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를 만났으면 더 고수가 되어야 한다.
이별 직후 가장 중요한 건 울며 매달리는 게 아니라 남자 친구가 왜 나에게 헤어지자고 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이유에 따라서는 아무리 힘들어도 놓아주는 것이 맞을 때가 있는 것이고, 재회를 하지 못해도 나중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오답노트를 꼼꼼하게 작성하는 것은 중요하다.
남자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남자 친구가 게임만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관심받고 싶어서 조금 징징댔더니 짜증을 내더라고요. 자존심도 상하고 해서 혼자 와인 한 병을 사 와서 다 마시고 누워있었는데 남자 친구는 여전히 제게 관심을 보여주지 않더라고요. 저는 더 화가 나서 "너 나 좋아하는 거 맞아? 나 집에 갈 거야 그럼 우리 헤어지는 거야 나 안 잡을 거야?"했고 "미안해"라는 말은 듣긴 들었는데 남자 친구도 화가 난 것 같더라고요.
- 훈남 남자 친구를 흔남 대하 듯한 L양
왜 L양은 3달 정도밖에 안 만난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10년여 만에 가슴 설레는 연애를 했던 걸까? 그러 아마도 성격도 성격이겠지만 L양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 보자면 남자 친구가 "잘생기고 몸도 정말 모델같이 운동 열심히 해서 남자답고 근육질, 그리고 패션 스타일도 좋았어요"여서 였을 것이다.
평소 인기가 많은 스타일이라는 L양이 한눈에 반할 정도의 남자라면, 남자 친구는 어떤 연애를 했었을까? 주변에서 유혹도 많을 것이고 또 대부분 자신에게 맞춰줬을 것이다. 그런데 훈남을 흔남 대하듯 명령하고 짜증을 내면 훈남은"아! 나에게 명령하고 짜증을 내다니! 이런 여자 처음이야!"라면서 더 사랑에 빠질까?
매력이 좀 빠지는 남자들이야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L양의 명령과 짜증을 자신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여기겠지만 아쉬울 것 없는 훈남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우리는 안 맞나 보다. 서로 더 정들기 전에 정리하자."라고 쿨 내를 풍길 것이다.
라이벌이 많을 것 같은 객관적 훈남을 만나려면 L양은 그동안의 수동적인 연애 방식에서 능동적인 연애 방식으로 바꾸는 게 맞았다. "나도 잘났는데 맞춰만 주고 살아야 해!?"라고 억울해할 필요가 없다. 노예가 되라느게 아니라 조금만 더 머리를 쓰라는 거다.
남자 친구가 게임에 빠져있어서 L양에게 관심이 없어서 속상하다면 이별드립을 치면서 고압적인 태도를 보일게 아니라 남자 친구의 옷장에서 셔츠 한 장만 걸쳐 입고 라면을 맛있게 끓여서 남자 친구에게 갖다 줘 보자. 남자 친구가 그래도 게임에 환장할까? 상대가 고수면 당신은 한 단계 더 고수가 되어야 한다. 귀찮고 자존심 상하는 게 아니라. 쉽게 만날 수 없는 적수를 만났다 생각하고 항상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거다.
"이래도 네가 나한테 안 미치고 배겨?"
오빠나 저나 한 성격 하다 보니, 한번 싸우면 서로 막말을 많이 해요. 얼마 전에도 사소한 일로 싸우다가 너무 화가 나서 막말을 했는데 오빠는 이제 지쳤다면서 시간을 좀 갖자고 하더라고요. 전 그제야 심각성을 깨닫고 미안하다고 시간을 갖자고 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다음날, 그다음 날, 또 그다음 날 생각은 해봤냐고, 언제까지 생각할 시간을 주면 되겠냐고 물었어요. 남자 친구는 아직이라고만 하다가 일주일째인가 아무래도 헤어지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 쓸데없이 재촉해서 결국은 이별통보를 받은 K양
항상 말하지만 생각을 해보겠다는 건 나쁜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때 시간을 주지 않거나 재촉하면 그 반응은 100%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K양 입장에서는 이러다 영영 헤어지는 건 아닐지 겁이 나서 하루에 한 번씩 화분에 물 주듯 생각은 해봤냐고 물어봤겠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고 말았다.
남자 친구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면 순순히 생각할 시간을 줘라.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세 달이든 남자 친구가 달라는대로 시간을 줘라. 왜냐고? 어차피 시간은 의미 없기 때문이다. 한 달 생각할 시간을 줘도 한 달 전에 얼마든지 말을 걸 수가 있다. 단지 남자 친구에게 어떠한 결정을 내리게 하지만 않으면 된다.
부정적인 생각이 가득한 남자에게 "오빠 생각해봤어?"라고 하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100% 부정적인 대답일 수밖에 없다. 이럴 땐 어떠한 결정을 재촉하지 말고 부정적인 생각에 잠겨있는 남자 친구의 기분을 풀어줄 방법을 강구해보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다.
예를 들면 아침에 뜬금없이 비타민 음료 기프티콘이라도 쏘면서 "힘찬 하루!"라고 말을 건네 볼 수도 있고, 요즘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라도 찍어서 보내며 "벚꽃구경하고 싶다 ㅠㅠ"라고 말을 건넬 수도 있다.
남자 친구가 시간을 요구할 때에는 좋은 대답에 집착하지 말고 남자 친구가 좋은 대답을 떠올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집중해라.
4년여간 잘 만나왔는데... 요즘따라 오빠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겼네요... 원래 집안 사정이 안 좋은 건 알고 있었는데 그 상황이 생각보다 심하더라고요... 게다가 저희 부모님도 오빠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시고... 그 후로 오빠는 그만 하자고 하고 저는 붙잡고를 반복하다가 얼마 전 또 헤어지게 되었어요... 처음엔 친구로 지내자고 하더니 이렇게 연락을 하는 게 너무 힘들다며 결국은 저를 차단 해버 리더라고요... 저는 자꾸 생각나는데... 연락은 올까요...?
- 현실적인 문제로 이별한 H양
자격지심에 빠진 남자일수록 이별 후 연락이 잘 오는 편이다. 대부분 둘 사이에 큰 트러블이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여자 쪽에서 남자를 이해해 주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혼자 골방에서 눈물을 짜다가 지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잘 지내?"라고 말을 걸어오는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후다. 상황이라는 게 대부분 나아지기보다는 안 좋아지는 편인데 이럴수록 남자는 자격지심이 심해지면서 답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격지심형 이별을 겪는 여자들에게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이 남자 평생 이렇게 살 건데 먹여 살릴 수 있어요?"
잔인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지금 당장은 뭔가 아련하겠지만 다시 연애가 시작되고 나면, 쉽게 나아지지 않는 환경 때문에 트러블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잔인하지만 자격지심형 이별통보의 경우 정말 여자 쪽에서 모든 걸 책임지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아픈 이별을 받아들이고 나중에 남자 친구에게 연락이 오면 좋은 지인으로 남아주는 것이 좋다.