있어. 아니 그렇게 해야 안정적인 연애가 가능한 거야. 수업시간에 폰으로 연애질 하는 학생치고 성적 좋은 학생이 없는 것처럼 K양이 발전하려면 당연히 연애는 살짝 뒤로 밀어둘 수밖에 없는 거라고. 


K양이 연애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건 좋은 일이야 하지만 그보다 잊지 말아야 하는 건 연애는 인생의 일부분이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거야. K양이 해야 할 일은 연애뿐이 아니야, K양의 대인관계도 잘 챙겨야 하고, 지금 하는 일에도 일정 부분 이상 실적을 내야 하며, 자아실현을 위한 투자도 소홀해서는 안돼. 


가만히 K양의 지난 일상을 돌이켜봐 봐. K양이 인생을 살아가며 신경 써야 할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신경을 쓰고 노력을 했다고 생각해? "남자 친구가 사랑이 식었네..." 라며 속상해하기 전에 연애 이외의 부분에 충분한 투자를 해봐. (솔직히 충분한 투자라는 것도 웃긴 말이지... 어떻게 충분한 투자가 있겠어 올인을 해도 항상 부족하지...) 


재미있는 건 그렇게도 남자 친구에게 서운했던 모든 것들이 K양이 본인의 인생에 투자를 늘리면 늘릴수록 서운함이 줄어든다는 거야. 아니 오히려 만족감이 들 수도 있어! 


그리고 K양이 말하는 조금 더 깊은 정신적인 교감 그거 말인데... 그런 정신적 교감은 자주 전화하고 자주 만나고 서로 힘든 얘기들을 늘어놓는다고 생기는 게 아냐. 일단 서로를 보았을 때 서로가 충분히 존경할만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야. 


남자 친구가 백수에 게임폐인이면서 K양에게 헌신하고 힘든 얘기 털어놓는다고 정신적 교감이 이뤄질 것 같아? 자주 만나지 못하고 연락은 잘 안 되어도 각자 자신의 인생에 충실하고 멋있는 모습을 보이며 서로가 서로를 존경할만한 사람이라고 느껴야 좀 더 진지한 자세로 정신적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거야. 


지금 K양은 연애가 어쩌고 진지한 척 하지만 결국엔 "정말 사랑한다면..."이라며 공허한 사랑타령을 하는  철없는 아가씨 같아. 정말 남자 친구와 보다 깊은 정신적 교감을 원한다면 "나 사랑 안 해?"같은 질문을 던지지 말고 남자 친구가 볼 때 너무나 어른스러워서 고민이 생기면 조언을 구하고 싶은 그런 멋진 사람이 되는 데에 더 노력을 해봐.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하기 위해 연애를 하는 거야

연애를 하기 위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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