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짜증을 내는 남자 친구! 이유는?
S양의 질문에 답부터 하자면, 현재 남자 친구는 S양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고 남자 친구는 S양에 대한 마음이 식은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연애를 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더 맞다. 솔직히 내가 보기에 S양의 고민은 남자 친구의 문제라기보다 아직 남자경험이 없어서 라는 생각이 든다. S양이 꿈꾸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연애, 그거 다 채워줄 남자는 단언컨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정도면 85점짜리 남자 친구야!"
저희는 3년째 연애 중인 유학생 커플이에요. 오빠와 저는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자주 보는 편인데 요즘 남자 친구가 변한 것 같아서 고민이에요... 며칠 전에는 오빠가 저희 기숙사 라운지에서 과후배(여자)와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남자 친구는 제게 연락이 없었고, 다른 친구를 통해 저는 이 사실을 듣게 되어 기분이 안 좋았어요. 그래서 남자 친구에게 "오빠 우리 기숙사 왔으면 나한테 얘길 해줘야지, 친구한테 얘기 듣으니까 기분이 나쁘잖아. 다음부터는 애기좀 해"라고 했더니 남자 친구는 "내가 왜 너한테 내가 어디서 뭘 하는지 시시콜콜 다 보고를 해야 해?"라는 거예요.
S양 입장에서는 분노를 터뜨릴뻔한걸 억지로 참으며 이성적으로 이야기했는데 대뜸 "네가 무슨 상관이야?"하는 남자 친구의 반응이 충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옛말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했다. 남자 친구 입장에서 S양의 첫 멘트를 생각해보자.
남자 친구가 아무도 몰래 여자 후배와 어둑어둑한 밀실에서 밀회를 즐긴 것도 아니고, 개방된 기숙사 라운지에서 후배와 함께 수다도 아닌 과제를 함께 하고 있었는데 대뜸 나쁜 짓을 했다는 식으로 "우리 기숙사 왔으면 말을 해줬어야지!"라고 말을 들었다면 "아... 내가 잘못했구나! 연락을 했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까? 아니면 "내가 잘못한 건가? 그럴 수도 있지? 왜 별것도 아닌 걸로 짜증이지?"라는 생각이 들까?
만약 S양이 친구에게 남자 친구가 라운지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백허그를 시전 하며 "오빠! 나 보러 왔어~? 어? XX야 안녕~"이라고 했다면 남자 친구는 뭐라고 했을까? 남자 친구의 귀에 대고 "친구들이 오빠가 바람피우는 거 아니냐고 뭐라 하더라! 다음에 우리 기숙사 오면 미리 말해줘~ 내가 커피 가지고 갈게~"라고 했어도 남자 친구가 과연 "내가 어디 가든 왜 보고를 해야 하는 건데?"라고 했을까?
좋은 말을 듣고 싶다면 좋은 말로 대화를 시작해라. S양은 이러 한류의 대화를 "항상 이런 식이에요. 오빠는 제가 요구하는 모든 것이 스트레스로 느껴지는 듯해요!"라고 표현하지만 그전에 "대화의 첫마디를 어떻게 던졌더라?" 하고 따져보자. S양이 이쁜 말로 했음에도 남자 친구가 퉁명스럽게 대한다면 그때야 말로 마음이 변한 건 아닌지 의심해볼 만한 것이다.
저를 더 속상하게 하는 것은 오빠가 저보다 남에게 더 관심이 많다는 거예요. 평소에도 남에게 친절하고 남의 눈치를 보면서 무조건 잘 맞춰주는 스타일이었던 오빠는 군대에 갔다 온 후 그 성격이 더 심해졌어요. 축구, 농구 동아리 지인들 다 챙기고, 후배들이 부탁하면 다 들어주면서 저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요.
나는 S양의 불만에는 조금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자 친구가 시간을 소비하는 대상을 애인, 친구, 후배로 나눈 다면 분명 S양의 주장처럼 S양의 남자 친구는 애인에게 쏟는 시간보다 친구와 후배에게 쏟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애인이라는 카테고리에는 S양 혼자지만 친구와 후배라는 카테고리에는 수십수백 명의 사람들이 들어가 있다는 거다.
"오빠에게 나는 언제나 뒷전이야!"라고 불평하지 말고, 남자 친구의 모든 카테고리의 지인들을 개별로 보았을 때를 따져보자. 남자 친구는 누구와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고 누구를 가장 챙겨주고 있는가?
물론 이왕이면 24시간 중 12시간을 여자 친구에게 쓰고 나머지 12시간을 지인들에게 골고루 나눠 써야 S양의 입장에서 만족을 할지 몰라도 S양의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남자 친구를 비난하며 나쁜 남자로 몰아가는 것은 맞지 않는 행동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하루에 5~6시간을 같이 공부하고 시간을 보냈다면 요즘은 일주일에 3일 정도 밥을 같이 먹고 주말에 하루 데이트를 합니다."라는 말을 보았을 때 S양의 말마따나 너무 배부른 소리가 아닌가 싶다.
또 S양은 단순히 시간이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충분히 만날 수 있는 날에도 만날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말을 하는데... 그런 생각은 정말 위험한 생각이다. 상대 입장에서는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고 친구와 함께 하고 싶을 때도 있을 텐데... S양의 입장에서는 그 모든 시간을 '노력하면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여겨버릴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S양의 데이트 시간은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나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저를 섭섭하게 하는 일들이 이렇게 많지만, 또 오빠가 저를 많이 좋아한다고 느끼기도 해요. 막상 데이트를 할 때에는 사랑받는다는 느낌도 들고, 오빠도 행복해 보이고요. 또 얼마 전 밸런타인데이에는 (미국에선 남녀 둘 다 챙겨요) 특별한 선물도 하고 미안하고 고맙다고 뭐 그런 영상편지도 만들어주고...
지금 S양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남자 친구의 변심? 음... 내가 볼 때에는 S양이 연애 초기와 현재를 너무 단순 비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특히나 S양이 말하지 않았나? "원래 2~3학년이 많이 바빠요... 저도 그때 오빠가 군인이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었거든요..." 여유로웠던 1학년이 가고, 바쁜 시기가 왔으니 둘 사이의 관계도 어느 정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는 거다.
단순 비교하지 마라. 오늘과 내일은 엄연히 다른 하루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이다. 괜히 연애초와 비교하며 괜한 걱정과 우울에 빠지지 말고 현재 남자 친구가 S양에게 어떻게 해주는지에 집중해라. S양 스스로도 말하지 않았는가? "이 정도면 그렇게 나쁜 건 아니지만..." 이게 어디 아주 나쁜지 않은 정도인가? 이 정도면 3년씩이나 만났음에도 아직도 깨를 볶는 달달한 신혼의 느낌이지!
예전으로 돌리려 하지 말고, 현재에 맞는 플랜을 짜라. S양이 그동안 갖은 노력을 했지만 만족하지 못했던 것은 S양이 지향하는 만족도가 너무 높아서다. 만족도를 조금만 낮춰봐라. 이 정도만 해도 훌륭한 연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