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닐라로맨스 Oct 18. 2016

왜 당신은 데이트 신청에 거절당했을까?

맥락을 고려해서 데이트 신청을 하자.

P군을 비롯해서 상담 메일을 보내는 독자들에게 소심하게 한마디를 하자면... 나는 당신의 개인 상담사가 아니다... 나와 일면식도 없으면서... 사연하나 틱 보내 놓고 "제 사연은 언제 올라오나요?", "올려주지도 않을 거 왜 읽어요?", "다른 분도 절박하겠지만 제 사연을 먼저..."라고 말하면 참... 난 좀 그렇다... 사연을 보내도 블로그에 사연이 늦게 올라오거나 올라오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매일 수십 통의 메일이 밀려들어오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뻔히 며칠 전에 다뤘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소심한 이야기는 이쯤으로 하고 P군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여다보자!



맥락을 고려해서 데이트 신청을 하자.

그녀를 알게 된 건 재수학원에서였어요. 수업이 끝나고 밤까지 독서실에게 공부를 하는데 항상 저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더라고요. 몇 달간 그렇게 비슷한 패턴의 생활을 하다 보니 인사도 하게 되고 공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점심도 한번 같이 먹었네요. 여기서 더 가까워지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공부가 먼저라는 생각에 공부에 전념을 했고 저와 그녀는 서로가 원하던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었죠. 합격 후 카톡을 가끔 주고받아가 얼마 전 그녀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바쁘다며 다음에 만나자고 하네요. 


일단 하나 확실히 하자면 P군도 어렴풋이 느꼈겠지만 "그녀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다음 주에 알려준다고 대답을 미루고 다음 주가 되어서는 바빠서 안 되겠다고 다음에 보자고 미루는 건 누가 봐도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지 못했다는 소리고 여기에 P군과의 만남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도 유추할 수 있다. 


만나고 싶었으나 정말 바빠서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면 적어도 '나중에'라는 막연한 약속이 아닌 특정일을 잡았을 것이고, 무엇보다 다음 주에 알려주겠다고 해놓고 P군이 연락할 때까지 아무 소식이 없었다는 건 시간은 있지만 P군은 만날 시간이 없다는 소리다. 


그럼 그녀는 P군을 싫어하는 걸까? 그건 모르겠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호감과 비호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호감과 비호감 사이에 드넓은 무관심의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험시절의 둘의 관계를 비춰봤을 때 아마 P군은 호감에 조금 더 가까운 무관심의 영역에 있는듯하다. 


"아... 그녀는 나를 싫어하는구나...?"라고 비관하기 전에 둘의 사이를 객관적으로 따져보자. 재수를 하며 같은 공간에서 공간을 했을 뿐, 1년 동안 딱 한번 밥 먹어본 사이지 않은가? 뭐... 밥을 한 번밖에 못 먹었다고 데이트 신청을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나에게 충분한 호감을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이렇다 할 친밀감마저 없다는 건 그녀 입장에서는 굳이 불타는 새내기의 스케줄에 P군과의 만남을 끼워 넣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더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그녀의 입장에서 1년 동안 밥 한번 먹어본 P군을 왜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보라는 거다.  



그녀를 만날만한 그럴듯한 핑곗거리를 만들어라.

바쁘다는 그녀에게 저는 혹시 부담스러웠다면 미안하다고 말을 했고 그녀는 그런 거 아니라며 다음에 꼭 봤으면 좋겠다고 말해줬어요. 저의 지금 생각으로는 그녀가 저를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것 같은데... 제 생각이 맞는 걸까요...? 그녀를 다시 볼 방법은 없을까요? 


앞서 말했지만 그녀는 P군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굳이 만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첫눈에 홀딱 반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절친한 사이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재수 기간 동안 열심히 공부에 올인한 건 좋았지만 썸까지는 아니어도 공부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잠깐씩 대화를 나누거나 밥이라도 자주 같이 먹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기에 슬쩍 다른 사람 몇 명만 끼워 넣었어도 그녀에게 "XX야~ 이번에 애들 모이기로 했는데 늦게라도 와~"라고 때깔 좋은 핑곗거리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녀와의 빈약한 관계를 튼튼히 하는 데에는 술자리만 한 게 없다. 물론 P군이 "XX야! 술 한잔 하자!"하면 그녀는 또 없는 일거리를 만들어 가며 바쁜 척을 할 수도 있으니 대학생의 낭만! 과팅을 핑계 대보자. P군과의 일대일 만남은 부담스러울지 모르나 과팅이라면 부담도 덜 하고 과팅을 핑계로 자주 연락을 할 수도 있을 거다. 


과팅을 기반으로 그녀의 대학 축제에 놀러 가고 방학이 되면 같은 토익학원을 다니며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는 데에 집중하자. 그리고 서로가 심심할 때 편하게 전화통화를 할 정도의 사이가 되었을 때 말해보는 거다. "XX야, 이따 학원 끝나고 소주 한잔 어때?"



작가의 이전글 남자 친구와의 트러블, 어디까지 이해해야 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